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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불립(無信不立)의 무서움… 역대 최저치로 추락한 카카오페이 주가 [DD인사이트]

박기록 기자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카카오페이의 주가가 결국 역대 최저치로 추락했다.

지난 24일 마감된 코스피 시장에서 카카오페이의 주가는 전일대비 3.45% 하락한 3만215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2021년11월3일 상장직후, 24만원까지 치솟았던 가격은 고사하고 상장 공모가인 9만원과 비교해서도 무려 64.27% 폭락한 가격이다.

전반적으로 국내 증시에서 핀테크 관련주들이 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카카오페이가 역대 최저치로 추락할만한 경영상의 심각한 이유 또한 없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7일 카카오페이는 올 1분기 연결기준 실적발표를 통해, 매출액 1763억원(전년동기대비 +24.7%)과 흑자전환(당기순이익 1.67억원)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영업손실도 -97억원으로 전년동기 -214억원보다 54.8% 개선됐다.

정부가 주도한 ‘대출 갈아타기’와 ‘주택담보대출’ 수요 증가가 대출 부문 거래액을 증가시켰다. 동시에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증권과 보험의 성적도 좋아졌다.

하지만 이같은 다소 개선된 성적표와는 무관하게 1분기 실적발표이후, 카카오페이 주가의 하락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카카오페이는 자체 국내 온‧오프라인 100만 가맹점외에 삼성페이 300만 결제처, 제로페이의 110만 소상공인 매장에서 카카오페이 결제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발표했음에도 시장은 냉랭했다.

증권 애널리스트들은 각종 개선된 지표를 제시하면서 긍정적인 요인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외국인과 기관들의 매도 물량은 쌓이고 있다.

24일에도 외국인(149만주)과 기관(108만주)은 모두 매도 우위를 보였고 개인(259만주)만 매수 우위를 보였다.

결국 카카오페이 주가의 무기력은 다른 원인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

◆경영진 '먹튀' 논란 · 2대 주주 '알리페이' 추가 블록딜 공포 여전

상장직후 24만원을 돌파했던 카카오페이의 주가가 현재의 3만원대로 드라마틱한 하락을 시작한 시점은 상장된지 불과 한달여만인 2021년 12월10일부터다.

이른바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먹튀’ 논란이 있었던 시점이다. 당시 류영준 대표(CEO)는 주당 5000원에 부여받는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중 23만주를 행사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시현했다. 현 CEO인 신원근 대표도 당시 3만주의 스톡옵션을 행사했다.

이 때부터 내리막을 타기시작한 주가는 다음해인 2022년 6월8일, 이번엔 2대 주주인 알리페이 싱가포르(Alipay Singapore Holding Pte. Ltd, 이하 ‘알리페이’)가 찬물을 끼얹으면서 또 다시 충격을 안겼다.

알리페이가 보유지분중 500만주(9.8%)에 대한 대규모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을 통해 주식을 대량 처분하기 시작한 것이다. 간당 간당하게 유지돼왔던 주당 10만원의 저지선이 무너진 시점이다.

당시 카카오페이측은 “알리페이와의 협력 관계는 탄탄하다”며 시장을 안심시켰지만, 그에 앞서 '보호예수기간이 끝나도 알리페이의 매도는 없을 것'이라던 믿음은 깨져버렸다.

이후 2023년에는 미국의 고금리 여파로 증시 전체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3만5000원선이 붕괴되기도 했었다.

올해 1분기, 증시에 훈풍이 불면서 잠시 기력을 찾던 카카오페이 주가는 또 다시 지난 3월7일 알리페이의 2차 블록딜(295만주, 지분 2.2%)이 현실화되면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번에도 카카오페이측은 ‘양사 파트너십은 더 공고해질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 이상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나 상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아직도 한참 남았다.

알리페이의 카카오페이 잔여 지분이 여전히 32.06%나 남아있기 때문이다. 물량으론 4306만주에 달한다. 앞선 1, 2차 블록딜로 겨우 795만주를 덜어냈을 뿐이다.

상장전 주당 5000원으로 지분 참여한 알리페이는 현재 가격에 처분해도 540%에 가까운 수익이다. 언제 또 다시 블록딜을 단행해도 이상하지않은 수익 구간이다.

결국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주가 부양과 관련해 어떠한 당근책을 내놓아도 먹히기 힘든 상황이 돼버렸다. 최소한 주가만 놓고 보면 그렇다.

한 번 신뢰가 무너져버리면 어떠한 묘수도 소용없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의 상황이다.

만약 시간을 경영진 ‘먹튀’ 논란이 시작됐던 지난 2021년 12월로 되돌린다면, 경영진들은 과연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아마 ‘무신불립’의 무서움을 알았다면 몇몇은 다른 선택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 부질없는 가정이다.

박기록 기자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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