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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에 빨대 꽂는 KT?…스카이라이프, 내부거래 비용 줄일수 있을까

백지영 기자
지난 2021년 11월 전국언론노동조합 미디어발전협의회·방송자회사협의회·MBC자회사협의회는 서울 상암동 스카이라이프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빨대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 스카이라이프 노조]
지난 2021년 11월 전국언론노동조합 미디어발전협의회·방송자회사협의회·MBC자회사협의회는 서울 상암동 스카이라이프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빨대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 스카이라이프 노조]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지난 3월 새 수장을 맞은 KT스카이라이프가 유료방송시장 성장 둔화 속에서 수익성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망 이용대가 등 그룹사 내부 거래에 따른 비용 지출 불만이 팽배해 있는 상황에서 이를 해소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특히 정치권과 밀접한 인사인 최영범 신임 대표가 부임하면서, 10년 전인 2014년 이남기 전 대표가 부임했을 당시와 상황이 오버랩된다. 박근혜 정부에서 초대 청와대 홍보수석을 맡았던 이 전 대표는 접시 없는 위성방송 DCS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모회사인 KT와 망 대가협상을 놓고 신경전을 펼친 바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KT스카이라이프는 연결기준 매출 1조256억원, 영업이익 14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3.5%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78%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도 콘텐츠 투자 증가에 따른 투자 상각비 증가로 매출은 연결기준 전년 동기 대비 2% 늘어난 2544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2% 감소한 29억원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KT스카이라이프는 GTS(구 OTS, IPTV+위성상품) 가입자 수신료 감소와 스카이TV 콘텐츠 투자로 인한 무형자산상각비 증가, 프로그램사용료 협상 증가분 반영, 방송발전기금 등 계절성비용연간평탄화(방송발전기금) 등을 영업이익 감소 이유로 꼽았다.

회사 측은 올해 콘텐츠에 대한 투자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효율적인 비용 집행을 해나가겠다는 목표지만, 업계에선 사실상 그룹 내부 거래에 따른 비용지출을 줄이지 않고서는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모회사 KT에 지급하는 유·무선 망 사용료 부담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해 인터넷, 모바일, DCS 등의 유·무선 망 사용료로 1187억6800만원(별도 기준 1025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2022년 980억4500만원(806억원)을 지출한 것과 비교하면 20% 이상 증가한 규모다.

2021년 496억7900만원(별도기준 450억원)을 낸 것을 감안하면 2년 사이 2.4배 증가한 수치다. 올해 1분기에도 회사는 전년 동기 대비 12.5% 늘어난 318억6000만원의 망 사용료를 KT에 지불했다.

비슷한 규모의 회사로 LG유플러스 계열인 LG헬로비전의 경우, 망사용료 자체는 KT스카이라이프보단 높지만 2021년 1288억원에서 2022년 1394억원, 2023년 1427억원으로 매년 높아지긴 했으나 큰 차이는 나지 않았다. 올해 1분기에 지급한 망사용료도 359억원으로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0.7% 감소했다.

이에 KT스카이라이프 내에선 그간 경쟁사 대비 망 사용료가 높게 책정됐다는 점을 들어 이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앞서 지난 3월 윤석열 정부에서 초대 홍보수석비서관을 맡고 지난해까지 대외협력특별보좌관(장관급)으로 근무한 최영범 대표를 새 수장으로 맞았다.

최영범 KT 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
최영범 KT 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

회사 내부에선 최 대표가 이전 KT스카이라이프 대표들과 달리 KT가 아닌 외부 출신인데다 정치권과 밀접한 인사라는 점에서 오히려 리더십에 대한 기대가 높은 상황이다.

실제 최 대표 취임 이후 KT 스카이라이프는 KT와 현재 망사용료 협상을 치열하게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전과 비교하면 개선된 내용으로 재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도 전해진다.

이는 지난 2014년 황창규 전 KT 회장 시절 취임한 이남기 전 KT스카이라이프 대표와의 상황과도 겹친다. 당시 KT스카이라이프는 DCS가 임시허가를 통해 서비스 할 수 있는 길은 열렸지만 KT와 초고속인터넷 망 이용대가를 놓고 난항을 겪은 바 있다. KT와 KT 스카이라이프가 원하는 망 이용대가 수준이 달랐기 때문인데, 당시 이 전 대표가 KT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DCS 서비스 개시가 늦어졌다.

스카이라이프 노조도 지난 2월 최 대표 내정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KT와의 모든 협상에서 정상적 대가 산정과 동등한 관계 설정이 절실하다”며 “위성임차료부터 인터넷, 모바일은 물론 DCS에 이르기까지 KT와 유무선 망대가 협상에서부터 부당한 착취를 당해오고 있었음을 인지하고 합리적인 정상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위성임차료는 역시 지난 2002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해묵은 숙제라고 노조 측은 지적한다. KT SAT에 매년 지불하는 대가가 연간 500억원을 상회하며 오랜 기간 위성방송의 원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스카이라이프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자회사 스카이TV가 KT의 콘텐츠 자회사 스튜지오지니에 지적재산권(IP)이 없는 콘텐츠를 구매하는 관행이 이어지면서 내부 불만도 높았다.

스카이TV는 스튜디오지니가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면, 해당 콘텐츠를 ENA 채널 등을 통해 유통해 왔는데, 그동안 콘텐츠 방영권 대부분을 IP도 없이 턴키 방식으로 사들이며 스튜디오지니의 성장성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실제 지난해 스튜디오지니 매출은 5403억원으로 전년보다 41% 증가한 반면, 스카이TV는 영업손실 38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손실도 425억원을 기록했으며, 매출은 1.9% 감소했다.

다만 올해 들어 콘텐츠 투자는 스튜디오지니에서 하되 스카이TV에서 판단한 콘텐츠들에 한해서만 방영권을 구매하도록 협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스카이TV는 예능 콘텐츠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노조 측은 “스카이TV에 대한 합리적 운영 방안과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현명한 판단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최근 집행부를 꾸린 제12대 노조도 스카이TV와 연대해 기존의 불합리한 구조들을 올바르게 개선하는데 노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KT는 미디어 사업의 시너지 확대를 위해 최근 상암동 일대로 KT 미디어·콘텐츠 그룹사를 모으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스카이라이프의 역할도 다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백지영 기자
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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