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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이름 부르기'로 정말 편해졌나요? [스토리팩-업스테이지③]

이건한 기자

사람의 뇌는 단순한 정보보다 ‘이야기’를 좋아하고 감정과 기억도 더 오래 각인한다고 합니다. 디지털데일리 테크콘텐츠랩의 ‘스토리팩’은 혁신기업의 기술, 인재, 조직 관련 소식들을 책 한권 읽는 듯한 재미와 구성으로 풀어낸 기업별 연재 기획물입니다. <편집자주>

③업스테이지 조직편 – 지독한 솔직함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요즘 ‘수평적 소통문화’를 강조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그 일환으로 ‘영어이름 부르기’, ‘OO님’으로 부르기 같은 호칭 변화부터 시작하는 곳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사실 ‘어떻게 부르는가’만으로 그 조직의 대화 방식이 쉽게 바뀌는 건 아닌 듯합니다.

1. K-래디컬 캔도어는 불가능하다?

혹자는 푸념했죠. ‘다니엘이 된 부장님도 여전히 상사였다’고요. 호칭은 가벼워졌어도 여전히 상급자가 말하고 하급자는 듣는 것이 기본인 한국식 상명하복 문화의 본질은 좀체 바뀌지 않는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에선 내 의견을 내기보단 가만히 있는 ‘중간’을 택하고, 동료가 낸 이해되지 않는 의견에 대해서도 충돌을 피하려 ‘침묵’하는 기존의 모습 또한 변하기 어렵죠.

이를 쇄신하려면 시스템과 더불어 ‘솔직함’이 보호되고 존중받아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래디컬 캔도어(Radical Candor, 완전한 솔직함)’란 문화가 있는데요. 솔직한 소통 가운데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고, 그것이 동료 간 신뢰 강화로도 이어진다고 믿는 주의입니다.

특히 ‘토이스토리’로 유명한 애니메이션계의 리딩기업 ‘픽사(Pixar)’도 자사의 성공비결 중 하나로 래디컬 캔도어 기반의 ‘브레인 트러스트(Brain Trust)’ 팀을 꼽습니다. 픽사가 작품을 만들 때 캐릭터 성격과 시나리오 등의 핵심 요소를 논의하는 의사결정 회의체죠.

이 팀의 운영 방침은 ‘해결책 중심의 토론’이란 대명제 아래 ‘포지션 파워가 없는 회의’, ‘건설적인 피드백만 허용’ 같은 규칙을 철저히 고수하는 것입니다. 이 가운데 참석자들은 ‘내가 어떤 말을 해도 안전하다’는 믿음, 내 아이디어가 반려되어도 ‘그것이 더 나은 선택’이란 마음으로 신뢰하는 자세로 일할 수 있다고 합니다.

픽사 직원들의 아이디어 회의 모습 (ⓒ Pixar)
픽사 직원들의 아이디어 회의 모습 (ⓒ Pixar)

하지만 국내에는 그동안 래디컬 캔도어 문화가 잘 자리잡지 못했습니다. 서두에 언급했듯 예의와 양보,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한국의 관습은 솔직한 표현을 미덕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럼 K-래디컬 캔도어 실현은 불가능할까요? 꼭 그렇진 않습니다. 다만, 눈에 보이는 시스템 변화를 넘어 진실함이 존중되는 문화를 만드는 노력이 함께 가미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완전한 솔직함을 넘어 ‘지독한 솔직함’ 단계의 래디컬 캔도어 문화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국내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의 사례를 좋은 롤모델로 소개해드립니다.

2. 업스테이지 웨이

2-1. 익명보다 기명이 당연한 회사

단적인 예로 업스테이지는 익명을 지양합니다. ▲조직진단 설문조사 ▲성장 리포트 ▲전사 타운홀 미팅 등 가장 민감한 이야기가 오가는 곳에서도 모두 기명 소통을 기본으로 하는데요. 자신의 소신을 감추는 것을 오히려 이상하게 여긴다고 합니다.

