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클로즈업] 쿠팡은 왜 멤버십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었나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최근 쿠팡이 초저가 상품을 무기로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중국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와 테무의 공세에 맞춰 멤버십 요금을 올리는 ‘승부수’를 띄웠다. 쿠팡이 와우 멤버십 월 요금을 종전 4990원에서 7890원으로 변경한 배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10년간 누적적자 6조원 이상을 내며 소비자 혜택을 끊임없이 확대해온 쿠팡이 불가피한 선택을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쿠팡이 지난해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영업이익률이 1.9%에 불과할 정도로 수익성이 과제로 뽑히는 데다, 한해 4조원 이상을 와우 회원의 무료 배송과 상품할인 등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알리·테무에 맞서 투자 확대를 위한 여력 확보 차원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12일 와우 멤버십 요금을 종전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21년 말 멤버십 요금을 4990원으로 올린 지 약 2년 4개월 만이다. 월 요금 7890원은 지난 13일부터 멤버십에 신규 가입하는 회원에 적용됐다. 기존에 월 요금 4990원을 내던 회원들은 오는 8월부터 새로운 요금으로 바뀐다.
◆쿠팡 “매년 4조원 이상 와우 고객에 돌려주겠다”=쿠팡에 따르면 와우 멤버십 회원(1400만명) 월 요금(4990원)으로 본 연간 구독료 총합은 8383억원 수준이다. 앞으로 7890원으로 오르게 된다면, 연 구독료 총합 추정치는 1조3255억원으로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와우 멤버십 회비로 쿠팡이 돈을 번다고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른 유통업체 등에서 단건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모두 모아 회비의 3~4배 이상 수준으로 혜택을 와우 회원에 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도 와우 멤버십을 이용하는 회원들의 절약 규모는 적지 않은 편이다. 쿠팡에 따르면, 수백만 회원들이 연간 100만원 정도의 할인혜택을 받고 있고, 한 회원은 수년간 3000만원의 절약을 본 사례도 있다. 무료 로켓배송(건당 배송비 3000원), 무료반품(건당 5000원), 무료 직구(건당 2500원) 등을 사용하면서 고물가 속에 각종 비용을 줄이는 할인폭이 크다는 의미다.
쿠팡이, 와우 멤버십을 2018년 론칭한 이후 아직도 쿠팡을 제외한 단일 쇼핑 멤버십에서 익일·당일·새벽배송을 모두 무료로 제공하는 경우는 없다. 쿠팡이 국내 유통업계에서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개 이상 물류센터를 운영하며 전국에 익일과 새벽배송을 가장 많이 확대해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쿠팡은 무료 배송·배달·직구·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반품 혜택을 모두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소비자는 비회원과 비교해 연간 97만원 가량의 절약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더 나아가, 쿠팡 수익성이 낮은 상황에서 중국 이커머스에 대응해 투자를 늘려야 하는 절박함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쿠팡 수익성은 아직도 저조…”고객과 물류 투자 강화로 대응”=앞서 지난달 27일, 쿠팡은 중국 알리의 국내 1조5000억원 투자에 맞서 앞으로 3년간 3조원 이상 투자해 전국 5000만 인구에게 무료 로켓배송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렇게 외친 쿠팡의 속내는 사실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쿠팡의 수익성은 업계에서 꼴찌 수준이기 때문이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1.9%로, 신세계·이마트(10%), 현대백화점(7.2%), 롯데쇼핑(3.5%), GS25(3.5%) 등 지난해 주요 업체들을 영업이익률을 크게 하회한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지난해 영업이익은 6998억원(20.5%)으로 쿠팡의 6174억원을 넘어설 정도다. 쿠팡이 지난 10년간 6조원 이상의 누적 적자를 내다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전환했지만, 수익성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의 와우 멤버십 가격 변경은 영업이익률이 1%대 정도로 수익성이 낮은 상황에서 차이나 커머스에 대응해 물류, 서비스 투자를 확대하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당초 와우 멤버십이 출시 당시 무료 배송과 무료 반품 정도에서 지난 몇 년간 새벽배송과 쿠팡플레이와 회원 전용 할인, 최근 쿠팡이츠 무료배달까지 혜택 수준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국내 출혈 경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국 알리와 테무의 진격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는 점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의 지난 3월 국내 이용자 수는 887만명으로 2022년 3월 218만명 대비 4배 이상 늘었고, 테무의 이용자 수도 829만명으로 전달보다 42.8% 폭증했다. 2개 업체 합산 이용자수만 1716만명으로, 1위 쿠팡(3087만명)의 절반 이상으로 치솟았다.
중장기적으로 중국 업체들의 투자여력은 쿠팡보다 우위에 있다. 시가총액이 500조원에 달하는 알리의 모회사인 알리바바그룹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70조원과 23조3000억원이다. 테무의 모회사 중국 핀둬둬(PDD)홀딩스의 시가총액도 200조원이 넘고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46조원, 11조원을 올렸다.
알리는 쿠팡 매출(31조8298억원)과 영업이익의 6배, 38배에 달하는 실적을 올렸고 보유 현금은 100조원(855억9500만달러)으로 쿠팡(52억달러·7조원)의 10배 이상이다. 테무의 경우 지난 1월 월간 사용자 수가 5000만명을 넘으면서 미국 이커머스 1위 아마존(6700만명) 턱밑까지 추격했다. 이는 미국 진출 1년 반에 이뤄낸 성과다.
이번 와우 멤버십 요금 변경으로 쿠팡은 고객 투자 확대와 함께 ‘2027년까지 전국민 5000만명 로켓배송 추진’ 목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국 182개 시군구(전체 260곳)에 로켓배송을 시행하는 쿠팡은 오는 2027년엔 고령화와 저출산 여파가 큰 인구감소지역을 포함한 230여개 시군구로 무료배송 혜택을 확대한다.
쿠팡이 쿠세권을 전국으로 확대할수록 와우 멤버십에 가입해 인근에 마트가 없더라도 무제한 무료배송을 받고, 각종 배달과 상품 할인 혜택을 이용할 수 있는 인구도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3년간 물류 투자 3조원, 와우 멤버십에 매년 4조원 이상 쏟아부으면 향후 3년간 투자금만 15조원에 이른다”며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중국 공세에 맞춰 기초체력을 확보하기 위해 와우 멤버십 요금 변경은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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