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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프로 중의 프로 LCK, 아마추어 운영은 그만

문대찬 기자

디도스 공격으로 LCK가 무관중 녹화 중계 되면서 텅 빈 롤파크 경기장. [ⓒ라이엇게임즈]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라이엇게임즈가 주관하는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는 프로 중에 프로가 모인 세계 최고의 ‘리그오브레전드(LoL)’ 이스포츠 리그다.

10주년을 맞은 지난해, LCK는 전례없는 황금기를 보냈다. LoL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LCK 출신 선수 넷이 맹활약하며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수확했다.

전 세계 4억명이 지켜봤다는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선 LCK의 T1이 중국팀 4팀을 전부 집으로 돌려보내면서 최정상에 섰다. 광화문에서 거리 응원이 벌어지고, 대통령이 직접 T1 선수단에 축전까지 내리는 등 월드컵이나 올림픽 못지 않은 전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흥행 열기를 고스란히 이어가기는커녕, 지난 1월17일 개막한 LCK는 전례없는 혼란으로 리그 가치와 신뢰 하락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지난달 가해진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으로 인해 원활한 대회 진행이 어려워졌고, 급기야는 무관중 녹화 중계 방송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와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오후 3시에 시작한 디플러스 기아와 DRX의 경기는 디도스 공격으로 8차례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가 장장 7시간에 걸친 소모전 끝에 마무리됐다.

LCK는 이후 디도스 공격을 막기 위해 프로토콜을 강화하는 등 방도를 강구했지만, 다음 경기에서도 사태가 재발해 백기를 들었다. LCK가 언제 생방송을 재개할지는 현재 미지수다.

사태 발생 직후 LCK의 대응은 아쉬움이 남는다. 프로야구나 축구 등 전통 스포츠 인기를 넘보는 데다, 자그마치 출범 10년이 된 리그인데도 위기 대응 능력은 여전히 아마추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서다.

작년 12월 게임 스트리머를 향한 공격에서 감지된 디도스 위협이 프로리그까지 뒤흔들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을 터다. 개막까지 충분한 대비 기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LCK와 라이엇게임즈는 소극적으로 대처했고, 공격이 거듭돼 혼란이 가중되고 나서야 뒤늦게 보안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수사 기관 협조를 구했다. 실제, 적잖은 보안 전문가들은 망 분리 및 방어 장비 구축 등 라이엇게임즈의 기술적 대비가 미흡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가운데 LCK가 지난 4일 낸 입장문에서 최근 실행한 몇 가지 보호 조치로 디도스 공격 대항력을 성공적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밝힌 터라, 늑장대응에 대한 아쉬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디도스 공격이 최초 발생한 날의 대응 방식도 실망을 안긴 부분이다. LCK는 예정된 두 번째 경기의 연기를 갑작스레 결정하고 통보했고, 이에 오랜 시간 기다렸던 팬과 관중들이 허무하게 집으로 돌아갔다. 유연하고 신속한 상황 판단으로 혼란이 가중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지만 깜깜이 소통으로 관람객과 시청자, 선수단에게 피로를 안겼다.

LCK는 서툰 일처리로 인해 매해 팬들에게 적잖은 손가락질을 받아왔다. LCK가 디도스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강도 높은 비판을 받는 것은, 누적된 팬들의 실망감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아마추어 수준의 운영이 반복되면 이는 궁극적으로 이스포츠 산업 전반의 가치 하락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친구와 연인, 가족이 모두 즐기는 최고의 인기 스포츠를 목표로 하는 LCK로서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문대찬 기자
freez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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