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리니지’도 키우네… ‘가성비 게임’에 빠진 게임사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성장세가 주춤한 국내 게임사가 새 먹거리로 방치형 게임을 낙점한 모습이다. 최근 이용자 선호도가 높은 데다, 제작비가 적고 개발 기간이 짧아 실패에 따른 부담감이 적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방치형 장르 신작을 앞다퉈 공개하고 있다. 컴투스는 지난 4월23일 ‘전투기키우기: 스트라이커즈 1945’를 출시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달 31일 엔픽셀 자회사 파이드픽셀즈가 핵심 지식재산(IP) ‘그랑사가’를 활용해 개발한 ‘그랑사가키우기’의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했다.
출시가 예고된 신작도 여럿이다. 넷마블은 하반기 인기 만화 ‘일곱개의대죄’ IP를 활용한 방치형 게임 ‘일곱개의대죄키우기’를 출시한다. 위메이드커넥트는 ‘팔라딘키우기’와 ‘용녀키우기’ 등 게임을 연내 출시한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명가’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는 최근 주력 IP인 ‘리니지’를 기반한 방치형 게임 개발에 돌입했다. 리니지 IP를 총괄하는 이성구 최고사업책임자(CBO·부사장) 산하 ‘프로젝트J’ 팀에서 해당 게임을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방치형 게임은 별다른 조작 없이도 캐릭터 성장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캐주얼 장르 게임이다. 분재 형태의 단조로운 구조로 인해 과거 비주류 장르로 통했으나, 최근엔 키우기 요소에다 여러 장르를 결합한 시도를 통해 인기 장르로 떠올랐다.
전문 게임 인터넷 방송인의 등장, 유튜브 숏폼 등 ‘스낵 컬처’의 부각과 함께 게임을 소비하는 방식 중 하나로 ‘보는 게임’이 떠오른 최근 추세도 기류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국내에선 지난해 넷마블이 출시한 ‘세븐나이츠키우기’, 중국 게임사가 출시한 ‘버섯커키우기’가 크게 흥행한 것이 분기점이 돼 본격 열풍이 시작됐다.
후발주자인 ‘소울스트라이크(컴투스홀딩스)’가 누적 매출 200억원을 돌파하는 등, 국내서도 이제는 방치형 장르에 대한 시장 수요가 MMORPG 못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최근 글로벌로 눈을 돌린 게임사의 전략적 활용 방안으로써의 가치도 높다는 평가다. 시장조사기관 센서타워에 따르면 방치형 게임을 포함한 모바일 하이브리드 캐주얼 장르 게임은 전세계에서 지난해 21억 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0% 성장했다.
방치형 게임 개발 열풍이 한편으론 실적 악화로 비용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는 현 업계 사정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방치형 게임은 소수 인력만으로도 빠르게 개발하고, 운영까지 할 수 있어 인디 개발사가 만들기에도 부담이 적은 장르다. 단기간에 매출도 크게 낼 수 있어 대형 신작에 앞선 가교 역할을 맡기는 데도 적격이라는 평가다.
MMORPG 위주 하드코어 신작만을 고집하던 엔씨가 방치형 게임 개발에 돌입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점쳐진다. 장르 다각화 뿐만 아니라, 새로운 캐시카우를 확보하면서 동시에 ‘아이온2’ 등 대형 신작 출시까지 숨통을 열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작년 7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던 넷마블은, 세븐나이츠키우기 성과에 힘입어 4분기부터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이 가운데 상반기 공개한 대형 신작 ‘나혼자만레벨업: 어라이즈’가 성과를 내면서 이젠 연간 흑자 전환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한편으론 경쟁작이 즐비한 만큼, 개발 과정에서 이전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용자를 게임으로 지속 유도하고, 잔존하게 만드는 콘텐츠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어려움을 겪는 게임사로선 인기도 많고 개발 부담도 적은 방치형 게임 장르를 마다할 필요가 없다”면서 “그야말로 ‘방치’만 해도 되는 방치형 게임은 경쟁력이 없다. 손이 많이 가지 않으면서도 흥미를 가질 만한 요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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