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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초격차' 확신 SK하이닉스…남은 과제 '탄소 중립' [2024 주총]

배태용 기자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SK하이닉스가 제 76기 주주총회를 열고 안건을 모두 원안대로 처리했다. 메모리 업계 최초로 흑자 전환에 성공, 주가 역시 호조세를 띠고 있는 만큼 행사는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마무리됐다. 다만, 글로벌 탄소중립 등 기관투자자 관점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점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 메모리 업계 최초 흑자전환…올해도 HBM 선두 '자신감'

27일 SK하이닉스는 경기도 본사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곽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2023년은 메모리 시장이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각국의 고금리 기조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와 IT 수요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극심한 업황 다운 턴을 경험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하반기부터 AI 메모리 제품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공급 업체들의 감산 영향이 반영되면서 업황이 개선됐다"라며 "SK하이닉스는 전년 대비 투자를 축소하고 재고 수준이 높고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감사를 진행하는 한편, 업계 선두 AI 메모리 제품 판매를 확대로, 경쟁사 대비 빠른 실적 개선을 나타냈다"라고 평가했다.

올해 전망에 대해선 인공지능(AI)향 HBM(대역폭메모리) 비중 증가로 수익성이 나아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글로벌 AI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AI향 메모리 수요는 큰 폭으로 성장하고 PC와 모바일 분야에서는 온 디바이스 AI 등장으로 차세대 디바이스에 대한 교체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업계의 투자 축소와 감산으로 4~5개월에 달했던 공급사의 재고는 올해 안에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고 고객사 재고 역시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강조했다.


낸드플래시(NAND Flash)와 관련해선 "기술 개발을 통해 업계 최고 원가, 제품 경쟁력을 확보 했으며 모든 응용 분야에서 솔루션 역량을 내재화 했다"라며 "성장 지연으로 재무 성과에 아쉬움이 있어 회사는 기존 점유율 중심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방향을 전환하고자 한다. 재무 여력과 투자 수익성을 고려하여 낸드 투자 프로세스를 강화하는 한편, 낸드와 솔루션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강화 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또한 그는 "올해는 미국의 대선 등 주요 국가에서 선거가 진행되는데, 각국의 선거 결과에 따라 반도체를 둘러싼 지정학적 환경이 변화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회사는 이러한 대외 환경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는 글로벌 경기 둔화 등 영향으로 메모리 업계도 크게 얼어붙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의 실적 역시 급감, 연결 기준 매출액 44조6216억원, 영업이익 6조8094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온디바이스 AI 등장 등 메모리 수요가 폭증, 반전을 맞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3460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최초로 흑자전환에 성공, 주가도 상승세다.


◆ 주가 호조에 주총장 분위기 화기애애…탄소 중립 미흡 지적 나와

이 때문에 이날 주총장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화기애애, '올해도 잘 해달라'는 입장을 전하는 주주들이 많았다. 다만 한 해외 기관 투자자는 SK하이닉스의 탄소 중립 전략 등에 관해 물었다. 하이닉스 탄소 배출량은 투자의 주요 고려 대상이라는 이야기로, 투자자 뿐만 아니라 반도체 산업의 전세계 고객에서도 탈탄소에 대한 구체적 요청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곽 사장는 "2022년도에 PRISM 기반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와, TCFD 권고안에 대한 대응 활동 내용을 담은 리포트를 발표했었다"라며 "2030년까지 목표 수립을 위해 진척도는 매년 점검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제 RE30(재생에너지 30%) 수준을 달성했는데, 2021년도에 4% 정도 불과했던 것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빠르게 개선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라며 "넷 제로(Net Zero) 달성에 필요한 국내 재생에너지 수급 문제는 어려움이기도 하다"라며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지금 내부적인 ESG 경영위원회를 비롯해 전사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답했다.

주총이 끝난 이후, 곽 사장은 짧게나마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는 시간도 가졌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소식통을 인용해 SK하이닉스가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피엣에 40억 달러(5조3000억원)를 들여 공장을 건설한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나 확정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선 ▲제76기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의 건 ▲ 사내이사 선임 (안현 부사장) ▲사외이사 선임 (손현철 연세대 교수) ▲ 기타 비상무이사 선임 (장용호 SK(주) 사장) ▲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양동훈 동국대 교수)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개정 승인의 건의 의안을 모두 원안대로 가결했다.

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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