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형 상품도 돈 받는 지상파”…업계, 콘텐츠 가치 기반한 산정안 제안(종합)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한정된 방송재원을 두고 사업자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콘텐츠 거래대가 산정에서 ‘비율 분배제(정률제)’ 도입이 제안됐다. 또 콘텐츠 거래대가의 공정성 제고를 위한 방송전문가 중심의 기관이 설치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용희 경희대 교수<사진 오른쪽에서 네번째>는 16일 오후 ‘지속가능한 유료방송 생태계 조성방안’를 주제로 진행된 한국방송학회 주최 세미나에서 “(유료방송 플랫폼이) 콘텐츠를 수급하거나, 콘텐츠에 투자하려해도 그럴만한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유료방송이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마련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케이블TV(SO)는 2013년 매출 정점을 찍은 뒤 10년 넘게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IPTV(인터넷TV)도 지난해부터 가입자가 감소한 사업자가 나타난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선 콘텐츠 사용료 배분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IPTV·케이블TV 등 유료방송플랫폼 사업자는 콘텐츠 수급에 대한 대가로 가입자로부터 받는 수신료의 일부를 지상파 사업자와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에 배분하고 있다.
다만 현재는 지상파의 매출기여도가 하락하고 있음에도 불구, 여전히 높은 수준의 재송신료(CPS)를 유료방송 플랫폼에 요구하는 등 협상력에 기반한 사용료 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송신료는 지상파 콘텐츠에 대한 이용대가를 의미한다.
특히 8VSB(8-level vestigial sideband) 서비스에 대해선 CPS 지급에서 제외하거나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업계는 입을 모았다.
케이블TV 사업자는 기존 아날로그 가입자의 디지털 복지를 확대한다는 정부 정책에 따라 지상파의 8VSB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 왔다.
이처럼 공익적 성격의 방송상품임에도 불구, 지상파는 낮지 않은 CPS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VSB 서비스에 대한 케이블TV 사업자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약 2000원 수준이다.
이중희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 부회장은 “SO는 8VSB 등 낮은 요금으로 서비스 제공 중인데, 낮은 수신료를 받고 재송신료를 내면 남는게 없다”라며 “8VSB에서 재송신료 면제 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허가 사업자로서 지위 유지가 불가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학계 관계자들도 사업자의 협상력이 아닌, 콘텐츠 가치에 기반한 방송재원 분배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에 동조했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는 비율 분배제(정률제) 도입이 제안됐다. 유료방송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플랫폼별 지급비율 상한을 두고, 채널군별 지급비율을 세분화해 동일군 내 채널 간 합리적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주정민 전남대 교수는 “객관적인 평가에 기초해서 유료방송 플랫폼의 능력을 고려해 비율 조정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며 “채널 평가에 기초해 각 PP를 세분화하여 비용을 책정하는 것이 구체적인 실행방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보편적 서비스 제공 목적으로 도입된 8VSB에 대해선 새로운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라며 “많은 국민이 디지털 방송을 즐길 수 있도록 굉장히 저가에 제공되는 서비스인 만큼 별도의 (사용료 산정) 기준 마련이 필요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방송 재원의 공정한 분배를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현 콘텐츠 사용료 협상에선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떨어지는 사업자의 부담이 커질 수 없는 구조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물론, 정부가 해당 사안에 대해 외면해온 것은 아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두차례에 걸쳐 콘텐츠 사용료 산정방안을 내놓았으며, 최근엔 방송업계가 각각 추천한 총 7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콘텐츠 사용료 협의체’를 꾸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상파 사업자들은 가이드라인 마련에 비협조적이었다. 보도 기능을 갖춘 지상파의 경우 플랫폼과의 콘텐츠 사용료 협상에서 이미 일반PP와 비교해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변상규 호서대 교수는 “지역 사업자인 SO가 망하면 소비자 선택권 적어져 후생이 저하될 것”이라며 “올해 PP와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 간 송출중단(블랙아웃) 등 갈등 심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 개입이 필요해보인다”라고 우려했다.
이날 지상파 PP의 논의 참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방송시장 재원이 순환되는 구조로, 지급 비중이 큰 지상파를 제외하고 가이드라인 마련을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게 다른방송사업자들의 입장이다. 유료방송사가 지상파에 나눠줄 몫은 남겨두고 PP와 협상에 나선다면 결국 PP에 돌아가는 몫은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안승현 한국PP협회 회장은 “현재 콘텐츠 사용료 구조에서 지상파 및 지상파 계열, CJ, 종편 제외 PP의 사용료 배분율은은 15%에 불과하다”라며 “(방송 재원 배분 관련한) 가이드라인 마련 논의에 지상파 사업자의 참여와 대형 사업자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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