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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상장 좌절된 이노그리드, 자본잠식 해소할 수 있을까?

권하영 기자

이노그리드 김명진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 이노그리드]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다음달 코스닥 상장을 예정했던 이노그리드가 상장예비심사 승인 취소를 당하면서 회사 재무구조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올해 1분기 기준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이노그리드는 상장을 통한 공모자금으로 이를 해소할 계획이었다.

클라우드 솔루션 전문기업인 이노그리드는 원래 지난 19일까지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가를 확정하고 오는 24일부터 이틀간 일반청약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좌절됐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이노그리드의 코스닥시장 상장예비심사 승인 결과의 효력을 불인정하기로 지난 18일 결정했다.

이미 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에 대해 한국거래소가 심사 효력을 불인정한 것은 1996년 코스닥 시장이 문을 연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노그리드는 최대주주 지위 분쟁과 관련한 사항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상장예비심사 신청서에 기재하지 않았다. 코스닥 상장 규정에 따르면 ‘상장예비심사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심사신청서의 거짓 기재 또는 중요사항 누락’이 확인될 경우 예비심사 승인 효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이노그리드는 심지어 향후 1년 이내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수 없게 됐다. 당장 다음달 상장을 눈앞에 뒀다가 갑자기 최소 1년간 상장 추진이 어렵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노그리드가 이 1년 동안 상장을 통한 공모자금 유입 없이 자본잠식을 거듭하는 현 재무구조를 해소할 수 있을지 여부다.

앞서 이노그리드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1분기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5억5882만원으로, 기업의 자산보다 부채가 많아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통상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기업은 ‘부실기업’으로 분류된다.

다만 이노그리드는 기술특례상장이기 때문에 자본잠식이 있더라도 상장은 가능하다. 하지만 일부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이 실적 추정치를 부풀려 기업가치를 높이 평가받은 사례들이 더러 나오면서, 기업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던 참이다.

이노그리드는 2023년 3분기 기준 자본잠식률이 188.79%에 이르렀다가, 같은해 4분기 기준 자본잠식률 24.30%로 부분자본잠식 상태로 잠깐 나아졌는데, 올해 1분기에 다시 자본잠식률이 128.46%에 달해 완전자본잠식으로 전환됐다.

상장 기업이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이면 코스닥 시장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되고, 50% 이상 자본잠식률이 2년 이상이거나 자본잠식률이 100%를 넘어서면 상장 폐지 사유가 된다.

이노그리드는 이러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대해 “올해 당기순이익을 실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자본잠식은 해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더불어 이번 공모자금 유입으로 재무건전성 제고가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상장이 제대로 진행됐다면, 최소 174억원의 공모자금을 확보해 자본잠식을 완전 해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장을 통한 공모자금 유입이 최소 1년간 차단되면서 이 같은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이노그리드는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투자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현 재무구조를 해소하기 어렵다고 평가된다. 회사는 지난 2021년을 제외하고 2020년부터 작년까지 계속 적자를 내고 있는 형편이다.

이노그리드는 올해를 기점으로 연간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 보고 있다. 일단 2024년에 22억28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회사가 자체 전망한 실적 추정치가 얼마나 들어맞을지도 사실 알 수 없지만, 예상치에 근접한다 해도 자본잠식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이노그리드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88억9639만원에서 올해 1분기 기준 24억9873만원으로 71.9% 급감했다. 기업의 단기 자금 지급 여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89.77%에서 올해 1분기 기준 70.11%로 감소했다. 상환 기간이 1년 이내인 단기차입금 50억원도 존재한다.

물론 사업 특성상 매출의 상당부분이 4분기에 집중되기 때문에, 계절적 비수기에 해당하는 올해 1분기 기준 재무구조만으로 비관하기엔 이르다. 그나마 지난해 적자폭은 전년 대비 개선됐고 그해 4분기에 분기 흑자 전환을 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결국 상장 재도전까지 1년여간 수익성을 얼마나 개선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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