그러나 기명을 지향하는 분위기라도 입을 열지 않으면 무의미합니다. 이보다 선행되어야 할 과정은 픽사의 사례처럼 ‘내 이름을 걸고 말해도 안전하다’는 신뢰를 구축하는 일이죠. 살펴보면 업스테이지도 조직의 규칙 이전에 동료사랑과 신뢰를 먼저 구축한 곳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앞서 발행된 ‘업스테이지 인재편’에도 설명되어 있으니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에서 찾아볼 수 있어요.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 또한 구성원들에게 “우린 어떤 질문도 어리석은 질문은 없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다“고 강조하는데요. 위로부터 아래까지 임직원 모두가 공유하는 이 확신 가운데 업스테이지 직원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습니다. 더불어 내가 아니어도 동료가 더 나은 아이디어를 낼 것이란 믿음, 솔직하고 건강한 피드백을 돌려줄 것이란 신뢰가 함께함으로써 보다 건강한 ‘래디컬 캔도어’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겁니다.

업스테이지에서는 동료 간 다양한 소통 프로그램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 업스테이지)
업스테이지에서는 동료 간 다양한 소통 프로그램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 업스테이지)

2-2. 함께 고민하는 회사와 나의 핏

솔직함과 신뢰의 탄탄한 밑바탕은 리더와 팀원의 보다 긴밀한 소통, 동반성장으로도 이어집니다. 업스테이지에서 개인의 업무적응과 최적화를 돕기 위해 정기적으로 열리는 1:1 원온원(One on One)’ 미팅이 좋은 예죠.

사실 어디서 일하든 ‘내가 회사에 기여하는 존재인지’, ‘이곳에서 계속 성장할 수 있을지’ 같은 고민에 빠지는 시기는 누구나 한번쯤 찾아옵니다. 이 시기를 잘 보내지 못하면 사측과 서로 오해만 남긴 채 결별하는 상황까지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업스테이지의 원온원 미팅은 이런 민감한 주제를 리더와 팀원이 솔직히 나누고 보완할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이뤄집니다. 이 과정에서 직원은 자신과 회사의 방향성을 확인하고, 리더는 팀원과 자신이 함께 성장할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의욕을 고취하죠. 이는 겉으로만 수평을 강조하는 조직이라면 오히려 가장 경직되고 위선적이었을 자리였을지도 모릅니다.

이활석 CTO가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는 ‘활석에게 물어봐’ 코너 中 (ⓒ 업스테이지 유튜브)
이활석 CTO가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는 ‘활석에게 물어봐’ 코너 中 (ⓒ 업스테이지 유튜브)

2-3. 회사의 최상위 만족요인

업스테이지 구성원들은 이런 조직문화에 담긴 잠재력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김성훈 대표도 조직 차원의 최우선 계발 목표로 ‘업스테이지만의 독특한 문화 발전’을 제시하죠.

그는 “급변하는 환경에서 우리의 문화를 유지하되 유연하게 성장하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며 “선결과제는 좋은 인재, 그리고 인재가 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건실한 땅과 문화”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대표로서 기술과 직무 역량은 물론, 문화적으로도 ‘업스테이지 웨이(Upstage way)’에 부합하는 인재 확보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직원들에게 약속했습니다.

직원들의 생각도 같습니다. 업스테이지에 따르면 2022년 연말, 2023년 상반기에 진행된 ‘사내 조직진단조사’에서도 직원들은 업스테이지 근무 중 느끼는 최상위 만족 요인으로 ‘동료와 기업문화’를 꼽은 것으로 전해졌죠.

3. 업스테이지 복리후생

3-1. 열정페이 말고 리얼페이 복지

그런데 혹시, 동료만족을 빌미로 지갑보단 열정을 강조하는 조직인 건 아닐까요? 확인해보니 업스테이지는 스타트업치고 꽤 두둑한 복지를 자랑합니다.

