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이변 없는 당선, '안랩아닌 정치인 안철수 승리'가 남긴 의미

김보민 기자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분당갑에 당선된 국민의힘 안철수 후보. [ⓒ연합뉴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분당갑에 당선된 국민의힘 안철수 후보.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경기 최대 접전지로 꼽힌 성남분당구갑 선거에서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 깃발을 꽂았다. 출구조사 결과를 뒤집은 역전 승부로, 일각에서는 이변 없는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승리를 통해 정치인 안철수로서의 입지가 보다 강화됐다는 평가다. 다만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서 가졌던 존재감이 유지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도 제기된다.

정보통신 전문가로서의 입지보다 최근 정부와 의사단체간의 갈등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등 의학박사로서의 존재감을 오히려 드러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정치인으로서의 안철수 행보가 오래되고 강화될수록 안랩을 앞세워 보안업계 패러다임을 바꿨던 '안철수'라는 이름이 상징성을 잃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안랩은 여전히 정치 테마주로 묶이며 안 당선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고민이 커질 전망이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안 당선인은 성남분당구갑 선거에서 8만7315표(53.27%)를 득표하며 이광재 민주당 후보를 따돌렸다. 안 당선인은 "민심에 맞는 의정활동을 하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당선 소식이 나온 직후 안랩 주가는 들썩이기 시작했다. 시장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장 초반(오전 10시45분 기준) 5.03% 뛴 6만6800원에 거래됐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창업주의 정계 활동으로 안랩 주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국내 보안업계 관계자는 "증권 시장에서 안랩에 대한 주식 가치를 평가하거나 예측할 때 목표 주가를 제시할 수 없는 이유"라며 "과거보다 영향력이 크지 않지만 여전히 '안철수 테마주'라는 이미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안랩을 창업한 안 당선인은 청년 시절 컴퓨터 백신 프로그램 'V3'를 개발하며 업계를 발칵 뒤집은 인물이다. 이후 2012년, 2017년, 2022년 대선 예선 및 본선에 도전장을 내밀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10여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안랩=안철수'라는 인식은 여전히 팽배한 상황이다.

그 원인으로는 지배구조가 꼽힌다. 안랩이 최근 공시한 사업보고서(2023사업연도)에 따르면 안 당선인은 지분 18.57%를 보유하며 여전히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보유 주식 수는 186만주다.

안 당선인이 정계 활동을 확장하며 ICT 시장과 사실상 멀어지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실정이다. 실제 안 당선인은 '판교 KIST 분원 설치', 'KAIST 인공지능(AI) 연구원 유치'를 언급하기에 앞서 1호 공약으로 '노후 아파트 재건축' 등을 거론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마트 교통도시 구축'도 핵심 공약 중 하나다.

이번 당선으로 정치적 입지가 공고해지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안 당선인이 안랩과 지분 관계 이외 '헤어질 결심'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때 이른 관측도 나온다. 안랩이 정치 테마를 걷어내고 실적과 사업성만으로 주식 및 보안 시장에서 입지를 더 다질 필요가 커진 이유다.

그동안 안랩은 안티바이러스 솔루션과 보안 관제 서비스를 필두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왔다. 최근 AI, 클라우드와 같이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서 신사업 기회를 공격적으로 모색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0년 AI 정보보안 스타트업 제이슨을 인수했고 2021년 운영기술(OT)보안 솔루션 기업 나온웍스를 품었다.

최근에는 클라우드 보안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지난 3월 이사회를 통해 클라우드 관리·서비스(MSP) 기업 클라우드메이트 지분 95.71%를 인수하기로 결의한 것이다. 클라우드메이트는 안랩 자회사로 편입돼 사업 시너지를 낼 예정이다.

이러한 행보는 물론 안랩이라는 유명세도 있지만 아직까지 사업 전략으로만 회사 가치를 평가하는 이는 많지 않다. 안 당선인과의 관계를 넘어, 안랩이 사업 수익을 극대화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번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안랩은 금융수익을 중심으로 당기순이익 실적을 대폭 상승시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안 당선인의 그늘을 벗어나는 것이 최대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안랩은 주가뿐만 아니라, 사업적 측면에서도 창업주가 남긴 V3 명성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선거로 안 당선인이 올해 정계 활동에 본격 돌입한 만큼, 전환점이 될 만한 승부수가 필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보민 기자
kimbm@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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