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레벨업] ① 선택 아닌 필수로… AI 파고 올라탄 게임업계
최근 몇 년 사이 이뤄진 인공지능(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전 세계 산업군 전반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예부터 AI 기술을 들여다봤던 게임업계도 앞다퉈 AI 기술 연구 및 관련 사업을 확장하며 레벨 업(Level Up)을 노리는 모습이다. AI를 이용해 업무 효율화를 꾀하는 것에서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인간처럼 생각하는 NPC(논플레이어블캐릭터) 개발 등 혁신을 꿈꾸고 있다. 게임업계의 AI 동행기를 디지털데일리가 소개한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오픈AI가 개발한 챗GPT 등장에서 촉발된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다양한 분야에서 생성형 AI를 상용화한 사례가 나오면서, 어느 때보다 AI를 접목한 사업 모델에 대한 업계 관심이 높다.
복수의 증권사는 AI를 향후 수년간 산업계를 주도할 핵심 테마로 꼽고 있다. KB증권 임상국 연구원은 “생성형 AI가 산업계에 대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면서 “AI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AI 스마트폰 출시에 이어 가전, 로봇, 모빌리티, 바이오, 게임 등에도 AI가 채택되는 등 생성형 AI가 우리 생활 전반에 빠른 속도로 침투하고 있다”고 말했다.
꾸준히 AI 관련 투자를 이어온 게임업계도 한 단계 레벨이 높아진 생성형 AI를 통한 혁신을 꾀하고 있다. 다양한 리소스를 제공하는 AI 도입을 통해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등 업무 효율화를 노리는 한편, 나아가서는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NPC(논플레이어블캐릭터) 개발을 통해 전례 없는 이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업계는 경기 침체 심화에도 AI 연구 투자 규모는 도리어 늘리고 있다. 앞서 호황을 틈타 벌인 메타버스와 멀어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AI를 개발에 활용하는 사례도 속속 등장 중이다.
실제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이 펴낸 ‘콘텐츠산업 2023 결산, 2024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 서비스를 도입하는 콘텐츠 업체와 이를 활용하는 제작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작년 국내 콘텐츠 산업 1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8%가 생성형 AI를 도입했다고 답했으며, 이중 72.6%는 창작자 및 제작 환경에 생성형 AI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AI 관련 국내 게임사 선두주자는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다. 이들은 2011년부터 AI 전담 조직을 출범하는 등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해 왔다. 디지털 휴먼과 생성형 AI 기술을 연구하는 AI 센터, 자연어 처리 기술을 연구하는 NLP(자연어 처리) 센터 등 관련 조직 인력 규모만 300여명에 이른다. 엔씨는 이달 초엔 해당 조직을 김택진 대표 직속 ‘리서치본부’로 통합하면서 AI 사업 확장 의지를 드러냈다.
벌써 관련 결과물도 나오고 있다. 자체 개발 언어 모델 ‘바르코LLM’는 현재 텍스트 기반 이미지 생성, 게임 시나리오 생성 작업 등에 활용하며 상용화 작업을 거치고 있다. 이밖에 엔씨는 작년 NLP 기술과 언어 모델을 이용해 항공기상청, 로봇 개발 기업 등 여러 업체와 AI 협업을 진행하면서 B2B(기업간거래) 영역으로 시야를 확장하고 있다.
크래프톤 역시 2021년 설립된 딥러닝 본부를 통해 AI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현재 임직원의 90% 이상이 업무에 AI를 활용 중이고, 다양한 AI 기술을 개발 과정에 도입하고 있다. 김창한 대표가 직접 나서 중요도를 강조할 정도로 전사적 관심이 크다.
크래프톤은 현재 NLP와 특정 스타일 변환 및 3D 아바타 생성 기술, 감정 표현이 자유로운 음성인식기술(STT·TTS) 등 딥러닝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궁극적으로는 이용자와 자연어로 대화하면서 게임하는 AI ‘버추얼프렌드’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크래프톤 AI 기술의 우수성은 정평이 난 수준이다. 지난해 세계 최대 AI 학술 대회 뉴립스에 발표한 AI 논문은 5편으로, 국내 게임사 중 가장 많다. 해당 논문은 생성형 AI, 강화학습, 멀티모달 모델 등 게임 제작 전반에 걸친 원천기술 연구 성과를 다뤘다.
넥슨은 지난 2017년 설립한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조직 ‘인텔리전스랩스’를 통해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게임 관련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자사 게임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속한 인력만 약 700명으로, 규모만으로는 업계 최대다.
인텔리전스랩스는 이용자 경험에 초점을 맞춘 AI 기술을 개발 및 활용하고 있다. 작년 4월 자사 다양한 조직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집약해 개발한 플랫폼·데이터 기반 솔루션 ‘게임스케일’이 대표적이다. 이용자 서비스 품질 향상에 사용되는 해당 솔루션은 이미 상용화 단계로, 국내외 게임사와 솔루션 업체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도 인텔리전스랩스는 인간처럼 말하는 NPC 연구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익숙한 목소리와 억양을 그대로 살릴 수 있는 ‘넥슨 보이스 크리에이터’ 기술을 고안했고, NPC가 정해진 스크립트를 벗어나 이용자와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는 기능도 연구 중이다.
넷마블은 마젤란실과 콜럼버스실을 운영하며 AI 연구와 기술 개발, 데이터 분석을 통한 AI 서비스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가상 그룹 ‘메이브’와 해당 그룹 멤버와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챗 시우’ 등을 공개하며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의 확장도 꾀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AI센터를 통해 다양한 기술을 게임 서비스에 활용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앞서서는 네이버클라우드와 맞손을 잡고 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외 적잖은 국내 중소게임사와 인디게임사도 AI 기술을 활용해 업무 효율성 증대를 꾀하는 중이다.
증권가는 실적 악화에 빠진 게임업계가 생성형 AI 기술 도입에 힘입어 반등 동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에셋증권 임희석 연구원은 생성 AI를 ‘게임산업의 마지막 반등 트리거’라고 주목하면서 올해부터 게임사에 대한 재평가가 이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생성 AI 도입으로 게임의 한계 재미가 상승하고 콘텐츠 공급이 증가하며, 생산성 향상에 의한 비용 절감이 본격화 될 것”이라며 “생성 AI가 불러올 변화의 본질은 콘텐츠 생산성 증대에 있다. 콘텐츠 공급 증가에 따른 산업 확장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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