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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공정위, ‘자사 PB 우대’ 쿠팡에 과징금 1400억원…검찰 고발 예고

왕진화 기자
공정거래위원회 CG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 CG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쿠팡이 판매량 등 객관적 데이터와 무관하게 자기 상품을 상단에 배치하거나, 임직원을 이용한 구매후기 작성과 높은 별점 부여하는 등에 대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역대급 제재를 받게 됐다. 쿠팡은 공정위 규제가 사실상 쿠팡의 리테일러 역할을 할 수 없도록 막는 것이라며 불복,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쿠팡 및 씨피엘비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행위(‘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이하 ‘공정거래법’, 제45조 제1항 제4호)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400억원을 잠정 부과하고 쿠팡과 씨피엘비를 각각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과징금 조치는 유통업계 역대 최대 규모다. 단일 기업으로 통틀어서는 퀄컴(2번), 구글, 삼성 등에 이어 역대 5위 규모의 과징금으로 꼽힌다.

씨피엘비는 쿠팡의 PB 상품을 전담해 납품하는 쿠팡의 100% 자회사로 지난 2020년 7월 쿠팡의 PB 사업부에서 분사돼 설립됐다. 2022년 기준, 쿠팡은 ‘자기 상품(직매입상품+PB상품)’ 판매와 중개상품 거래중개를 모두 영위하는 온라인 쇼핑시장의 1위 사업자다.

즉, 쿠팡은 검색순위 산정 기준을 설정·운영하고 상품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이자, 자기 상품의 판매자로서 이중적 지위를 가지며, 이러한 이중적 지위로부터 자기 상품 판매와 입점업체의 중개상품 판매에 있어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

[ⓒ쿠팡]
[ⓒ쿠팡]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상품 검색순위인 ‘쿠팡랭킹’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판매량, 구매후기 수, 평균 별점 등 실제 소비자들의 반응을 중요하게 반영해 검색 순위를 산정하도록 알고리즘을 설계·운영하고 있다. 상품거래 중개 사업을 도입한 2015년 당시 쿠팡은 “판매량 등의 객관적 데이터로 상품 검색 순위를 제공할 계획”이라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소비자들도 검색순위가 높으면 해당 상품이 판매량, 구매후기 등이 우수한 것으로 인식한다. 이에 따라 검색순위는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공정위는 쿠팡이 이러한 점에서 소비자 기만행위를 크게 두 개로 펼쳤다고 주장했다.

먼저, 공정위는 쿠팡과 씨피엘비가 자기 상품의 판매를 늘리기 위해 검색순위 알고리즘 조작 및 임직원의 구매후기 작성과 높은 별점 부여를 통해 쿠팡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21만개 입점업체의 4억개 이상 중개상품보다 자기 상품만을 검색순위 상위에 올리는 위계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쿠팡의 상품이 입점업체의 상품보다 더 우수한 상품이라고 오인해, 쿠팡의 상품을 구매 선택하게 되는 등 쿠팡과 거래하도록 유인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쿠팡이 지난 2019년 2월부터 2023년 7월까지 3가지 알고리즘을 이용해 중개상품을 배제하고 최소 6만4250개의 자기 상품(직매입상품 5만8658개, PB상품 5592개)을 검색순위 상위에 고정 노출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쿠팡이 검색순위 상위에 고정 노출한 상품에는 ‘판매가 부진한 상품’, ‘납품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기로 한 상품’ 등도 포함시켰다.

또한, 공정위는 쿠팡이 이러한 위계행위가 위법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음에도 기존 위계행위(프로모션)를 지속하면서 Strategic Good Product(SGP), 콜드스타트 프레임워크 방식을 추가해 검색순위 상위에 고정 노출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가 두 번째로 문제 삼은 점은 쿠팡체험단 내 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활동했다는 것이다. 쿠팡은 2019년 1월, PB상품에 대해 일반 소비자로 구성된 ‘쿠팡체험단’을 통해 구매후기를 달려고 했으나, 쿠팡의 PB상품이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없어 ‘쿠팡체험단’을 통한 구매후기 수집이 어려웠다.

