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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위기 진단]② 마지막 도매대가 협상 시작…“산정기준 바뀌어야”

강소현 기자

1000만 가입자를 목전에 둔 알뜰폰 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 이동통신 3사 공시·전환지원금 확대 영향으로 가입자 증가폭이 둔화세로 접어든 데다 ▲알뜰폰 사업의 금융권 부수업무 지정 ▲오프라인 매장 신분증 스캐너 의무화 ▲90일 내 번호이동 수수료 부과 등의 정책이 시행되면서 수익성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했다. 내년부터 알뜰폰 업체들이 직접 이동통신사와 망 도매대가를 협상하고 전파사용료도 일부 납부하는 형태가 확정됨에 따라 알뜰폰업계에서는 위기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디지털데일리>는 알뜰폰업계의 현 위기 상황을 짚어보고, 향후 대책 및 전망에 대해 분석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알뜰폰 업계의 염원이었던 망 도매제공 의무제도가 상설화됐음에도 불구, 업계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더 이상 정부가 도매대가 협상에 개입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당장 내년부턴 알뜰폰 사업자가 직접 이동통신사와의 협상에 나서야 하지만, 이들의 자립은 막막한 실정이다.

29일 관련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과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 협상을 진행 중이다.

도매대가는 일뜰폰 업체가 이동통신사 망을 빌리는 대가로, 통신사에 지불하는 비용을 말한다. 요금제 원가에서 도매대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만큼, 알뜰폰 사업자의 협상력에 따라 저렴한 요금제를 낼 수 있는 구조다.

다만 지금까진 정부가 대신해 이통사와 직접 협상해 적정 도매대가 수준을 정해 왔다. 중소업체들이 많은 특성상 알뜰폰은 이통사와 비교해 협상력이 낮기 때문이다.

이번 협상은 정부가 알뜰폰 사업자를 대신해 나서는 마지막 도매대가 협상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해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제 상설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0년 일몰제로 도입된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제는 이동통신 1위 사업자(SK텔레콤)가 알뜰폰 사업자에 반드시 망을 제공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통사에 망을 빌려 서비스를 제공하는 알뜰폰의 특성상 사업을 계속 영위하려면 망 도매제공이 의무화돼야 한다는 업계 요구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개정안은 단순히 도매제공 의무제를 상설화한 것뿐 아니라, 시행 1년 뒤 사후규제로 전환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즉, 정부가 더 이상 알뜰폰 사업자를 대신해 도매대가 협상에 나서지 않는다.

대신 도매대가를 부당하게 높이거나, 불합리한 조건을 부과하는 등의 경우에 한해선 정부가 개입한다는 최소한의 보호 장치를 뒀다.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보단 자유로운 시장 경쟁을 통해 알뜰폰 사업자가 자체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러한 법의 취지와 달리, 알뜰폰 업계는 사후규제 전환 시 오히려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 보고 있다. 알뜰폰이 도매대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이통사 대비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해 경쟁력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하려면 결국 도매대가를 낮춰야 하는데 이통사에 의존하는 지금의 구조로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에 알뜰폰 업계는 새로운 도매대가 산정기준을 마련해 이를 개정안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현재 사용 중인 리테일 마이너스 방식(소매 가격에서 마케팅비 등 회피가능비용을 제외하고 산정)에서 코스트플러스 방식(망 원가에서 일부 설비 비용을 감안해 산정)으로 바꿔야 한다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이번 협상에 앞서서도 업계는 동일한 의견을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리테일 마이너스 방식은 회피가능비용이 일정부분 고정돼 있다는 점에서 도매대가 인하폭이 정해져 있는 반면, 코스트 플러스 방식은 설비투자비용에 대한 감가상각에 따라 망 원가가 갈수록 감소하기 때문에 도매대가가 더 저렴해질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통사들이 먼저 망 원가를 공개해야 가능한 부분이기에 산정기준 전환이 쉽진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MNO(이동통신사)가 MVNO(알뜰폰)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형태로, 알뜰폰이 이통3사 독과점 구조를 깨고 가계통신비 경감 역할을 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통3사에 휘둘리지 않고 사업 독립성을 확보하려면 코스트 플러스 방식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중소 사업자가 이통3사를 상대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데 공감하면서도, 알뜰폰 사업자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한 자구책을 세워야 할 때라고 말한다.

학계 전문가는 “정부도 지원에 기대어 알뜰폰 사업자가 크는 덴 한계가 있을 것이라 보고 도매대가 의무제를 일몰시킨 것으로 해석된다”며 “꼭 요금경쟁이 아니더라도, 알뜰폰 사업자들이 리치마켓 발굴 등을 통해 규모의 경쟁을 만드는 한편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사업체로 변하기 위한 전략이 지금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제언했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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