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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권익보호] 윤석열의 게임 진흥, 이용자는 있고 게임사는 없네

문대찬 기자
왼쪽부터 행정 안전부 고기동 차관,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고진 위원장, 문화체육관광부 전병극 제1차관, 보건복지부 전병왕 보건의료정책실장.
왼쪽부터 행정 안전부 고기동 차관,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고진 위원장, 문화체육관광부 전병극 제1차관, 보건복지부 전병왕 보건의료정책실장.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윤석열 정부가 디지털 혁신 과제 중 하나로 이용자 권익 강화에 초점을 맞춘 게임 산업 생태계 조성을 꼽고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와 국내 대리인 제도 도입 등을 통해 시장 불공정 거래를 해소하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업계는 게임 산업이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로 언급된 것에 반색하면서도, 산업 진흥과 시장 활성화 방안에 대한 언급은 부재했던 것에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윤 대통령은 30일 민생 토론회에서 이용자 보호를 게임 산업 육성에 앞서 선결해야 하는 과제라고 강조하면서 이용자 보호 및 권익 향상 방안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소비자를 보호해야 게임 시장을 키울 수 있는 것”이라며 “게이머도 디지털 재화인 아이템을 구매하는 소비자로 봐야 한다. 게임 산업 건전한 성장을 위해 정부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오는 3월22일부터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시행한다. 확률형 아이템은 특정 확률에 따라 차등한 등급의 장비를 제공하는 유료 상품이다. 그러나 확률 정보 공개 의무가 없어 정보의 비대칭성에 따른 불공정 거래 대표 사례로 거론돼왔다.

게임업계가 2015년부터 확률을 자체적으로 공개하고 있다고 해도, 확률 표시 기준을 명확히 하고 허위 확률 기재 시 처벌하는 내용을 담았다는 점에서 이용자 권리를 강화했다는 평가다. 정부는 모니터링단을 운영해 확률 조작 행위를 지속 감시할 예정이다.

온라인게임‧모바일게임 표준약관을 개정해 이용자 피해도 막는다. 환불전담창구 운영을 의무화해 게임이 서비스를 종료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게임 내 아이템 상품 환불은 공정위가 제정한 표준약관에 근거해 각 게임사가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다만 상품을 구매한 뒤 30일이 지나고 게임 서비스가 갑자기 종료되면 환불이나 보상을 받을 수 없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 부분이 상당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해서 정부는 국내 대리인 제도를 도입, 해외 게임사에게도 국내 게임사와 같은 이용자 보호 책임을 부여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중국 등 해외 게임사가 돌연 서비스를 종료해도 법적으로 처벌한 근거가 없었었다면, 전자상거래법을 적용한 대리인 제도를 도입해 피해를 예방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소액 사기 전담 수사 인력을 꾸려 피해자를 신속 구제할 계획이다.

이외 정부는 불명확한 기준으로 잡음을 낳았던 게임물등급분류도 점진적으로 민간에 이양한다. 등급 분류를 담당해 왔던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는 재작년 ‘블루아카이브’의 등급 분류 문제, 전산망 비위 문제로 인해 쇄신 요구를 받고 있다. 민간 이양 작업이 마무리되면, 게임위는 등급분류 사후관리에 집중하게 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윤 정부 기조를 바라보는 업계 시각은 복합적이다. 게임 이용자를 일반 소비자와 동일시했다는 점에서 게임의 달라진 위상을 엿볼 수 있다면서도, 제시한 방안들이 규제의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보릿고개를 나고 있는 게임사 압박이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게임업계는 경기 침체와 시장 경쟁 심화로 전반의 성장이 뒷걸음질하고 있다. 업계 최대 사업자인 넥슨마저 신작 서비스를 조기 종료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한창이다. 수익성 악화에 따라 서비스 종료 게임이 잇따라 등장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하고 환불 책임을 강화하는 것은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규제 실효성을 놓고 의뭉스러운 시각도 나온다. 정부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게임법 개정안을 보완해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다만, 현재도 별다른 고객센터 없이 운영되는 해외 게임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 도입 전까지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잖다.

정부는 모바일 앱마켓과 소통해 피해자를 최대한 구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여타 산업군에서 확인된 대리인 제도의 실효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 말대로 게임 산업은 국내 콘텐츠 수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실적 악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진흥책을 보여줘도 부족한데, 규제 압박으로 게임사를 몰아붙이는 형국”이라면서 아쉬움을 표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게임에 관심을 가지는 건 반갑다”면서도 “이날 발언이나 방안을 짚어보면 게임사가 이용자를 착취했다고 읽힐 여지가 있는 점은 아쉽다. 국내 게임업계는 어떤 업계보다 이용자 소통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정부는 곧 게임 산업 진흥책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브리핑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전병극 제1차관은 “게임사 진흥 부분을 무관심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용자 보호만큼 게임 산업 육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속 성장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방안을 논의 중인데 3월 중에는 진흥 방안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충분한 게임 산업 진흥에 대한 논의들이 발표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문대찬 기자
freez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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