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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수걸이 잘해야”…줄줄이 상장 앞둔 토종 클라우드 기업들 긴장하는 이유

권하영 기자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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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클라우드 관련 기술기업들이 줄줄이 상장에 나서면서 업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빠른 외형 성장에 비해 아직도 적자에 허덕이는 곳들이 대부분이라, 기업공개(IPO)시 시장에서 이를 어떻게 평가할지가 중요해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클라우드 솔루션 전문기업 이노그리드는 이달 18일부터 24일까지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받고 26일 공모가를 확정해 29~30일 청약을 진행한다.

앞서 이노그리드는 3월 상장을 추진하다 청약 일정을 한달 연기하기로 하고 지난 15일 증권신고서 정정을 신청했다. 이노그리드는 올해 흑자 전환을 기점으로 당기순이익의 매년 상승을 전망하면서 희망 공모가 범위를 2만9000~3만5000원으로 제시했다.

이노그리드는 국내 클라우드 기업 최초 코스닥 상장을 추진한다고 홍보하고 있는데, 엄밀히 말해 이미 상장한 클라우드 기업이 없는 건 아니다. 클라우드 관리서비스(MSP) 사업을 하는 솔트웨어도 2022년 코스닥에 상장 당시 ‘상장 1호 클라우드 기업’으로 표현됐고, 이노그리드 공모가 산정에 비교기업으로 선정된 가비아나 KINX도 각각 클라우드서비스제공(CSP)과 클라우드 관련 솔루션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과거 이들 기업이 상장할 당시와 불과 몇 년이 지난 현재 클라우드 시장 상황이 많이 달라진 것은 맞다. 민간·공공 할 것 없이 디지털전환(DX)이 중요해지면서 핵심 인프라인 클라우드 시장이 활황을 맞았고, 특히 근래에는 인공지능(AI) 열풍이 불면서 더더욱 클라우드 서비스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클라우드 업계가 이노그리드에 주목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상장을 준비하는 다른 클라우드 기업들 입장에서는 이노그리드가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마수걸이 역할을 잘 해줘야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노그리드 상장에 대해 많이들 전망을 물어보는데, 내심 공모가가 높지 않나 생각하면서도 같은 시장에 있는 기업으로서 이노그리드가 좋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클라우드 대어’로 꼽히는 메가존클라우드도 같은 맥락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메가존클라우드는 지난 4일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고 밝히면서 3분기 상장 준비 사실을 공식화했는데, 이와 더불어 베스핀글로벌 등 다른 기업에까지 상장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메가존클라우드는 국내 MSP 기업 최초로 유니콘 반열에 오른 회사로, 현재까지 가장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모회사인 메가존에서 물적분할해 출범한 지 4년 만인 지난 2022년에 시리즈C 투자 유치까지 마치면서 누적 투자액이 8000억원을 넘어섰고, 기업가치는 2조4000억원으로 평가됐다.

다만 이노그리드나 메가존클라우드가 업계 바람대로 상장 흥행을 이뤄내려면 아직 숙제가 있다. 두 기업 다 매출 측면에서 빠르게 외형을 키우긴 했지만, 수익 측면에선 아직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기 때문이다.

이노그리드는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5억9400만원)과 당기순손실(8억5400만원)에서 같은해 4분기 영업이익(26억2400만원)과 당기순이익(31억2700만원)으로 흑자 전환하는 데 성공했지만, 올해 가결산 실적을 보면, 1~2월 합산으로 다시 영업손실(13억6800만원)과 당기순손실(11억5400만원)을 기록한 상태다.

메가존클라우드도 영업손실이 2020년 143억원, 2021년 153억원으로 이어지다 2022년 346억원, 지난해 690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두배씩 뛰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361억원을 기록해 전년(-2462억원)보다는 85% 이상 크게 개선됐다. 전년도 당시는 회계기준 변경 과정에서 현금 유출 없는 장부상 손실로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노그리드의 경우 수익성 요건을 충족 못해도 성장성에 입각한 기업가치를 인정하는 기술특례상장에 도전하고 있고, 메가존클라우드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선 CSP로부터 받는 수수료에 의존하는 수익 구조를 개선하고,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있다는 평가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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