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나 칼럼

[취재수첩] "쓸 기업만 써라" VM웨어·시트릭스 조용한 횡포

이안나 기자
[ⓒ 픽사베이]
[ⓒ 픽사베이]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VM웨어 인수한 브로드컴은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상품만 판다는 말이 있어요. 어차피 시장 우위에 있으니 살 사람만 사고 못사는 사람은 못사는 거죠.”

“시트릭스도 최근 글로벌 가격정책 발표한 것 보면 VM웨어랑 거의 똑같은 상황입니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도 시간문제입니다.”

VM웨어·시트릭스 등 글로벌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의 가격정책 변화를 지켜보는 국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가격정책 변화는 실상 최종 사용자인 기업들 비용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경제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IT인프라 비용을 줄이는 상황에서 이러한 변화는 중개 판매하는 파트너사부터 최종사용자 기업까지 모두가 우려할 만한 요인이 됐다.

VM웨어는 지난해 말 브로드컴으로 인수가 완료된 후 빠르게 수익성 강화 기조로 돌아섰다. 영구 라이선스 판매를 중단하고 구독 방식으로 전환을 통보했다. 제품 라인업을 대폭 줄이고 묶음 상품으로만 판매한다. ‘끼워팔기’ 방식으로 비용을 더 받는 전략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가격 책정 부과 방식도 기존 중앙처리장치(CPU) 수 기준에서 코어 수 기준으로 바꿔 사용기업 비용 부담을 높였고, VM웨어 무료 V스피어 하이퍼바이저(ESXi) 제공을 중단했다. 무료 버전은 코어와 메모리 부분 기능이 제한되지만, 취미용이나 VM웨어 도입 전 체험 용도로 이용됐다. 무료 V스피어 종료는 브로드컴이 소규모 고객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의미로 읽힌다.

사모펀드에 인수된 시트릭스도 최근 달라진 가격정책을 발표했다. 구독제인 ‘시트릭스 유니버설’은 가상화 서비스와 플랫폼을 통합해 제공하면서 올해 9월까지 월 단위 구독을 연간 구독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월 단위 구독을 유지할 경우 서비스 비용을 2배로 지불해야 한다. 월단위 구독은 시트릭스에 비용 증가와 블확실성을 가져온다는 이유에서다.

VM웨어나 시트릭스를 사용하던 기업들엔 굳이 필요하지 않은 기능까지 함께 구독하면서 비용을 더 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갑작스런 가격인상 정책에 기업들은 난감한 모습이다. 기업용 소프트웨어는 유튜브나 넷플릭스처럼 구독료가 인상됐다고 즉시 중단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다른 대안을 찾아 적용하는 것만으로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더군다나 VM웨어나 시트릭스는 각각 서버 가상화, 데스크톱 가상화 분야를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기업들이 VM웨어나 시트릭스 솔루션을 도입한 건 검증받은 기술력과 명성 때문인 이유가 컸지만, 비용 문제에 있어 화살로 돌아왔다. 이들을 인수한 모회사들은 이들 지위를 이용해 수익을 짜내는데 바쁘다.

결국 글로벌SW기업 횡포에 사용기업들이 속수무책이 되지 않기 위해선 다양한 선택지가 마련돼야 하는 게 우선이다. 국내 기업 제품 입지가 과거에 비해 좋아졌다곤 하지만 외산 제품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아직 과제가 많다. 기업들 역시 글로벌SW 은근한 ‘갑질’에 대비하기 위해선 국내 기업 성장을 애타게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