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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미꾸라지→메기된 中알리…신선식품으로 대형마트도 추격

왕진화 기자

[ⓒ와이즈앱·리테일·굿즈]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초저가 공산품에 이어 신선식품 사업 진출로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가 지난달 앱 사용자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하루가 다르게 한국 현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이커머스는 물론 대형마트까지 이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게 됐다.

6일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쇼핑앱 ‘알리익스프레스(AIiExpress, 이하 알리)’ 사용자가 818만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역대 최대를 경신한 기록이며, 전년 동월 사용자 355만명과 비교하면 30%나 급증했다.

과거 PC주변기기 및 디지털·가전 강자에 그쳤었던 알리는 국내 이커머스 업계 감시망에 들지 않아올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했다. 그러나 지난해 초 유명 모델 기용을 기점으로 국내 소비자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으면서 업계 메기로 급부상했다. 그랬던 알리가 최근 신선식품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게 되면서 유통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감돈다.

알리는 국내 브랜드 상품 전용관인 ‘K-베뉴(K-venue)’를 통해 과일과 채소, 수산물 등 신선식품 판매를 시작했다. K-베뉴는 알리가 지난해 10월 론칭한 국내 상품 판매 채널이다. 국내 업체가 입점해 상품 배송까지 담당하는 방식으로 국내 e커머스 업체의 오픈마켓과 비슷한 형태다.

알리 K-베뉴 최상단에는 ‘부산 대저 토마토 2.5㎏’, ‘논산 설향 딸리 750g’ 등이 소수의 상품이 노출되고 있다. 예컨대 부산 대저 토마토 2.5㎏는 2만7800원에서 절반 가격인 1만3900원에 구매가 가능했다. 이처럼 일부 중소 판매자들이 과일, 채소, 육류, 해산물 등의 한정된 품목을 판매 중이다. 이는 초기 단계 수준이다.

다만 알리는 K-베뉴 확대를 위해 판매자로부터 입점 및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수수료 면제에 매력을 느낀 셀러들이 알리에 지속적으로 입점 절차를 밟는다면 취급되는 품목은 이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점쳐진다.

배송 역시 무료로 대부분 사흘 안에 완료돼, 저렴한 가격을 찾는 국내 소비자들이 빠르게 받는 것까지 포기해가며 구매하고 있다. 현재 K-베뉴엔 일상소비재, 뷰티, 가구 및 스포츠 카테고리 신규 브랜드가 입점해 있으며 최근 뷰티 기업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해 참존, 이고진, 스피드랙 등이 들어왔다.

신선식품 등을 취급하는 기업의 한 관계자는 “알리의 신선식품 진출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적거나 미미한 수준이지만, 매달 이용자가 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업계가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며 “조심스럽게 예측하건대 중국 기업이 파는 저렴한 국내 신선식품이라는 꼬리표는 소비자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알리익스프레스 K-베뉴 화면 갈무리

알리의 파상공세는 구인 공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알리는 온라인 그로서리 또는 리테일 분야에서 8년 이상 경력을 가진 신선식품 상품기획자(MD) 채용 공고를 냈었다. 특히 신선식품은 대형마트들이 본업인 오프라인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 최근 가장 공들이고 있는 영역이다. 국내 유통업계 인재 확보 경쟁마저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알리는 ‘크로스보더 e커머스’(국가 간 전자상거래) 물류망 구축을 선언하고 이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6월 평택항과 가까운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옌타이에 각각 3만㎡ 규모의 ‘한국행 전용 물류센터’를 지었다. 해당 물류센터가 생기면서 국내 거래 및 방문자 수는 더욱 가파르게 늘고 있다.

업계도 셀러 발길을 붙잡기 위해 수수료 인하 카드를 만지는 모습이다. 실제로 롯데온은 카메라, 게임기, 휴대폰 등 디지털가전 일부 카테고리의 판매 수수료를 기존 9%에서 5%로 일괄 인하했다. 이는 기존 입점 셀러부터 신규 입점 셀러 등 모든 셀러에게 조건 없이 적용된다.

G마켓은 셀러와의 동반성장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중소 영세 판매자와의 상생 취지로 2019년부터 판매이용료(오픈마켓 수수료)를 5년째 동결하고 있다. 홈플러스도 지난 1~2월 온라인 택배배송 채널에 신규 입점한 판매자를 대상으로 90일 간 판매수수료 0%를 면제했다.

한편, 지난해 소비자원에서 진행한 알리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는 673건으로 전년(228건) 대비 약 3배로 늘었다. 올해는 1월에만 전년의 31.5%에 이르는 212건의 피해 상담이 이뤄졌다. 이에 최근 공정위는 알리가 전자상거래법 등 소비자 보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를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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