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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창간기획]② "오리지널만으론 힘들어"…스포츠서 돌파구 찾는 OTT

채성오 기자


팬데믹 이후 한국 기업들은 고환율, 경기 불황, 국제 정세 불안 등 다양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디지털 전환, 특히 AI 기술을 활용한 혁신은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창간 19주년 대기획을 통해 AI와 클라우드 인프라의 발전이 각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하고, 한국 기업들이 어떻게 이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다양한 산업별 사례를 통해 AI가 기업 혁신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렸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들이 '스포츠 중계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제작비 투입 대비 짧은 화제성을 지닌 오리지널 콘텐츠와 달리 스포츠는 수 개월간 이용자를 플랫폼에 묶어둘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 양적 성장을 이룬 OTT 기업들이 신규 수익 창출을 위해 광고형 요금제(AVOD)를 도입하는 만큼, 스포츠 중계권은 유저 체류율을 높이기 위한 또 하나의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왜 스포츠에 열광하나

OTT업계의 스포츠 중계권 확보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이런 경향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유행 시기인 2021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외출이 제한되면서 실내 거주 시간이 늘어난 데다, 같은 시기 스포츠도 직관(직접 경기를 관람하는 행태) 대신 실내 시청으로 비중이 옮겨가는 등 미디어 소비 패턴이 변화됐기 때문이다.

스포츠의 경우, 시즌당 수 개월의 리그 형태로 편성되는 만큼 중계권을 확보할 경우 장기적으로 수요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집중했던 OTT업계가 스포츠로 눈을 돌리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2022년부터 OTT업체들을 중심으로 한 스포츠 중계 사업 경쟁이 활발해지면서 스포츠가 오리지널 콘텐츠 외 또 다른 경쟁력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월드컵, 올림픽 같은 국가대항전 외에 미식축구, 농구, 야구 등 팬덤층이 강한 프로구단의 수요층을 플랫폼으로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플은 2022년 4월 애플TV 플러스(+) 가입자를 대상으로 메이저리그 베이스볼(MLB) 금요 중계방송인 '프라이데이 나잇 베이스볼'을 제공하는 한편 메이저리그 사커(MLS)의 독점 중계권을 확보해 'MLS 시즌 패스'라는 유료 중계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구글도 2022년 12월 미국프로풋볼(NFL) 주말 경기 중계권인 '선데이 나잇 풋볼'의 중계권을 획득해 유튜브에서 제공한 바 있다.

OTT업계의 스포츠 중계권 확보는 수요층을 넓힌다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수익성 면에서도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수퍼볼이나 월드시리즈 같은 프로 스포츠의 경우, 대규모 광고료가 책정되는 고부가가치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올 들어 신규 영역에 도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F1: 본능의 질주' 등 스포츠 오리지널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왔던 넷플릭스는 지난해 F1 드라이버들과 미국프로골퍼(FGA) 투어 선수들이 겨루는 골프대회 '더 넷플릭스 컵'을 생중계한 데 이어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와 NFL 분야 중계까지 진행하게 됐다.

[ⓒ 쿠팡플레이]
[ⓒ 쿠팡플레이]


지난 1월 넷플릭스는 WWE와의 계약을 통해 내년 1월부터 주간 프로그램인 'RAW'를 10년간 독점 중계(계약금 50억달러)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올해부터 NFL 경기를 3년간 크리스마스 시즌(올해 2경기)에 중계하기로 결정했다. NFL과 넷플릭스의 구체적인 계약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블룸버그통신> 등 현지 언론에서는 "넷플릭스가 NFL 한 게임당 1억5000만달러(약 2019억원)를 지급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티빙이나 쿠팡플레이가 적극적으로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해 수익성 및 수요층 확대에 나선 모습이다. CJ ENM과 티빙은 '2024 한국프로야구(KBO)' 유무선 중계권을 확보하고 지상파 외 채널에서 프로야구를 중계하고 있다.

쿠팡플레이는 이보다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플레이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한국 중계권을 6년간 4200억원에 계약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기존 국내 K-리그, 스페인 라리가, 프랑스 리그1 등 지역별 프로축구 중계권을 확보해 제공했던 쿠팡플레이가 EPL까지 확보할 경우 로켓와우 멤버십 수요층을 대폭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쿠팡플레이는 맨체스터 시티, 토트넘 핫스퍼, 세비야 FC 등 해외 유명 구단을 초청해 이벤트 경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자금력·전문 인프라 구축이 '변수'

다만,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신규 사업자나 중소 규모 기업들이 도전하기 힘든 영역으로 분류된다.

특히 인기 스포츠의 경우 중계권 확보 경쟁이 치열한 만큼 공개 입찰 시 중계권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스포츠 흥행을 위해 기존 업체와 재계약을 추진하던 관행에 균열이 생기면서 오히려 스포츠 중계권이 한층 비싸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티빙]
[ⓒ 티빙]


국내에서도 CJ ENM을 모회사로 두고 있는 티빙과 쿠팡의 자금력으로 움직이는 쿠팡플레이를 제외하면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할 만한 규모의 기업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CJ ENM의 경우 스포츠 전문 채널인 tvN 스포츠를 통해 ▲호주오픈 ▲롤랑가로스 ▲여자테니스연맹(WTA) 투어 ▲UFC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월드복싱 슈퍼매치 ▲독일 분데스리가 ▲유로 2024 ▲AFC 챔피언스리그 등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를 중계하거나 예정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중계권료 외에 실시간 중계가 가능한 안정적인 전송 인프라 구축도 '변수'로 작용한다. 스포츠 중계방송 특성상 일정 시간에 사용자가 집중되기 때문에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서버와 방송 송출 시 지연 및 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정성 구축이 필수적이다. 올 시즌 처음으로 프로야구 중계에 도전한 티빙도 오픈 초기 동영상 품질, 자막 표기 등 기술적인 오류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트렌드 리포트에서 "스포츠 중계방송은 특정 날짜와 시간에만 실시간으로 엄청나게 많은 시청자들이 몰려 시청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약간의 방송 지연이나 사고도 발생해서는 안 되는 콘텐츠"라며 "고가의 중계권료를 지불할 자금력을 갖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실시간 방송 중계 경험과 안정적인 전송 인프라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채성오 기자
cs86@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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