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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앞 등불 처지 알체라… “기업 존속 여부 장담 못해”

이종현 기자

[ⓒ알체라]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합니다.” 인공지능(AI) 기업 알체라의 감사보고서에 적힌 표현이다.

알체라는 2023년 매출액 115억원, 영업이익 –185억원, 당기순이익 –267억원을 기록했다. 적자는 매출액을 훨씬 뛰어넘는다. 매출 상승폭은 미미한 반면 적자는 눈덩이처럼 쌓여가고 있다. 누적 결손금은 765억원이 쌓였다. 자본총계 82억원으로, 작년과 같은 적자가 반복된다면 올해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실적이 악화되자 기업 감사보고서에서도 지속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나왔다. 알체라의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삼화회계법인은 지난 연말 기준 알체라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의 합계가 170억원으로 신고됐지만 올해 3월7일 전환사채권자에게 57억원을 상환해 실제 운영 가능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은 현재 더 축소됐다고 경고했다.

또 2025년 1월31일부터 전환사채 원금 172억원에 대한 조기상환 청구도 가능해졌다고 전했다. 조기상환 청구시 조기상환 보장수익률 4%를 가산한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데, 전체 금액의 조기상환이 청구될 경우 알체라는 179억원을 지불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전환사채권자의 조기상관권 외에 전환사채권자와의 약정에 따른 기한이익상실 조건의 발생 가능성도 있다고 명시되는 등 사면초가의 위기에 놓였다.

알체라는 영업수익을 키우고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감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우선 올해 25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두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안면인식 사업에서 154억원, 데이터 사업에서 95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안면인식 사업서 19억원, 데이터 사업서 83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를 크게 상회하는 목표치다. 이에 대한 근거도 제시했는데, 알체라는 지난 연말 기준 수주잔고액이 102억원이라고 밝혔다. 알체라가 사업보고서를 통해 수주잔고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지난 1분기 중 1차 구조조정을 시행했고 3분기에는 순환무급휴직, 2분기 중 자회사 통폐합을 추진한다. 대표 급여 삭감과 사택지원제도 폐지 등으로 총 50억원의 비용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GPT스토어의 이미지 생성 AI 서비스 '이미지 제네레이터'로 만들어낸 이미지

하지만 당면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수익성 향상이 절실하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알체라는 2021년 매출액 100억원을 기록한 뒤 2022년 110억원, 2021년 115억원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동기간 적자는 110억원에서 168억원, 185억원으로 매출보다 훨씬 가파르게 상승했다.

알체라는 2020년 12월 상장 당시 ▲2020년 매출액 64억원, 영업이익 –15억원 ▲2021년 매출액 154억원, 영업이익 24억원 ▲2022년 매출액 349억원, 영업이익 87억원 ▲2023년 매출액 587억원, 영업이익 173억원 등을 향후 추정 실적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2021년부터 흑자를 기록해야 했지만 실제 실적과의 괴리가 크다.

특히 상장을 추진한 2020년 실적이 투자설명서의 수치와 크게 다른 것이 눈길을 끈다. 알체라는 2020년 매출액 45억원, 영업이익 –51억원을 기록했다. 투자설명서에 명시된 것보다 매출액은 18억원 낮고 적자는 35억원 더 컸다. 투자설명서가 제출된 것은 2020년 12월8일이고 상장일은 2020년 12월21일이다. 불과 1개월 만에 예상치를 한참 벗어나게 된 것이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추가 자본조달은 필수적이다. 삼화회계법인은 알체라가 제3자 배정 및 기존 대주주의 유상증자 참여를 통한 자본금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알체라는 이미 한 차례 유상증자에 실패했다. 2023년 9월 9050원에 630만주를 발행키로 했지만 최초 공시 이후 4차례의 증권신고서 정정 제출 후 무산됐다.

악화되는 기업 사정에 주가도 내려앉았다. 5일 종가 기준 알체라의 주가는 4205원으로, 연초 8250원에서 반토막났다.

대주주인 네이버의 자회사 스노우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마저도 장담할 수는 없다. 작년 알체라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스노우는 7만3952주를 신청했는데, 당시 유증가 기준 6억6000만원 수준이다.

현재 기업 주가는 당시보다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큰 폭의 적자에 기업 존속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감사보고서마저도 제출되는 등 상황이 악화됐다. 스노우 및 대주주의 의무보유 약정기간이 작년 12월20일까지였던 만큼 유입은커녕 이탈도 가능한 시점이다.

이종현 기자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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