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본계약 전인데"…'티빙 KBO 중계권 재판매' 두고 '설왕설래'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티빙의 한국프로야구(KBO) 뉴미디어 중계권 재판매 여부를 두고 각 이해당사자들이 '설왕설래(어떤 주제에 대해 한 가지로 의견이 모아지지 않고 서로 다른 이야기가 오고 가는 것)'하고 있다. 티빙 독점 공개설이 수면 위로 부상한 가운데, 정작 본계약도 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계권 재판매 여부를 가늠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 모습이다.
◆SKT 이어 LGU+도 "재판매 의향 없는 것으로 파악"
티빙의 뉴미디어 중계권 재판매 여부가 부각된 것은 SK텔레콤의 AI(인공지능) 비서 서비스 '에이닷'에서부터 비롯됐다.
지난 15일 에이닷은 앱 내 공지사항을 통해 ▲프로야구 실시간 중계 ▲실시간 중계 중 경기결과 예측, 채팅 ▲프로야구 응원팀 설정 ▲프로야구 경기 일정·결과·순위 안내 ▲에이닷 tv 프로야구 중계, 에이닷 프로야구, 스퀴즈런 관련 배지 및 퀘스트 등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 측은 에이닷 내 프로야구 중계를 '2024 KBO' 시범경기 개막 전날인 다음달 8일 종료되며, 에이닷 프로야구와 스퀴즈런의 경우 같은 달 20일 종료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SK텔레콤은 2019년 포털·통신 컨소시엄(당시 네이버·카카오·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이 뉴미디어 중계권 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2022년부터 에이닷 앱 내 에이닷TV를 통해 프로야구 생중계를 지원한 바 있다. 그러나 2024~2026년 뉴미디어 중계권 입찰에서 티빙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SK텔레콤이 속한 포털·통신 컨소시엄(네이버·SK텔레콤·LG유플러스·아프리카TV)도 티빙이 뉴미디어 중계권을 재판매해야 프로야구 중계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티빙·CJ ENM의 뉴미디어 중계권 재판매 의사가 없음을 파악하고 관련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티빙과 CJ ENM이 중계권을 재판매하면 이를 구매해 프로야구 서비스를 이어가려 했으나 의향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에 따라 에이닷 내 프로야구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공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스포츠 커뮤니티 플랫폼 '스포키'를 운영중인 LG유플러스도 티빙의 중계권 재판매가 없을 것으로 파악한 모습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티빙의) 뉴미디어 중계권 재판매가 불가능할 것으로 가닥이 잡히는 상황"이라면서도 "스포키는 프로야구 실시간 중계를 제외하고 승부예측·뉴스·문자중계·야구 주제 게임 등 관련 서비스는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포털·통신 컨소시엄에 속한 다른 기업들은 추이를 지켜본다는 반응이다. 네이버의 경우 네이버 스포츠를 통해 관련 서비스를 지원하며 향후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을 통해 '편파 중계' 등 관련 콘텐츠와 연계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아프리카TV 역시 BJ가 진행하는 프로야구 중계나 특정 구단 팬 입장에서 해설하는 편파방송 등 콘텐츠 다변화를 위해 뉴미디어 중계권을 구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티빙이 뉴미디어 중계권을 재판매하지 않고, 독점 공개하거나 일정 기간 유예를 둔 조건부 재판매를 단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 상반기까지는 타 기업에 뉴미디어 중계권을 판매하지 않고 유료 가입자를 확보해 수익성을 확대하는 형태가 유력하다는 의견이다.
◆당혹스러운 티빙 …"우선 본계약부터"
반면, 티빙과 CJ ENM 측은 KBO와 본계약도 체결하지 않은 만큼 현재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뉴미디어 중계권 재판매 여부를 결정짓기 위해서는 KBO와의 본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본계약 체결 전인 만큼, 기존 프로야구 중계 서비스사들이 중계권 재판매 협상 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티빙이 뉴미디어 중계권 입찰 당시 연간 400억원 규모로 입찰(3년간 총 1200억원 이상)한 만큼, 높은 재판매 대가를 책정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미디어 중계권 재판매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현실적으로 높은 재판매대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라며 "재판매를 하게 되면 무료 서비스 위주로 풀리는 만큼 티빙 입장에서도 리쿱(콘텐츠 제작비 회수)이 안될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티빙이 KBO와 본계약을 체결할 경우, 기존 사업자에 동일 조건으로 중계권을 재판매하거나 특정 사업자를 선별해 뉴미디어 중계권을 판매할 수 있는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뉴미디어 중계권을 재판매하지 않고 티빙에서 독점 공개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사업자와의 이해관계나 국민정서 등을 고려할 때 부분 유료화 비즈니스 모델(BM)이 유력한 선택지로 떠오른 모습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티빙이 입장에서 보면 본계약 체결 전부터 중계권 재판매 이야기부터 나오고 있어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해도 본계약 체결이 되지 않은 만큼 언제든 번복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국민정서와 사업자 이해관계 등 변수도 중계권 재판매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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