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클로즈업] MS 손잡은 KT, 빅테크 공공시장 진출 우회로 열어주나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KT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공지능(AI) 및 클라우드 분야 전방위 협력을 전격 발표하면서 후속 계획에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KT는 MS의 기술을 활용한 ‘소버린 AI’ 및 ‘소버린 클라우드’를 개발해 공공 부문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는데, 그동안 국내 규제에 가로막혔던 글로벌 빅테크의 공공 시장 진출 길을 KT가 우회적으로 열어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와 MS는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MS 본사에서 AI·클라우드 분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뒤로 세부 협력 사항을 검토하고 있다. 양사는 AI·클라우드 관련 공동 연구개발 및 이노베이션센터 구축, 한국형 AI·클라우드 서비스 개발 등 협력 범위를 정해두고 오는 9월까지 이를 구체화할 예정이다.
특히 한국형 AI·클라우드 관련해선, KT가 MS의 기술을 활용해 국내 공공과 금융 분야 고객을 대상으로 ‘소버린 AI’와 ‘소버린 클라우드’를 개발해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소버린(Sovereign)은 현지 규제를 준수하고 데이터 주권을 보장한다는 의미로, 데이터가 국외로 이동하지 않고 현지 내에서만 활용되는 것이 핵심이다.
사실 소버린의 의의는 미국발 글로벌 빅테크들이 독점하고 주도하는 데이터 및 기술 생태계에서 벗어나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디지털 주권을 확보한다는 데 있다. 그런 면에서 KT가 국내에 소버린 AI와 소버린 클라우드를 제공하기 위해 대표적인 미국 빅테크인 MS와 손잡았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측면도 있다.
업계에선 KT가 초거대 AI와 클라우드 등 기술 경쟁력에 있어 한계에 직면한 결과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그동안 KT는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믿음’을 개발해 AI 사업을 고도화해왔고, 클라우드 시장에선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경쟁력을 내세워 공공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지만, 사실 두드러지는 성과는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히려 MS 입장에선 KT를 통해 자사 기술이 적용된 소버린 AI·클라우드로 한국 공공 시장에 우회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클라우드의 경우 국내 공공 시장에 공급하려면 클라우드보안인증(CSAP) 등을 필수로 획득해야 하는데, 해외에 서버가 있는 외산 클라우드 업체들에는 진입 장벽이 높았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가 최근 CSAP 등급제를 시행하면서 보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하’ 등급을 개설하고 외산 업체들의 논리적 망분리(하드웨어 분리 없이 소프트웨어적으로 망분리 효과를 내는 것)를 허용했지만, 국정원 보안적합성 평가 등 다른 규제들과 맞물려 아직 CSAP ‘하’ 등급을 획득한 외산 업체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MS가 KT와 손잡고 소버린 클라우드를 공동 개발해 국내 공공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면, MS의 CSAP 획득 여부는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이미 국내 사업자인 KT가 CSAP를 획득한 상태기 때문이다.
이 경우 KT가 MS의 국내 공공 시장 공략에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클라우드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MS는 현재 국내 클라우드 리전 일부를 KT 데이터센터 등의 상면임대를 통해 제공 중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KT가 제공할 소버린 클라우드가 MS 기술을 활용만 하는 건지, 아니면 설비나 서버 등 시스템을 같이 공유하는지 등에 따라 MS의 CSAP 필요 여부가 달라질 것 같다”며 “CSAP 획득 기준은 어느 기업에서 주도적으로 시스템 운용과 인프라 제공을 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KT가 소버린 AI와 소버린 클라우드를 해외 진출 전략으로 삼기보다 국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도 아쉬움을 부른다. KT보다 먼저 소버린 AI·클라우드 사업에 뛰어들었던 네이버클라우드의 경우 국내보다는 해외 소버린 시장을 적극 두드리고 있다는 점과 대조적이다.
클라우드 업계 한 관계자는 “소버린 AI와 클라우드를 통해 국내 산업과 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는 메시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실 소버린이란 개념이 빅테크가 주도하는 시장에서 벗어나 있는 중동이나 동남아 등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외산 기술을 배척하고 국내 기술을 개발해 기술 격차를 좁히는 방안도 있겠지만, 외산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잘 활용하고 발전시키는 방법도 있다”며 “KT는 그 중 후자로서 같이 상생해나가는 방향이 될 것”이라 말했다. KT는 MS와의 협력 내용을 차차 구체화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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