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법률상식149] 전산상 오류로 잘못 전송된 선불식전자지급수단, 반환 청구를 할 수 있을까
[법무법인 민후 한지윤 변호사] 현금을 충전하여 충전된 금액 내에서만 물품이나 용역 등에 대한 구매대금을 결제하는 간편결제 서비스가 이제는 일상적이고도 보편적인 결제 방법이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간편결제서비스업을 운영하는 회사의 입장에서, 중요한 사업상 리스크 중 하나는, 간편결제 전산시스템의 오류로, 이용자가 입력한 수취인 정보와 유사하지만 다른 정보를 가진 상대방에게 결제대금을 지급하는 사안이 발생하는 경우일 것이다. 이런 경우, 선불식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을 사업으로 하는 회사는 전산상 오류로 지급된 선불식전자지급수단을 오류로 수취한 수취인에게 어떠한 조치를 위하여 이러한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민사상 수단과 형사상 수단이 각 가능한지 나누어 정리해보겠다.
1)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 가능 여부
법률상 원인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민법 제741조).
관련하여, 은행 예금계좌에 돈이 착오로 잘못 송금된 경우, 잘못 송금된 것임을 알면서 임의로 소비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는 행위자(수취인)는 착오 송금한 자(송금인)에 대하여 민법 제741조에 따라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입니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다51239 판결, 2022. 6. 30. 선고 2016다237974 판결 등).
한편, 이전(移轉) 가능한 금전적 가치가 전자적 방법으로 저장되어 발행된 증표 또는 그 증표에 관한 정보로서, 발행인 외의 제3자로부터 재화나 용역을 구입하고 그 대가를 지급하는데 사용되고 구입할 수 있는 재화나 용역의 범위가 한국표준산업분류의 중분류 상의 2개 업종 이상에 해당한다면 이러한 증표나 그 증표에 관한 정보를 “선불전자지급수단”이라 하는데(전자금융거래법 제2조 제14호), 이는 금전적 가치가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보인다.그렇다면 선불식전자지급수단은 민법 제741조의 부당이득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는 ‘재산’에 해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위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적용한다면, 선불전자지습수단으로서 재산에 해당하는 포인트 또는 적립금 등을 회사의 전산상 오류로 잘못 전송 또는 송금된 경우, 잘못 전송 또는 송금된 것임을 알면서 임의로 소비하거나 반환을 거부한 행위자(수취인)은 착오로 전송 또는 송금한 자(전송인)에 대하여 민법 제 741조에 따라 잘못 전송 등 된 금액 전액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 의무를 부담할 것이다.
특히 본 사안에서 송금인은 정상 정보를 입력하였으나 회사의 전산상 오류로 송금 오류가 발생한 경우이므로, 반환청구권자는 회사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회사는 민법 제741조에 따라 전산상 오류로 잘못 송금된 선불식전자지급수단을 잘못 수령한 수취인에게 반환 청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2) 형사 고소 가능 여부
본 건에서 형사고소가 문제되는 경우는 잘못 송금된 선불식전자지급수단을 수취한 자가 회사의 반환청구를 거부하고 임의 소비한 사안일 것이다. 이러한 행위에 대해서는 다양한 죄목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나, 대표적으로 횡령과 배임의 적용 여부가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횡령과 배임으로 고소가 가능할지는 개별사안에 따라 보다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1) 횡령죄목의 경우
먼저,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 성립한다(형법 제355조 제1항). 우리 대법원은 금전의 특성을 고려하여 예금계좌에 송금된 금원을 '재물'로 보고, 또한 착오로 예금계좌에 송금된 금원은 송금인과 수취인 사이에 별도의 거래관계가 없더라도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수취인에게 그 금원을 보관하여야 할 신임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은행 예금계좌에 돈이 착오로 잘못 송금된 경우, 잘못 송금된 것임을 알면서 임의로 소비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본다(대법원 1968. 7. 24. 선고 1966도1705 판결,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975 판결, 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6도3929 판결,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891 판결 등). 다만 문제는, 횡령은 그 객체를 '재물'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재물(財物)이란, 동산, 부동산, 금전과 같이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물건(物件)으로, 물체화 되지 않은 권리나 채권은 횡령죄의 객체인 재물이라 할 수 없다. 예컨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물체화 되지 않은 재산상 이익으로 재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해석이고(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도9855 판결, 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20도9789 판결), 주권이 발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권불소지 제도 등에 근거하여 예탁결제원에 예탁된 것으로 취급되어 계좌 간 대체 기재의 방식으로 양도되는 자본의 구성단위 또는 주주권을 의미하는 주식은 횡령죄의 객체가 될 수 없다고 보는 반면, 주권이 실제로 발행되고 예탁결제원에 예탁되어 계좌 간 대체 기재의 방식으로 양도되는 주권은 유가증권으로서 재물에 해당하여 횡령죄의 객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이다(대법원 2023. 6. 1. 선고 2020도2884 판결).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본다면, 전자적인 방법으로만 발행되어 전산적으로만 금전적 가치가 송금 및 수취되는 선불식전자지급수단의 경우, 위 대법원 2023. 6. 1. 선고 2020도2884 판결의 ‘주식’과 유사한 법리가 적용되어, 지류(紙類) 상품권이나 신용카드와 같이 재산상 가치나 권리를 표창하여 실제 물체(物體)가 발행된 것이 아니라 이전 가능한 금전적 가치가 전자적 방법으로 저장되어 발행된 증표나 그 정보로, 물체화되지 않은 권리에 해당하여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물리적 물건에는 해당하지 않아, 횡령죄의 객체인 재물에는 해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생각되어, 횡령죄목으로 고소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보인다. 따라서, 개별 사안에 따라 면밀하고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나) 배임죄목의 경우
다음으로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형법 제355조 제2항).
앞서 정리한 바와 같이 물리적 실물(實物)의 발행이 전자적 정보로 발행된 선불전자지급수단은 배임죄의 객체인 “재산상 이익”에 해당할 것으로 생각되기는 하나, 전산 오류로 잘못 송금된 선불식전자지급수단의 수취인에게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를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어 배임죄의 성립도 개별 사안에 따라 면밀하고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즉,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는 것이 현재 대법원의 해석이다(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1. 6. 24. 선고 2018도14365 판결, 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8682 전원합의체 판결). 이러한 법리를 바탕으로, 착오로 가상화폐가 송금된 경우 수취인이 송금인에게 가상화폐를 반환해야 할 민사상 관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송금인과의 어떤 “신임관계”를 인정하려워 수취인을 “송금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볼 수는 없어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기도 하였다(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20도9789 판결).
위 가상화폐의 배임죄 성립 여부에 관한 대법원 판례를 본건에 적용해본다면, 전산 오류 등으로 선불전자지급수단이 다른 회원에게로 잘못 전송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그 잘못 전송된 선불식전자지금수단을 수취한 이용자와 회사의 관계에 있어서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귀사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보기 어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 소결
이와 같이, 간편결제 전산시스템의 오류로, 이용자가 입력한 수취인 정보와 유사하지만 다른 정보를 가진 상대방에게 결제대금을 지급하는 사안이 발생하는 경우, 회사는 수취인에게 자발적인 반환을 청구하여 수취인의 임의 반환 및 협력을 도출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수취인이 그 반환을 거부하거나 나아가 임의로 소비한 경우에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를 제기하여 다투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횡령이나 배임 등의 형사고소가 가능한지는 개별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지윤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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