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기업법률리그 46] 양도인에 대한 소멸시효가 중단된 경우 상호속용 영업 양수인에게도 중단 효과가 미치나

조윤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조윤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법무법인 민후 조윤 변호사] 상법은 상인이 영업을 양도한 경우 그 상인의 상호를 그대로 사용하는 양수인이 양도인의 영업으로 인한 제3자의 채권에 대하여 변제할 책임을 지우고 있다. 이를 상호를 속용하는 양수인의 책임이라고 하고, 줄여서 상호속용 양수인의 책임이라고도 한다.

상법

제42조(상호를 속용하는 양수인의 책임) ①영업양수인이 양도인의 상호를 계속사용하는 경우에는 양도인의 영업으로 인한 제3자의 채권에 대하여 양수인도 변제할 책임이 있다.

②전항의 규정은 양수인이 영업양도를 받은 후 지체없이 양도인의 채무에 대한 책임이 없음을 등기한 때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양도인과 양수인이 지체없이 제3자에 대하여 그 뜻을 통지한 경우에 그 통지를 받은 제3자에 대하여도 같다.

상호를 속용하는 영업양수인의 책임을 정하고 있는 상법 제42조 제1항은, 일반적으로 영업상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신용은 채무자의 영업재산에 의하여 실질적으로 담보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인데도 실제 영업양도가 이루어지면서 채무인수가 제외된 경우에는 채권자의 채권이 영업재산과 분리되게 되어 채권자를 해치게 되는 일이 일어나므로 채권자에게 채권추구의 기회를 상실시키는 것과 같은 영업양도의 방법, 즉 채무를 인수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호를 속용함으로써 영업양도의 사실이 대외적으로 판명되기 어려운 방법 또는 영업양도에도 불구하고 채무인수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이 대외적으로 판명되기 어려운 방법 등이 채용된 경우에 양수인에게도 변제의 책임을 지우기 위하여 마련된 규정이다(대법원 2022. 4. 28. 선고 2021다305659 판결).

위와 같은 취지를 보면 상법 제42조의 규정 취지는 양도인에 대한 제3자의 채권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으로 보인다. 그런데, 제3자가 양수인에 대한 채권의 소멸시효가 임박하여 양수인을 상대로 채권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는 등의 방법으로 즉, 이행청구를 통하여 소멸시효를 중단시킨 경우, 그 소멸시효 중단의 효과가 상호속용 영업 양도인에게도 미칠까?

소멸시효 중단의 효과가 미치는 범위

민법의 소멸시효 규정에 따라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는 1. 청구, 2.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 3. 승인의 경우가 있고(민법 제168조), 시효의 중단은 당사자 및 그 승계인간에만 효력이 있다(민법 제169조). 그리고 민법 제416조에 따라 어느 연대채무자에 대한 이행청구는 다른 연대채무자에게도 효력이 있다(이행청구의 절대적 효력).

그리고 우리 법은 명시적으로 부진정연대채무를 규정한 것은 아니나, 연대채무자 사이에서 부담부분에 관한 상호 구상권을 제한하는 부진정연대채무를 인정하고 있고, 대법원은 판례를 통하여 부진정연대채무의 경우 채무자 1인에 대한 이행청구 또는 채무자 1인이 행한 채무의 승인 등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나 시효이익의 포기가 다른 채무자에게 효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6다34687 판결 등).

그렇다면 상법 제42조에서 규정된 상호속용 영업 양수인이 양도인의 영업으로 인한 제3자의 채권에 대해 양도인과 부진정연대채무관계에 해당한다면, 양도인에 대한 소멸시효 중단효과가 영업 양수인에게 미치지 않으므로 양도인의 채권자는 그 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 서둘러 상호속용 영업양수인에게 채권을 행사하여야 한다.

양도인과 상호속용 영업 양수인이 부담하는 연대책임의 성질

양도인과 상호속용 영업 양수인이 부담하는 연대책임의 성질에 관하여 우리 법원은 부진정연대채무라는 입장이다(대법원 2009. 7. 9. 선고 2009다23696 판결,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다114783 판결, 대법원 2023. 12. 7. 선고 2020다225138 판결). 따라서 채권자가 영업양도가 이루어진 뒤 영업 양도인을 상대로 자신의 채권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확정판결을 받았더라도, 소멸시효 중단이나 소멸시효 연장의 효과는 상호를 속용하는 영업양수인에게 미치지 않는다.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3. 12. 7. 선고 2020다225138 판결의 사실관계를 이해의 편의를 위하여 간추려보면 A는 갑 회사에 500,000,000원을 변제기 2009. 12. 11.로 정하여 대출하였고, 갑 회사가 이를 갚지 않자 A가 2016. 6. 27. 갑 회사를 상대로 위 대여금에 관한 지급명령을 신청하여 그 지급명령이 2016. 10. 11. 확정되었다. 이로 인하여 A의 갑회사에 대한 대여금 채권은 확정판결로 인하여 소멸시효가 중단이나 연장의 효과가 있다.

그런데, 갑 회사가 2012. 9. 30. 폐업하고 갑 회사와 동일한 이름의 갑 회사가 2013. 1. 4. 설립되었고, 후에 설립된 갑 회사는 이전의 갑 회사의 묵시적인 영업양도계약에 따라 이전 회사의 중요 영업재산과 인적조직 등 기능적 재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즉, 상호가 같고 사업목적이 동하며 영업을 양수한 회사가 새로이 설립되었다고 보았다. 이에 A는 후에 설립된 갑 회사를 상대로 앞선 대여금의 본래 소멸시효 완성시기를 지나 대여금 채권을 구하는 청구를 하였는데, 이에 대해 대법원은 앞서 본 것처럼 상호속용 영업 양수인의 변제 책임은 양도인과 부진정연대채무 관계로 보아 양도인에 대한 소멸시효 중단 효과가 상호속용 영업 양수인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자신이 영업에 관하여 채권을 갖고있는 권리자라면 채무자의 영업이 양도되고, 그 양수인이 상호를 그대로 사용하여 영업하더라도 서둘러 법적 조력을 받아 권리행사를 게을리 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조윤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기고와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무관합니다.>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