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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 대신 IDC 장사”…KT클라우드 향한 불신, 김영섭-최지웅 체제서 바뀔까?

권하영 기자
최지웅 KT클라우드 대표가 2일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서울에서 열린 ‘KT 클라우드 서밋 2024’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KT클라우드]
최지웅 KT클라우드 대표가 2일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서울에서 열린 ‘KT 클라우드 서밋 2024’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KT클라우드]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KT 분사 3년차를 맞은 KT클라우드가 빠른 외형 성장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정작 업계 안팎에서 회의적인 시선이 쏟아진다. 인공지능(AI) 핵심 인프라로서 클라우드를 다루는 기술력과 혁신성보다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임대하는 소위 ‘부동산 장사’에 치중하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22일 KT클라우드의 최근 실적을 살펴보면, 지난해 매출은 전년(2022년 2~4분기)보다 57% 증가한 6783억원이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배가량 상승한 431억원이다. KT클라우드는 지난 2022년 4월 KT로부터 분사한 이래 매분기 좋은 성적표를 받고 있다.

문제는 KT클라우드가 외형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KT클라우드 매출 가운데 상당 부분이 IDC 임대 사업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데, 실제 KT클라우드는 수도권 내 7개 IDC를 보유한 국내 IDC 1위 사업자지만, 클라우드 분야에서는 점유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KT와 KT클라우드는 클라우드와 IDC 사업을 따로 구분한 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IDC 사업이 마치 부동산처럼 데이터센터(DC)가 필요한 기업들에 상면을 빌려주는 임대 사업 성격이 강하다면, 클라우드 사업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이자 솔루션 기반으로서 좀 더 복잡한 기술력이 요구된다. 물론 IDC 또한 최근에는 단순 창고형 IDC보다도 더 고도화된 AI 기반 DC가 각광받는 추세인데, KT클라우드의 경우 이 분야에서도 다소 뒤처진다는 평가다.

실제 KT클라우드가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와 클라우드 시장 활황에 힘입어 매출을 계속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은 ‘클라우드 기술 기업’보다 ‘IDC 임대 사업자’ 이미지가 더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가파른 실적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KT클라우드의 사업이 ‘양두구육(羊頭狗肉)’에 가깝다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KT클라우드를 쓰는 KT 내부에서도 ‘믿음이 없다’는 얘기가 왕왕 나온다”며 “서버는 많은데 SaaS(서비스형소프트웨어) 기술력은 잘 모르겠다는 평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쟁사인 네이버나 NHN이 적극적으로 클라우드 사업을 넓히고 있는 데 반해 KT클라우드가 밀리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전했다. 모 솔루션 업체 한 임원은 “KT 전략 중 하나가 가격 공세”라며 “저가 경쟁이 국내 클라우드 생태계를 무너뜨릴 수 있단 점에서 우려가 크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KT클라우드를 포함한 국내 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CSP)는 아마존웹서비스(AWS)나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글로벌 CSP에 민간 시장 대부분을 내주고 있어 파이가 한정적인데다, 공공 시장은 KT클라우드와 다른 국내 경쟁사들이 각각 30%대 점유율을 확보해 치열한 경쟁 중에 있다. 이마저 외산 클라우드가 제한된 조건에서 나타난 결과로, 심지어 클라우드보안인증(CSAP) 등급제 시행으로 규제가 완화돼 조만간 글로벌 기업 진출이 가시화된 상황이다.

클라우드 MSP(관리서비스업)사 한 관계자는 “그나마 다른 국내 CSP들은 해외 진출에도 도전하는 그런 시도들이 있는데, KT클라우드는 딱 국내용 그중에서도 공공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는 느낌”이라며 “공공 시장은 그 자체로 한계가 있기도 하고 정부가 클라우드 예산을 줄이고 있어 불안정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섭 KT 대표 [Ⓒ KT]
김영섭 KT 대표 [Ⓒ KT]

일각에선 그동안 클라우드 기업으로서 KT클라우드의 방향성이 불분명했던 것은 모회사인 KT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탓이었다고 보기도 한다.

애시당초 KT클라우드 분사는 구현모 전 KT 대표의 연임 성공을 위한 성과 포트폴리오 일환이었다는 해석이 공공연하다. 분사 전 KT 클라우드 사업은 KT 전체 매출 중 차지하는 비중은 적었지만 매분기 두자릿수 성장을 찍는 확실한 성장엔진이었기 때문에 분사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당시 구 전 대표는 그러나 분사를 강행하고 국내외 언론에 KT클라우드 상장 가능성도 여러 차례 시사했다.

정작 구 전 대표가 연임에 실패하고 LG CNS 출신 김영섭 대표가 KT 새 수장으로 오면서, 현재까지 KT클라우드의 기업공개(IPO) 계획은 쏙 들어간 상황이다.

결국 KT클라우드의 사업 향방은 김영섭 대표에 달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대표는 LG CNS 대표 막바지 임기 즈음 심지어 차기 대표가 선임된 상황에서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AWS의 리인벤트 행사에 직접 참여할 정도로 클라우드에 애정을 드러내왔다. KT 대표 취임 이후에도 MS와 AWS 출신 클라우드 전문가인 정우진 현 KT컨설팅그룹장을 LG CNS에서 데려왔을 정도로 클라우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실제 김 대표는 최근 KT클라우드 신임 대표로 내부 승진자가 아닌 최지웅 전 오픈소스컨설팅 최고기술책임자(CTO)라는 외부 인사를 영입하면서 변화 바람을 예고한 바 있다. 솔루션 전문가인 최지웅 대표 영입은 IDC에 치중된 KT클라우드의 전략 수정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KT클라우드가 보유한 IDC와 지방에 분산돼 있는 물적 자산을 활용한 데이터센터 비즈니스 자체를 바꿀 순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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