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실적 찍은 휴네시온·한싹…올해 최대 관건은 '정부 망분리제 완화'
[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국내 망연계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는 휴네시온과 한싹이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공공 클라우드 및 망 전환에 발맞춰 주력 사업이 호조를 보인 것이 효자 역할을 했다.
올해에도 호실적이 이어질지 관심이 주목되는 이유다. 정부가 최근 망분리 규제 완화 작업에 돌입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새로운 사업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휴네시온과 한싹은 논리적 망분리 시대로 전환할 가능성을 점치며, 기존 클라우드 및 인공지능(AI) 역량을 강화해 변화에 대응할 방침이다.
◆ '역대 최고 매출' 성적표, '망보안제 불확실성' 넘어야 할 산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휴네시온은 지난해 연간(연결 기준) 매출 361억4042만원, 영업이익 45억9761만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했을 때 매출은 19%, 영업이익은 35%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같은 기간 한싹은 전년보다 14.5% 증가한 매출 250억원을 내며 창사 이래 최고 성적표를 받았다. 영업이익은 41.9% 늘어난 26억원을 기록했다.
양사 모두 공공 사업에서 주요 제품군이 활약하면서 호실적을 낼 수 있었다. 휴네시온의 경우 경기도 지능형 교통체계(ITS) 고도화 사업 등에 참여하며 일방향 망연계 솔루션 '아이원넷 디디(i-oneNet DD)' 매출이 두 배 이상 상승했고, 한싹은 공공 클라우드 전환에 발맞춰 클라우드 구독형 서비스 실적이 늘고 홈네트워크 보안 신규 매출이 발생한 것이 견인차 역할을 했다.
두 기업은 올해에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라 양사 사업 전략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보보호업계에 따르면 국가정보원 주관으로 구성된 범부처 태스크포스(TF)는 현재 망 보안 체계를 완화할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아, 망연계와 망분리 사업을 모두 운영하는 국내 기업에게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범부처 TF는 현행 망분리 제도를 둘러싼 오랜 '갑론을박'에 마침표를 찍을 만한 개선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망보안 제도는 예민한 데이터를 다루는 정부 기관과 기업 내부망을 외부 일반 인터넷망과 단절시키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해킹, 정보 유출 등의 보안 이슈가 발생하기 이전에 물리적으로 망을 끊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취지다.
그러나 민간뿐만 아니라 공공 영역에서도 클라우드 전환이 빨라지면서 현행 제도의 한계를 짚는 목소리가 등장했다. 특히 현 정부에서 디지털플랫폼정부(이하 디플정)가 출범하면서, 현행 제도와 디플정의 취지가 상충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이번 범부처 TF가 작업에 돌입하면서 망연계와 더불어 망분리 솔루션을 제공해온 기업들에게 위기와 기회 요인이 공존하게 된 셈이다. TF는 망분리 규제 자체를 없애기보다는, 데이터 분류 체계를 구축해 '논리적 망분리'를 적용할 수 있도록 개선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망분리를 완화하더라도 기술적 대안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통신 구간의 보안을 강화하는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와 데이터 등급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기업들도 추후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망연계 새 시장 열릴라" 클라우드·AI 전략 본격 시동
일단 휴네시온과 한싹은 이번 망분리 제도 개선과 관련해 아직 큰 이슈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망연계에 특화된 솔루션이 다수인만큼, 기존 망분리 시장이 위축되더라도 새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존에 추진하던 기초 체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에도 변함이 없는 분위기다. 두 기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클라우드 및 AI 사업에 집중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국내 클라우드보안서비스(SECaaS) 시장은 7661억원(2023년 기준) 규모로 커지며 훈풍을 이어갈 전망이다.
먼저 휴네시온은 올해 망연계 사업 전략의 핵심 키워드로 클라우드, 운영기술(OT) 보안, 제로 트러스트를 꼽았다. 관련 기술을 적용한 망연계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해 선두주자 자리를 굳힌다는 계획이다. 망연계 솔루션 아이원넷을 필두로 발전소 발전제어시스템, 지방자치단체 ITS, 원격감시제어시스템(SCADA) 연계 등 국가기반시설을 겨냥한 전략도 전개한다. 또한 국가안보와 관련된 핵심 기술, 첨단전략산업 네트워크 보안 규제 강화 추세에 발맞춰 OT 보안 환경에 최적화된 보안 솔루션도 확대 제공할 예정이다.
자회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규 영역도 모색한다. 휴네시온은 자회사 오투원즈, 시큐어시스템즈와 함께 OT 운영 환경 전반에 걸쳐 보안 체계를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투원즈 제어망용 원격접근제어(RAS) 및 제어망 가시화 솔루션, 시큐어시스템즈의 AI 보안운영·위협대응(SOAR) 솔루션 시큐어오케스트라, 휴네시온 망연계 솔루션을 결합해 통합 보안 생태계를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한싹도 클라우드와 AI 보안에 집중한다. 한싹은 약 4년 전부터 클라우드 보안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다수 플랫폼에 적용 가능한 클라우드 망연계 솔루션 '시큐어게이트' 기능을 고도화하는 데 주력해왔다. 정부기관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온북, 서비스형 데스크탑(DaaS) 등 공공 클라우드 전환 사업에 망간자료전송을 납품하고, 지자체 민간 클라우드 전환 사업에서도 클라우드공급사(CSP)와 협력을 진행한 바 있다. 올해에도 재난대응시스템, 홈네트워크, 국방 보안 영역에서 활약할 전망이다.
특히 정부 기조에 따라 온북 및 DaaS 사업이 성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온북 사업은 물리적으로 업무망과 인터넷망을 구분했던 '1인 2PC' 형태를 '1인 1PC' 형태의 논리적 망분리로 업무 방식을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는 2027년까지 전 부처에서 '온북 교체 90%'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행안부 방침에 따라 개방형 운영체제(OS)가 도입되면, 클라우드 기반 DaaS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려는 수요가 늘어난다.
또 다른 국내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망분리 제도를 개선하고 있지만, 업무효율성과 보안성을 모두 고려해 최적의 균형점을 찾는 형태로 진행될 전망"이라며 "제도 개선이 망분리 정책 무용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만큼, (국내 기업들은) 계획한 대로 핵심 보안 솔루션을 강화·제공하는 작업에 당분간 집중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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