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퀘스트] ② 약진하는 VR‧XR 시장… 韓 개발사, 게임 체인저 될까
가파르게 성장하던 글로벌 게임산업은 최근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게임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진 데다, 영상 콘텐츠 산업의 약진까지 더해져 경쟁이 더욱 심화해서다. 시장조사기관 포츈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2022년 주요 고객 연령대인 18~24세 게이머 수는 전년에 비해 15% 감소했다. 미국 내에서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 젊은 층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에 게임사로선 기존 이용자를 붙들고, 나아가 새로운 이용자층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퀘스트’ 수행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AI 활용, VR‧XR 게임, 웹3 게임 개발 등을 앞세워 새로운 혁신에 나선 업계 여정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전에 없는 새로운 몰입도와 경험을 제공하는 VR(가상현실)과 XR(확장현실) 게임은 오랜 기간 게임산업의 미래 혁신 중 하나로 손꼽혀 왔다.
2019년 출시된 VR 게임 ‘비트세이버’는 이듬해까지 전 세계에서 4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전통 콘솔 게임 못지않은 흥행 기록으로, 관련 시장 잠재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3년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DC)에 따르면 참가한 전 세계 게임 개발자 중 36%가 메타 퀘스트 VR 헤드셋용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메타 퀘스트 등 VR 기기를 제작하고 공급하는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메타커넥트’에서 “VR‧XR은 미래 주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게임을 포함한 여러 산업에서 혁신을 이끌 것이라 믿는다”고 내다본 바 있다.
그러나 시장 전반을 살펴보면, 기대치만큼의 성장세를 보이진 못하고 있다. 시장에 훈풍을 몰고 왔던 메타버스 사업이 코로나19 이후 활력을 잃은 데다, 한계로 지적됐던 VR‧XR 기기의 열악한 접근성 역시 신규 기기 출시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중 멀미와 무게 등 기기 접근성 문제는 시장 성장을 막는 주요 요인이다. 기기 종류와 사용자에 따라 멀미 증상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불편한 휴대성은 여전한 허들로 꼽힌다.
실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관련 기기 판매량은 글로벌 전반에서 크게 감소했다. 시장조사업체 룬토가 발표한 ‘중국 소비자용 XR 시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소비자용 XR 기기 시장 판매량은 전년 대비 34% 급감했다. 룬토는 메타버스 열기 감퇴, 상품의 높은 진입 문턱, 부족한 콘텐츠 등을 XR 시창 침체 배경으로 꼽았다.
리서치 기업 시르카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미국 내 VR 헤드셋과 AR(증강현실) 안경의 매출은 6억6400만 달러(약 9156억5600만)로 전년대비 40% 급감했다. 관련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2% 감소한 11억 달러를 기록했던 2022년 보다 훨씬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시르카나의 벤 아놀드 애널리스트는 “사용자가 흥미를 가질 만한 새로운 독립형 VR 헤드셋이 부족하고 주류 소비자에게 폭넓게 어필할 수 있는 획기적인 앱이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시장 내 질 높은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점도 시장 성장세가 더딘 원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게임사들은 VR‧XR 게임 개발에 투자하길 주저하고 있다. 기술적 제약과 높은 개발 비용이 큰 장애물로 작용해서다. VR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고사양의 하드웨어와 이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하는데, 이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요구하는 과정이다.
전문 게임 개발사보다는 VR‧XR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의해 상당수 게임이 제작되는 실정이라, 이용자 이목을 끌만한 콘텐츠가 나오기 쉽지 않다. 앞서 언급한 기기 접근성 문제까지 더해져 시장으로의 신규 이용자 유입에 속도가 붙지 않는 구조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의 기기 기술로는 대중화에 한계가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개선이 필요하다. 질 높은 콘텐츠도 지속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올해를 기점으로 관련 시장에 조금씩 봄볕이 드는 기미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애플이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를 출시하면서 특이점이 왔다는 시각이다.
메타와 텐센트가 보급형 VR 기기 제작을 위한 협력을 시작했다는 점도 업계가 기대를 거는 부분이다.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이 열리면서 이용자 풀을 확대할 가능성이 열렸다는 평가다.
시장 성장 전망도 한층 밝아졌다. 시장조사기관 모더인텔리전스는 XR 시장 규모가 연평균 34.94% 성장해 2024년 1055억8000만 달러에서 2029년까지 4723억9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AR/VR 솔루션 제공업체인 뉴젠앱스는 AR 및 VR 게임의 글로벌 사용자 기반은 2025년까지 2억16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VR 게임사 관계자는 “애플이 VR 기기 개발에 뛰어들었다는 것만으로도 관련 시장 투자자 관심이 늘었다. 기기 접근성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VR 시장은 신규 기기 등장과 함께 성장해왔다. 애플이 참전하고 중국 시장도 열리면서 이제는 시장 고지가 보이기 시작한다”고 전했다.
달아오르는 시장 경쟁 분위기에 발맞춰 빅테크 기업들도 킬러 콘텐츠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이 선호하는 게임 콘텐츠 발굴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 가운데 국내 개발사가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거듭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국내에선 스토익, 컴투스로카, 스코넥, 데브즈유나이티드게임즈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월즈워툰즈: 탱크아레나’로 유명한 스토익은 XR 콘텐츠만 10년을 개발한 회사다. 이달 ‘스펙트럴스크림’과 ‘탱크아레나: 얼티밋리그’를 잇달아 출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로 눈길을 끌고 있다. 컴투스로카는 작년 ‘다크스워드’를 출시해 흥행에 성공하며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다.
저커버그 대표는 지난 3월 방한 당시 데브즈유나이티드게임즈와 스토익 관계자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국내 게임사를 각별한 파트너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게임 개발에 따른 비용과 접근성, 기회 비용과 리스크 등을 따졌을 때 아직 성장 한계는 보인다”면서도 “시장의 혁신자로서 역할을 할 가능성은 있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 등으로 움츠러든 국내 산업에는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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