이에 쿠팡은 지난 2019년 2월부터 2023년 7월까지 2297명의 임직원으로 하여금 PB상품에 긍정적 구매후기를 달고 높은 별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최소 7342개의 PB상품에 7만2614개의 구매후기를 작성하고, 평균 4.8점의 별점을 부여함(이하 임직원 바인)으로써 PB상품이 검색순위 상위에 노출되기 유리하게 했다.

해당 사진은 이 기사와 관련 없음. [ⓒ쿠팡]
해당 사진은 이 기사와 관련 없음. [ⓒ쿠팡]

또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PB상품 출시단계에서 임직원 바인을 상시적으로 운영하면서 직원들에게 구매후기 작성방법과 관련된 매뉴얼을 숙지시키고 구매후기를 1일 이내에 작성하도록 했다. 이에 더해 부정적 구매후기를 작성하지 않도록 지시하고,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으면 경고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리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 측은 “이번 조치는 나아가 상품 거래 중개자와 판매자의 지위를 겸하고 있는 거대 플랫폼과 경쟁사업자(입점업체) 간 공정한 경쟁질서를 확립하고, 온라인 쇼핑 분야 사업자들로 하여금 투명하고 공정한 알고리즘 운영에 만전을 기하도록 경각심을 일깨우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쿠팡 측은 매출이 4배 이상 높은 골든존에 PB상품을 판촉 하는 대형마트 등과 비교했을 때의 공정위의 이같은 조치가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PB상품이 직매입 상품이나 오픈마켓 상품을 차별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사실무근이라고 설명했다.

쿠팡 측은 유통업의 본질은 상품 진열이자 고유권한이라며, 공정위 규제는 쿠팡이 리테일러로서 역할을 할 수 없도록 막는 것이라고 짚었다. 결국에는 사실상 리테일 서비스 로켓배송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사실상 공정위의 이러한 조치에 불복한 것이다.

사진은 11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2021.3.11[ⓒ연합뉴스]
사진은 11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2021.3.11[ⓒ연합뉴스]

쿠팡은 앞선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쿠팡의 알고리즘은 소비자 선호에 따라 지속적으로 개선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쿠팡 측은 전원회의에서 주요 학계 전문가 의견으로 “추천 알고리즘 내외 가중치를 선별적으로 조정하거나 결과 리스트를 재정렬 또는 필터링하는 후처리는 거의 모든 상용 추천 시스템에서 사용한다”고 제시했다.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비슷한 알고리즘을 사용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쿠팡 측은 이같은 내용을 공정위가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쿠팡은 소비자들이 쿠팡 추천에만 의존해 사지 않는데, 공정위는 검색 순위가 높을수록 노출이나 판매량이 높고 이는 인위적으로 이뤄진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쿠팡 측은 이날 뉴스룸을 통해 “쿠팡은 다른 오픈마켓과 달리 매년 수십조원을 들여 로켓배송 상품을 직접 구매하여 빠르게 배송하고 무료 반품까지 보장해 왔다”며 “쿠팡의 ‘랭킹’은 고객들에게 빠르고 품질 높고 저렴한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로, 고객들은 이러한 차별화된 로켓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쿠팡을 찾고, 쿠팡이 고객들에게 로켓배송 상품을 추천하는 것 역시 당연시 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격이 싸고 배송이 편리해 많은 국민들의 합리적 선택을 받은 쿠팡의 로켓배송이 소비자 기망이라고 주장하는 공정위의 결정은, 디지털 시대의 스마트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무시한 시대착오적이며 혁신에 반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쿠팡 측은 “전세계 유례없이 ‘상품진열’을 문제삼아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 과징금 총액의 절반을 훌쩍 넘는 과도한 과징금과 형사고발까지 결정한 공정위의 형평 잃은 조치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부당함을 적극 소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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