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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엔씨, 박병무 체제서 대대적 변화 예고… 글로벌서 활로 모색

문대찬 기자
박병무 엔씨 공동 대표 내정자 [ⓒ엔씨소프트]
박병무 엔씨 공동 대표 내정자 [ⓒ엔씨소프트]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재차 경영위기에 빠진 엔씨소프트(이하 엔씨)가 창립 이래 가장 큰 변화를 예고하며 탈출구 마련에 나섰다. 창립 최초로 김택진 대표와 지휘봉을 나눠진 박병무 공동 대표 내정자를 필두로 경쟁력 강화를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엔씨는 지난해 매출 1조7798억원, 영업이익 1373억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31%, 75%가 줄었다. 기존 ‘리니지’ 시리즈 매출이 하향 안정화 된 데다, 지난해 12월 선보인 야심작 PC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쓰론앤리버티(TL)’가 기대 이하의 흥행 성적을 내면서다.

부진이 올해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엔씨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4377억원, 영업이익은 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1%, 91.9% 감소했다. 적자 전환을 우려할 수준이다.

엔씨는 경영위기를 인지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대적 체질 개선에 나섰다. 창립 26년 만에 공동 대표 체제로 전환한 것이 대표적이다. 엔씨는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를 영입하고 공동 대표이사 후보자로 선정했다. 박 내정자는 3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 공식 선임된다.

박 내정자는 이달 초 임원 리더와의 정례 미팅에서 생존을 위한 전사적 노력을 강조했다. 그는 “2024년 엔씨의 성장을 위해 전사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핵심 사업인 게임 경쟁력 강화와 함께, 경영 및 의사결정 체계의 효율 신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외부에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M&A(인수합병)와 투자 노력도 더욱 적극적으로 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엔씨 변화 움직임은 지난 8일 진행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보다 선명하게 드러났다. 엔씨는 이날 ‘보유 자산을 활용한 비유기적 성장’, ‘플랫폼과 수익모델(BM)의 다각화’, ‘글로벌 트랜드에 발맞춘 게임성 강화’를 핵심 골자로 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 눈길을 모았다.

홍원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보유 중인 현금 및 유동 자산을 활용한 비유기적 성장을 추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M&A 등을 통한 외형의 성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홍 CFO는 “새로운 IP(지적재산) 확보뿐만 아니라 엔씨가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고 있는 서구권과 동남아 지역에서 지역적인 확장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엔씨소프트 신작 LLL의 플레이 화면.
엔씨소프트 신작 LLL의 플레이 화면.

실제, 엔씨는 서구권 영향력이 적은 편이다. 지난해 한국과 아시아 지역 게임 매출만 1조50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4.2%에 달했다. 북미와 유럽 매출은 1357억원에 그쳤다.

이에 엔씨는 올해 TL을 비롯한 글로벌 겨냥 신작을 통해 새 먹거리 찾기에 주력할 예정이다. 난투형 대전액션 ‘배틀크러쉬’,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 ‘프로젝트BSS’, MMORPG와 슈팅을 결합한 ‘LLL’등 공개된 신작 면면만 해도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을 기반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게임 역시 글로벌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TL은 파트너사 아마존게임즈와 함께 북미-유럽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다. 개발 과정에서부터 글로벌 이용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전세계 이용자들의 TL에 대한 기대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12월 중국 판호(허가증)를 발급 받은 ‘블레이드&소울2’는 올해 중국 출시를 목표로 현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원작 PC 게임이 큰 인기를 얻었던 터라 기대감이 적잖다.

글로벌 이용자를 매료시킬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용자 친화적인 수익모델(BM)을 선보이고, 콘텐츠 방향성도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재정립하고 있다.

일례로 엔씨는 TL에서 확률 요소를 전면 배제한 BM을 구성했다. 대신 캐릭터 성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치장품과 더불어 플레이에 따라 추가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배틀패스’ 형태의 BM을 반영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출시 예정인 배틑크러쉬와 프로젝트 BSS 역시 가볍고 글로벌 기준에 맞는 BM을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기대작 ‘아이온2’ 역시 몬스터전투(PvE) 중심의 콘텐츠로 개발 중이다. PvE 콘텐츠를 선호하는 국내 젊은 이용자층과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춘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엔씨는 그간 기존작들에선 공성전 등 이용자간 전투(PvP)에 집중한 콘텐츠를 주로 선보인 바 있다.

홍 CFO는 “아이온2는 엔씨가 강점을 가진 MMORPG 시장에서의 가장 중요한 IP”라며 “엄청난 양의 PvE 콘텐츠를 제공하는 타이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반응은 다소 시들했지만 TL을 통해 엔씨가 기술력을 증명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며 “방향성을 바로 잡고 경쟁력 강화에 나선 엔씨가 올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전했다.

문대찬 기자
freez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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