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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다이브]1.4나노 '꿈의 공정' 경쟁 서막…승리 열쇠 'GAA' 기술

배태용 기자
삼성전자 화성 공장. [ⓒ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 공장. [ⓒ삼성전자]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얼마 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계에는 아주 괄목할 만한 이슈가 있었지요.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 강화를 위해 '꿈의 공정'으로 불리는 1.4 나노미터 초미세 공정을 2027년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것인데요. 인텔은 지난달 21일(현지 시각)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다이렉트 커넥트 행사에서 이 같은 공정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특히 인텔은 당장 올해 안에 1.8나노 공정을 양산 시작할 것이라는 계획을 알렸는데요. 이는 당초 내년이 목표였던 양산 시점을 1년이나 앞당긴 것입니다.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 1위인 대만의 TSMC와 2위 삼성전자가 내년에 2나노 공정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설정한 것을 고려하면, 초미세 공정에서 다소 앞선 셈이지요.

이것만 하더라도 파운드리 업계가 깜짝 놀랄 법한 이야기인데 인텔은 여기서 한술 더 떠 2030년까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파운드리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글로벌 파운드리 2위 기업은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라는 것 알고 계시죠. 삼성전자를 겨냥했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인텔은 TSMC, 삼성전자에 밀려 2018년 파운드리 철수한 경험이 있는 기업인데요. 2021년 복귀 선언 이후 3년 만에 삼성전자 아성까지 넘보고 있는 것이죠. 그만큼, 인텔이 파운드리에 진심을 다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인텔의 패기에 삼성전자 주주를 비롯해 업계 종사자들은 정말 2위 자리 마리마저 뺏기는 것 아니냐는 등 우려가 많은 것이 사실인데요. 그래도 우리나라 대표 기업이자 글로벌 초격차 기술 기업 삼성전자 아닙니까. 삼성전자도 비장의 무기 하나쯤은 갖고 있지요.

삼성전자가 내세우고 있는 비장의 무기는 바로 GAA(Gate-All-Around)라는 기술입니다. GAA 기술은 반도체 트랜지스터의 차세대 구조로, 기존의 핀펫(FinFET) 기술을 뛰어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GAA는 반도체 구성요소인 트랜지스터에서 채널과 게이트가 4면에서 맞닿게 하는 기술로 채널(전류가 흐르는 경로)과 게이트(전류 흐름 제어) 접촉면이 3면에 그치는 기존 핀펫 방식보다 게이트의 통제력이 더 강화됩니다. 핵심은 게이트가 트랜지스터의 채널을 완전히 감싸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전류의 흐름을 보다 정밀하게 제어, 전력 소모를 줄이고 성능을 향상할 수 있습니다. 게이트에 전압을 인가함으로써 채널의 전도도를 조절, 전류의 흐름을 on/off 상태로 제어하는 원리이지요. 트랜지스터 성능, 스위칭 속도가 빨라져 전자 기기의 처리 속도가 향상됩니다. 또한 전류 누설이 줄어들어 전자 기기의 배터리 사용 시간도 길어집니다. 트랜지스터를 더 작게 만들 수 있어 칩 면적을 줄이고 생산 비용을 낮출 수 있습니다.

인텔, 미국 뉴멕시코주에 반도체 생산시설 ‘팹 9(Fab 9)’ 오픈 [ⓒ인텔]
인텔, 미국 뉴멕시코주에 반도체 생산시설 ‘팹 9(Fab 9)’ 오픈 [ⓒ인텔]

쉽게 이해하기 위해선 수도꼭지를 떠올려보면 됩니다. 기존 수도꼭지(트랜지스터)는 3면만 막혀 있어서 물(전류)이 조금씩 새어 나간다고 해보죠. 반면, GAA 트랜지스터는 4면 모두 막혀 있어서 물이 새어 나가지 않습니다. 또한 4면 모두 막혀 있으니 물 흐름을 더 정확하게 조절할 수 있겠죠. 이점이 트랜지스터 성능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끝으로 4면 모두 막으면 물이 새어 나가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수도꼭지를 더 작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는 칩 면적 감소로 이어집니다.

세계 최초로 GAA 기술을 적용한 파운드리 기업은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입니다.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에 이 기술을 최초로 적용했는데요. 이는 전 세계 파운드리 업체 중 삼성전자만이 가능한 성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향후 GAA 기술을 3나노에 이어 2나노, 그리고 1.4나노까지 적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쟁사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TSMC는 올해 2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하면서 GAA 기술을 처음 적용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으며, 인텔 역시 2024년 인텔 20A(2나노) 공정부터 GAA 기술을 도입할 계획 중입니다.

다만 삼성전자가 최초 개발한 개발, 적용한 만큼 기술적으로 가장 우위에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선입니다. TSMC, 인텔이 이 GAA 기술을 2나노 이하부터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예상만큼 수율이 나오지 않거나 성능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GAA를 어떻게 적용하느냐가 기술 경쟁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말했듯, GAA는 초미세화 공정에서 반도체의 성능을 극대화하고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전략의 일환입니다. 특히, 1.4나노 공정에 GAA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측면 게이트가 위치하는 영역의 3차원 구조를 개선하고 새로운 물질을 도입하는 등의 기술적 진보가 필요합니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혁신할 핵심 기술임은 분명합니다. 앞으로 전자 기기가 GAA 기술을 적용하면 성능 향상을 획기적으로 이룰 수 있음은 물론, 전력 소모 감소를 이루게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GAA 기술의 발전은 우리 삶의 다양한 측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 빠르고 강력한 스마트폰, 더 효율적인 데이터센터, 더 똑똑한 인공지능 기술 등을 통해 더욱 편리하고 풍요로운 미래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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