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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케이블 설치하면 아파트 가치 상승?”…KT, 선 넘는 영업행위 빈축

강소현 기자
[ⓒ 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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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KT가 아파트 단지 내 광케이블 교체 과정에서 과도한 영업을 이어가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관련 아파트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공사를 빌미로 한 이동통신사의 과도한 영업행위를 법으로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구축 아파트를 대상으로 ‘광케이블 설치공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이 과정에서 이동통신사 변경 요구 등의 영업을 요구했다는 아파트 주민들의 불만글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잇따르고 있다.

‘광케이블 설치공사’는 기존에 설치돼 있는 통신선로를 광케이블로 교체하는 공사다. 지하에 매설돼 있는 광케이블을 인입부인 각 세대 단자함까지 끌어다주는 방식이다. 기존 전화선이나 동축케이블보다 데이터 처리에 용이한 광케이블로 교체해 인터넷 및 TV 사용환경을 개선한다는 취지다.

구축아파트가 공사 대상으로, 새로 건설된 아파트의 대부분은 이미 세대 단자함까지 광케이블이 구축돼 있다.

[ⓒ 온라인커뮤니티 갈무리]
[ⓒ 온라인커뮤니티 갈무리]

하지만 최근 이러한 광케이블 설치와 관련, 과장된 정보로 공사 허가를 압박했다는 고객 불만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통신사와 관계없이 무료로 광케이블을 교체해준다는 말로 꼬드겨 통신사 변경 및 고가 인터넷 상품 가입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특히 현장에는 광케이블 설치와 무관한 영업직원이 동반했지만, KT 측은 마케팅 활용에 대한 주민들의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KT로부터 광케이블 설치 공사를 받았다고 밝힌 대전 모 아파트의 주민 A씨는 “당초 통신사 관계없이 전세대 기사가 방문해 광케이블을 설치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만 요청음에도 불구, 졸지에 입주민들이 반강제로 KT 방문영업을 당했다”고 호소했으며, 같은 지역 아파트 주민 B씨 역시 “광케이블로 바꿔준다는 목적으로 왔다면서 KT로 바꿔야 인터넷이 빨라지고 해킹도 안 당한다고 영업하더라”라고 불편함을 내비쳤다.

인천 모 아파트의 주민 C씨는"광케이블을 단자함으로 끌어다줘도 KT(가입자)가 아니라면 쓸 수 없다"라며 "(광케이블 설치가) 복지인 것 마냥 적어놓으니 주민들 간 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 온라인커뮤니티 갈무리]
[ⓒ 온라인커뮤니티 갈무리]

오히려 타 통신사 가입자의 경우 광케이블 설치 이후 TV 끊김 현상이 발생했다는 사례도 이어진 가운데, 이 과정에서 KT의 대응 역시 구설수에 올랐다.

인천 모 아파트의 주민 D씨는 "광케이블 설치 과정에서 KT로의 (통신사) 전환 권유가 있었으나 거부했다"라며 "다만 설치 이후 TV끊김 현상이 심해 연락했더니 모르쇠였다. 'KT로 전환하면 그런현상 없을 것이다', '해당 통신사에 AS 받으라'는 답변만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이외에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인한 복수의 공사 사전 안내문에는 광케이블 교체에 따른 집값 상승 기대감을 부추기는 과장된 내용도 담겼다. ‘모든 세대가 인프라 장비를 설치해야 특등급 아파트로 인정받을 수 있다’ ‘(광케이블 교체시) 타 아파트와의 차별화로 집값이 오른다’ 등의 내용이다.

초고속인터넷 전송속도별 가입자 점유율
초고속인터넷 전송속도별 가입자 점유율

업계는 KT가 유독 무리하게 영업하는 것을 두고, 초고속인터넷 시장 포화에 따른 고객 사전 유치 작업의 일환이라고 봤다.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간한 '2023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추계 가구당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은 약 109.1%, 세대당 보급률은 99.3%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시장은 포화기"라며 "이에 따라 구조적으로 신규 가입자 확보 경쟁보다는 경쟁사의 가입자 뺏어오기 경쟁을 해야 하며, 동시에 자사 가입자를 기가인터넷 등의 고가 상품으로 상향 이동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KT의 기가인터넷 가입자 점유율도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여전히 50%를 상회하지만, 1Gbps 이상 상품의 KT 가입자 점유율은 2020년 63.5%에서 2022년 53.8%로 크게 하락했다.

이에 KT는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높은 10Gbps 상품 가입자 확보에 선제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HFC망을 통해 기가인터넷을 제공하고 있는 주요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의 경우 아직까지 10Gbps 인터넷 제공이 어렵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사업 성장이 정체기이다보니 ARPU가 높은 기가인터넷 가입자 유치를 늘리기 위함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통신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를 통해 이러한 과도한 영업행위에 대해 제재하고 있다고 말한다.

앞서 방통위가 발표한 분조위 2023년 통계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 시내전화 등 유선 서비스 분쟁 부문에서 KT가 110건(34.7%)으로 가장 많았다.

주로 분쟁은 인터넷 해지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장기간 요금이 청구되거나, 혜택 제공을 한다고 가입을 유도한 후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이전 설치 불가로 서비스를 해지했을 때 위약금을 청구하는 이유로 발생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사업자가) 계약 과정에서 이용자가 올바른 판단을 하는데 거짓된 정보를 고지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다"라며 "통신사 변경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이야기했던 부분과 다르게 계약하는 경우 가입자는 위약금 없이 개통 철회 및 서비스 해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KT는 광케이블 설치에 따라 타사 가입자 역시 속도개선 효과를 같이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일부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구내 통신설비가 오래돼 기가인터넷 및 초고속인터넷 사용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다"라며 "이에 구내통신 업그레이드 작업을 진행 중이며, 아파트관리사무소 및 입자주대표회의 승인과 협조를 받아 관련 규정과 절차를 준수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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