우선 일종의 웰컴킷으로 임직원들은 정규입사 때 500만원의 ‘업무기기 지원비’를 받습니다. 이후 1년이 지나면 사명을 딴 ‘업(Up)’그레이드 지원비’로 500만원을 추가로 지급받죠. 사실상 1년간 1000만원에 달하는 현금성 지원인데요. 사용처는 업무기기 지원비라고 꼭 노트북 같은 생산성 장비로 제한되지 않습니다. 그간 사례를 보면 지원비로 모션 데스크나 커피머신 등 부차적인 물품들도 자유롭게 구입하는 분위기였다고 하네요.

이색복지로는 반려인 1000만명 시대를 맞아 ‘반려동물 입양 축하금’도 지급합니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분들은 알겠지만 각종 물품값, 사료값, 병원비 등 생각보다 큰 초기 비용이 듭니다. 그렇다고 출산처럼 국가가 장려하는 일도 아니니 그 비용은 정부나 회사가 지원할 의무는 없죠. 하지만 업스테이지는 반려동물도 하나의 가족으로 여기는 이들이 늘어나는 요즘 세태에 발맞춰 이 같은 복지를 준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밖에도 입사 시 스톡옥션 지급, 사례에 따른 리텐션 보너스, 자기계발을 돕는 해외학회 참석 지원 등 확실한 ‘리얼페이’ 기반의 다양한 지원책을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됩니다. 나아가 직원들의 건강 챙김형 복지도 있더군요. 마음과 건강의 쉼을 돕는 ‘마인들링 서비스’, 가족과 함께 사용 가능한 ‘건강검진 비용 지원’ 등입니다.

3-2. 알아서 일하고, 원하면 쉬세요

지갑을 채워주는 복지만큼 중요한 건 최상의 근무환경을 보장하는 일입니다. 이와 관련해 ‘업스테이지 인재편’에서 직원들은 완전자율 원격근무제(풀리모트) 환경에 대단히 만족한다고 입을 모은 바 있죠.

이들의 풀리모트 특징을 다시 짧게 요약하면 ▲국내외 어디서든 근무 가능 ▲업무장소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회사가 지원 ▲코어타임 없는 자율근무 ▲지구 어디든 함께라면(AOEBT) 정도로 정리됩니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연중 해외 워케이션을 진행하고 북극을 거쳐 귀국하는 엔지니어도 있다는 점이 압권입니다.

또한 연차도 무제한이라고 합니다. 일반 직장인들은 1년에 15일, 그나마도 여름에 상당수를 소진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파격적인 자유죠. 업스테이지에선 필요하다면 개인과 일정에 따라 리더 승인 없이도 자유롭게 연차를 쓰고 동료들에게 사전 공유만 하면 됩니다.

제주도 해변을 바라보며 원격근무 중인 업스테이지 직원들 (ⓒ 업스테이지)
제주도 해변을 바라보며 원격근무 중인 업스테이지 직원들 (ⓒ 업스테이지)

4. 글로벌 업스테이지 웨이로

사실 이쯤 되면 ‘대체 이 회사는 어떻게 굴러가나’ 싶죠. 하지만 업스테이지가 그간 국내외 AI 업계에서 거둔 기념비적 성과들을 생각하면 이런 의문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일례로 현재 AI 분야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인 LLM(거대언어모델) 기술력 측면에서도 업스테이지는 이미 ▲오픈AI(챗GPT) ▲구글 ▲메타(페이스북)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그간 조직 안팎의 충분한 준비를 마친 업스테이지의 다음 목표는 본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입니다. 업스테이지에 따르면 지금도 해외에서 근무하는 직원 비중이 약 10%에 달하지만, 해외투자가 늘어나면 이 비중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죠. 전세계 AI 패권 경쟁이 극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2024년, 해외에 나간 업스테이지의 한국 AI의 저력을 얼마나 확실히 세계 무대에 각인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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