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기차 대안 된 ESS, 美 시장 핵심으로…가격 경쟁력이 과제 [소부장박대리]

고성현 기자

6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인터배터리 2024'에서 삼성SDI가 주력 ESS 제품인 SBB(Samsung Battery Box)를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SDI의 SBB는 올해 신설된 '인터배터리 2024 어워즈'에서 'ESS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다. [ⓒ삼성SDI]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국내 배터리사들이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정체기(Chasm) 캐즘에 따라 에너지저장장치(ESS), 무정전전원장치(UPS) 등 애플리케이션 확대를 노린다. 중국 배터리 업체가 위세를 떨치는 유럽·동남아 대신, 관세 등으로 진입장벽이 구축된 미국 시장을 통해서다. 다만 관세를 포함하더라도 국내 업체의 가격 경쟁력이 중국 업체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미국 지역을 겨냥한 ESS 시장 공략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릭에 17GWh 규모 ESS용 LFP 배터리 라인을 증설하기로 했다. 또 중국 난징 공장 일부를 LFP ESS라인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70GWh 규모인 폴란드 공장 내 일부 라인을 ESS 전용 라인으로 전환하는 안도 고려하고 있다.

ESS는 생산된 전기를 저장하고 필요한 시간에 사용할 수 있는 장치다. 태양광, 풍력 등 기상 여건에 따라 간헐성이 커지는 재생에너지의 전력 계통 전반 안전성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했다.

당초 ESS 시장은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대에 따라 그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였다. 그러다 지난해와 올해를 거치며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배터리 가격의 하향 안정화가 이뤄진 가운데,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이 이뤄지면서 이를 보완할 수단이 필요해지고 있어서다. 특히 관련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는 유럽, 미국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에너지 분야 글로벌 리서치업체인 우드매켄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 신규 설치된 ESS는 2만5978MWh 규모로 전년((1만3163MWh) 대비 두배 늘어났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1분기 1781MWh에 불과하던 설치량이 4분기 1만2351MWh 7배가량 확대됐다. 국내 리서치업체인 SNE리서치도 올해 ESS 시장 규모를 지난해 대비 27% 늘어난 400억달러로 추산하면서 관련 시장 성장세를 주목하는 모습이다.

ESS 시장에서 활발하게 채용되는 제품은 중국 업체가 장악한 LFP 배터리다. NCM·NCA 대비 절반 가량 가격이 싼 데다, 높은 무게나 낮은 에너지밀도 등의 단점이 두드러지지 않은 덕분이다. 이에 따라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전세계 ESS 시장의 90%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 애리조나주 ESS 일러스트. [ⓒLG에너지솔루션]

이는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이 ESS용 LFP 배터리를 개발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 NCM 등 삼원계 배터리가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크게 밀리고 있는 점을 고려해 중국 업체와 같은 종류의 제품을 내놓겠다는 의미다.

관련 성과도 나오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한화큐셀 미국법인과 총 4.8GWh 규모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한화큐셀이 추진하고 있는 가정용 태양광 패키지 상품의 일환이다. 수주 금액은 1조4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단일 전력망 ESS 프로젝트 기준으로는 전세계 최대 규모다. 삼성SDI는 고용량 제품인 SBB 제품을 내놓는 한편, 2026년 양산을 목표로 ESS용 LFP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SK온은 현재 개발 중인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통해 ESS 시장에 대응할 것으로 관측된다. ESS개발팀 인력이 원통형 배터리 개발 등에 집중되고 있어, 별도의 개발조직을 통해 대응하기보다 통합적인 사업 운영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로 이해된다.

업계는 관련 시장 공략의 핵심을 가격 경쟁력으로 꼽고 있다. 중국 배터리 업체가 이미 관련 시장을 장악한 만큼, 싼값에 고성능의 배터리를 공급해야만 경쟁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전기차 관련 관세 등으로 수혜를 본 미국 시장에서도 안심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ESS 시장에서도 중국 배터리 업체가 위세를 떨치고 있는 데다, 전기차 배터리와 달리 관세 및 해외우려기업집단(FEOC)에 따른 영향도 비교적 덜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탓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중국산 LFP 배터리가 관세 인상을 받더라도 전기차·ESS 분야에서 가격 우위를 점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산 배터리 가격이 중국산 대비 2배를 넘기고 있어 관련 영향이 덜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미국 ESS 시장이 전기차와 달리 FEOC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점, 만약 이 조항이 적용되더라도 최근 발표된 IRA 30D에서 FEOC로부터의 중요 광물에 대한 일시적 면제 조치를 받으며 유예되는 점 등도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와 달리 ESS에서는 중국 업체에게 미국 시장이 열려 있다. 따라서 국내 배터리사가 얼마나 경쟁력 있는 LFP 배터리를 내놓느냐 등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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