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와 대화 나선 네이버 최수연, 끝내 등판 안 한 카카오 정신아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작년엔 이렇게 주주와 소통한 시간이 없었던 것 같은데 올해는 정말 감사드린다.” (네이버 주주)
“카카오 주주총회는 일반 주주들의 접근성이 매우 낮아 이들 목소리를 듣기 어렵습니다. 답답한 주주총회를 축제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갔으면 합니다.” (카카오 주주)
28일 기점으로 국내 양대 포털 플랫폼 네이버와 카카오의 정기주주총회가 마무리됐다. 양사 모두 주가 부진에 따른 주주들 불만이 이어졌지만, 경영진 소통에 대한 평가는 업계 안팎 평가가 갈렸다.
이전 주총에서 부족한 질의 시간으로 주주들의 원성을 산 3년차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적극적인 소통 의지를 드러낸 반면, 이날 공식 취임한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주주들과의 첫 대면 자리인 주총장에 나타나지조차 않았다.
◆부족한 소통 지적 피드백…네이버 주주 질의응답 30여 분 진행
네이버는 지난 26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제2사옥 1784에서 개최된 제25기 정기주총에서 전체 시간의 약 40%를 주주와의 소통에 할애했다. 이는 지난해 네이버 정기주총에서 주주들이 경영진들의 형식적인 답변을 지적한 데 따른 변화다.
당시 최수연 대표는 “다음 주주총회 때 주주들께서 실질적인 의사 진행과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방안이 없을지 더 고민하고 반영하겠다”라고 약속한 바 있다. 최 대표는 이번 주총을 시작하기에 앞서 “안건 결의 후 추가적인 질의응답 시간을 충분히 가질 예정”이라고 안내한 이후, 이를 이행했다.
보통 기업 주총은 특이사항이 없으면 빠르면 15분~30분 만에 끝나기도 한다. 하지만 네이버는 현장에 온 주주들이 더 이상 손을 들지 않을 때까지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실제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한 네이버 주총은 한 시간을 훌쩍 넘긴 오전11시18분경 종료됐다.
최 대표는 이날 상정된 안건 중 네이버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한 ‘변재상 사외이사 선임의 건’ 관련해 회사 입장과 발탁 사유를 묻는 주주 2명에 “국민연금의 우려는 전달받았다”라면서도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받는 과정에서 엄정한 검증과 해소 절차를 거쳤음을 피력했다.
모든 안건이 가결된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엔 주주 10명이 ▲이커머스·인공지능(AI) 전략 ▲알리·테무 등 중국발 해외직구 플랫폼 공세 영향 ▲네이버웹툰 미국 증시 상장에 따른 기업 가치 하락 우려 등 총 12개 질문을 던졌고, 최 대표와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답변에 나섰다.
특히 최 대표는 주가 부양 문제 관련한 주주들 쓴소리에도 “지적한 부분을 잘 인지하고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라며 “혁신이 죽은 것 같다는 말씀은 대표이사인 제게 주는 말씀으로 새겨듣겠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신임 대표 없는 맹탕 주총…카카오 노조 성토장에 그쳐
반면 28일 제주 제주시 영평동 스페이스닷원에서 개최된 제29기 카카오 정기주총은 개회 전부터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이하 노조)’이 본사 앞 피케팅에 나서는 등 다소 삭막한 분위기였다.
이날 주총에서 노조는 ▲종속회사 영향에 따른 영업권 상각 ▲이사회 무용론 ▲사내이사 보상 정책 등 안건 관련해 여러 질의를 하는가 하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80억원)’과 ‘이사 퇴직금 지급규정 개정의 건’ 같은 일부 안건에 반대 의사로 기립했다.
네이버와 가장 대조적인 대목은 정신아 신임 대표가 주주들과의 대화에 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부로 공식 임기가 시작된 정신아 대표에 주총은 카카오 수장으로서 나서는 첫 번째 공식 등판 장소였다.
차기 대표의 선임 건이 안건에 오르는 주총은 신임 대표가 얼굴을 비추는 공식 석상으로 여겨지곤 한다. 최 대표도 공식 대표에 선임되는 지난 2022년 제23기 네이버 주총에 참석해 신임 대표로서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더군다나 정 대표는 작년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 등 많은 대내외 리스크에 직면한 카카오가 ‘최고 비상 경영 단계’를 선포한 이후 낙점된 핵심 인물이다. 정 대표는 지난해 말 차기 대표로 내정된 이후 경영 쇄신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 만큼, 올해 주총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할 것인지가 업계 관심사였다.
하지만 정 대표는 주총에 불참한 데 이어 대외적으로 이렇다 할 소통을 하지 않았다. 정 대표는 이날 카카오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사내 외의 기대와 주주의 눈높이에 맞는 혁신을 이루기 위해 쇄신 작업에 속도를 더하겠다”라며 “카카오만이 할 수 있는 AI 기반 서비스 개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 또한 확보할 것”이라고 전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상법상 주주총회 의장을 맡는 현 대표가 주총 참석이 강제되는 것과 달리, 내정자 신분은 관련 의무가 없다”라며 예전부터 (대표 내정자 신분은) 잘 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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