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정부, 기술중립성 도입 무용지물?…수백억원 증발 위기 어쩌나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LG헬로비전의 기술중립성 상품 출시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반대로 지연되면서 자칫 투자액 수백억원이 날아갈 우려와 함께, 관련 법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는 앞서, 방송법 개정을 통해 기술중립성 개념을 도입했다. IPTV(인터넷TV)·케이블TV·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사업자 간 전송방식 구분을 없앤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전까진 유료방송사업자가 전송기술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 해도 법으로 제한됐다. 방송 전송방식에 따라 방송매체를 구분했기 때문이다. 특히 케이블TV는 주파수(RF·Radio Frequency) 기반의 MPEG-2 신호만을 사용해 방송을 전송할 수 있었는데, 가용 주파수 대역이 제한돼 채널 수 확대는 물론 채널당 전송 용량에도 한계가 있었다.
법 개정으로 케이블TV도 인터넷프로토콜(IP) 기반의 고도화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PP 동의 관행이 복병이 됐다. 정부는 플랫폼의 갑질을 막고자 약관 변경 신고시 PP로부터 사전 동의를 구하도록 했는데, 최근 한 대형 PP사는 동의 조건으로 인상된 콘텐츠 사용료를 내라고 LG헬로비전 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콘텐츠 사용료의 적정액을 두고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약관 변경이 결국 좌초된다면 LG헬로비전의 손실은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네트워크 구축 및 셋톱박스 개발 등에 수백억 원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여전히 PP의 동의를 받아오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협상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제도적 허점을 방조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정부 판단엔 근거가 있겠지만 플랫폼의 경쟁력 약화가 PP를 포함한 미디어 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이 충분히 고려되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이를 사업자 간 자율협상에 맡긴다면, 시장은 보다 협상력 있는 사업자를 중심으로 흘러갈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미디어 시장은 다른 시장과 성격이 다르다. 방송시장 재원은 순환되는 구조다.
즉, 플랫폼의 상황이 악화된다면 결국 PP에 줄 수 있는 콘텐츠 사용료의 전체 규모도 줄 수 밖에 없다. 나아가 콘텐츠 유통채널도 사라지게 된다. 매해 제작되는 콘텐츠 수는 계속 늘고 있지만, 이미 플랫폼이 편성하는 콘텐츠 수는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정부가 전체 미디어 시장의 생존과 상생의 관점에서 중재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현재 정부에 요구되는 것은 정책적 일관성이다. PP의 약관 변경 미동의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케이블TV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기술중립성 도입 당시 취지와 일관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당초 정부는 유료방송사업자 간 전송방식 구분을 없애 사업자 간 경쟁촉진과 이용자 편익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기술중립성 개념을 도입한 바 있다.
정부가 과거 협상력 열위에 있는 PP를 보호하고자 약관 변경 동의를 구하게 한 것처럼, 대형PP와 케이블TV의 바뀐 상황을 고려해 최소한 약관 신고와 관련된 부분만에서라도 중재를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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