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IPO] IPO 가뭄 빠진 게임업계, 차기 주자는 누구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종적을 감춘 게임사 IPO(기업공개)가 올해 재개될 조짐을 보인다.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시프트업이 막힌 물꼬를 틀 유력 주자로 꼽히는 가운데, 오랜 기간 IPO 시기를 저울질한 스마일게이트RPG와 라인게임즈도 후보로 거론된다.
국내 게임업계 IPO는 2022년 티쓰리엔터테인먼트를 마지막으로 투자자 발길이 끊겼다. 업계 상장사가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놓지 못하면서 실적 부진 및 주가 하락을 겪자 투자자 관심이 식은 탓으로 풀이된다. 흥행작 ‘오딘: 발할라라이징’을 배출한 라이온하트스튜디오가 그나마 IPO에 근접했으나, 고평가‧중복상장 논란으로 상장을 미룬 바 있다.
이런 분위기를 뒤집을 유력 주자로는 시프트업이 꼽힌다. 이들은 지난해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내세우며 IPO를 추진해 왔다. 같은 해 7월에는 무상증자와 액면분할을 순차적으로 진행해 발행주식 수를 161만주에서 5074만주로 늘렸다. 10월엔 위메이드가 시프트업 보유 주식 전량을 매각하면서 IPO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2013년 출범한 시프트업은 ‘데스티니차일드’와 ‘니케’를 연달아 흥행시키며 기업 가치를 끌어올렸다. 위메이드 주식 거래로 평가된 시프트업 가치는 약 2조원 규모다. 2021년 크래프톤 이후 종적을 감춘 게임업계 대형 IPO 주자로 기대를 모은다.
시프트업은 데스티니차일드 인기가 시들해진 2019년부터 3년간 적자난에 빠졌다. 그러나 2022년 11월 출시한 니케 흥행에 힘입어 영업이익 221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니케 흥행이 본격화한 지난해는 이익 폭이 더욱 커졌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글로벌 모바일 분석 플랫폼 센서타워에 따르면 니케는 지난해에만 글로벌 매출 약 4억6920만 달러(약 6256억원)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초에도 대형 업데이트를 통해 국내 양대 앱마켓 매출 최상위권에 재차 오르는 등 국내외서 장기 흥행 중이다.
시프트업은 오는 4월26일 출시하는 콘솔 액션 게임 ‘스텔라블레이드’로 3연타석 흥행도 노리고 있다. 김형태 대표가 직접 개발을 진두지휘한 스텔라블레이드는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 플레이스테이션5 독점 유통작이다. 국산 게임으로는 최초 사례다.
스텔라블레이드는 1일 열린 SIE 신작 발표회에서 15개 신작 중 가장 먼저 소개되는 등 기대감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시프트업이 최근 상장 주관사로 외국계 JP모간을 추가 선정한 것은, 스텔라블레이드의 글로벌 경쟁력을 자신하는 대목으로도 읽을 수 있다.
스마일게이트 그룹의 스마일게이트RPG도 유력한 차기 IPO 주자로 꼽힌다. 2018년 매출 333억원에 그쳤던 이들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로스트아크’ 출시 후 가파르게 성장했다. 2019년 78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2022년엔 7370억원의 매출을 거둬들였다.
스마일게이트RPG는 2022년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도입하고 상장 주관사를 바꾸는 등 본격적인 IPO 추진 작업에 들어갔다. 외부 기관에서 인정받은 기업 가치만 5조원 이상이다. 다만 스마일게이트RPG가 올해 IPO를 추진할지는 미지수다. 불안정한 시장 상황과 더불어 지난해 실적, 전환사채(CB) 소송 등 여러 대내외적 요소가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스마일게이트RPG는 상장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해 11월 미래에셋증권으로부터 1000억원 규모 소송을 당했다. 소송 주체는 2017년 스마일게이트RPG에 CB 형태로 200억원을 투자했던 라이노스자산운용이다. CB 만기일(2023년 12월 20일) 직전 사업연도의 당기순이익이 120억원 이상일 경우 상장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계약서 내용이 갈등의 발화점이다.
스마일게이트RPG는 2022년 영업이익이 3641억원이었지만 IFRS로 회계 기준을 변경하면서 CB가 부채로 인식됐고, 이에 142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 상장 요건에 미달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라이노스자산운용은 회계상 손실일 뿐이라며 계약 의무 위반이라고 맞서고 있다.
게다가 스마일게이트RPG는 지난해 역성장이 예상된다. 로스트아크의 대형 업데이트가 장기 지연되면서 이용자 지표가 악화했고, 글로벌에서의 인기도 주춤해서다. 작년 11월 공개된 ‘로스트아크모바일’ 출시와 흥행 여부에 따라 상장 시기가 조율될 가능성이 높다.
라인게임즈 역시 IPO를 바라보는 게임사다. 2022년말 삼성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임하며 상장을 준비해 왔다. 다만 내려앉은 기업 가치를 좀처럼 끌어올리지 못해 고민에 빠졌다.
라인게임즈는 2017년 이후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2022년까지 누적 적자만 2311억원이다. 별다른 신작이 부재한 지난해도 적자가 유력하다. 부채비율도 2017년 10.7%에서 2022년 694.7%로 급증하는 등 재무 건전성에서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해 창세기전 지적재산(IP)을 기반해 출시한 콘솔 게임 ‘창세기전: 회색의잔영’ 성과가 부진하고, 관련 모바일 게임 흥행 성적도 주춤하면서 성장 동력도 부재한 실정이다.
한편, 라인게임즈는 지난해부터 경영진을 재편하며 체질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력을 감축하고 불필요한 프로젝트를 정리하며 경영 효율화에 나섰다. 더불어 창세기전 IP 라이선스 계약을 추진하고, 신규 IP 발굴 작업을 지속하며 위기 활로를 찾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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