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코리아]① 대통령·장관 외면했지만…양자, 시장 진출 궤도 올랐다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장비는 만들었는데 팔 곳이 없습니다. 시장이 없는데 정부는 이미 상용화가 됐다고 판단하고 계신 것 같아요”
최신 양자과학기술 트렌드를 조망하는 '퀀텀 코리아 2024'가 지난 25일 개막했다. 지난해까지 국가 시범사업을 통해 레퍼런스를 확보한 기업들은 올해부터 상용화를 위한 준비에 본격 나선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1회 퀀텀코리아가 개막했을 때와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였다. 당시만해도 정부의 뜨거운 관심 속 개최됐지만, 올해 행사에 대통령과 장관이 불참하면서 현장에는 불안감이 감지됐다.
◆ 생태계 중심축으로 이동한 기업…양자컴퓨터 시연도
이번 행사에선 양자 생태계의 축이 ‘기업’으로 이동한 모습이었다. 연구개발 단계를 마치고 시장에 나올 채비에 나선 것이다.
지금까진 생태계의 중심엔 연구기관이 있었다. 지난해 퀀텀코리아만 해도 초전도 양자컴퓨터 실물 모형을 전시했던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 가장 주목받았다.
올해 이러한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관객의 시선은 양분됐다. 그 중심엔 양자컴퓨터 기업들이 있었다. 이번 행사엔 64개 기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3분의1 정도가 양자컴퓨터를 다루고 있었다.
행사장 전면엔 양자컴퓨터 시장을 선도해온 IBM의 부스가 위치했다. 양자컴퓨터 시장의 판도는 2016년 IBM이 클라우드 기반 양자컴퓨팅 플랫폼 ‘IBM 퀀텀 네트워크’를 내보이면서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BM은 올해 퀀텀코리아에서도 그 위상을 과시했다. 부스 전면에 내세운 'IBM 퀀텀 시스템 원' 실물 모형은 관람객의 시선을 압도했다. 퀀텀 시스템 원은 IBM을 대표하는 첨단 양자컴퓨터다. 아직 국내엔 도입되지 않은 가운데, 올 하반기 연세대학교에 들여올 것으로 알려졌다.
옆에 위치한 메가존 클라우드 부스에선 양자컴퓨터를 활용한 시연도 진행됐다. 큐노바의 양자 알고리즘 ‘HIVQE’를 핀란드 IQM의 양자컴퓨터에 적용해 리튬과 황의 가장 안정적인 화학적 구조를 찾는 시연으로, 알고리즘 만으로 아직까지 불완전한 양자컴퓨터의 성능을 크게 개선한 부분이 눈길을 끌었다. 알고리즘 적용으로 양자컴퓨팅 계산량을 1000배 이상 절감했다는 설명이다.
◆ 양자암호통신, 보안의 가시화 '초점'…R&D 삭감 여파에 불안감↑
양자암호통신 분야의 경우 올해 ‘보안의 가시화’에 중점을 두고 부스를 꾸렸다. 양자컴퓨터와 달리, 기술 발전 현황을 눈으로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는 보안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흔히 보안은 ‘창과 방패’의 대결에 곧잘 비유되는데, 새로운 공격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이에 맞서 뚫리지 않는 새로운 보안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구축해야하다보니 고객은 실제 문제가 발생하기 전까진 그 중요성을 체감하기 어렵다.
이에 양자암호통신 분야를 선도 중인 국내 이동통신3사는 양자암호통신 기술이 적용된 서비스를 전시했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 설립한 양자 협력 연합체인 '엑스퀀텀' 멤버사들과 함께, 하드웨어 그리고 소프트웨어 버전의 양자암호칩이 각각 탑재된 월패드를 선보였다. 엑스퀀텀에는 SK텔레콤을 비롯해 대한민국 양자 산업을 주도하는 에스오에스랩, 엑스게이트, 우리로, 케이씨에스, 노키아, IDQ코리아 등이 멤버사로 참여 중이다. 초고성능 비전AI의 알고리즘과 양자암호칩이 탑재된 ‘퀀텀 AI 카메라’도 관객의 시선을 끌었다.
LG유플러스는 PQC를 적용한 클라우드용 통합 계정 관리 솔루션인 '알파키(Alphakey)'를 선보였다. 알파키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개별적으로 등록된 임직원의 계정 정보를 한곳으로 모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솔루션으로, 여기에 양자내성암호(PQC)를 적용해 외부 공격에 대한 보안을 한층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이번 현장에선 양자사업을 지원하는 다양한 솔루션들이 눈에 띄었다. 키사이트는 양자칩을 쉽게 개발할 수 있는 전반적인 설계 흐름을 시연했으며, 큐심플러스는 양자 기술의 기본 원리를 파악할 수 있는 그래픽 기반 양자통신용 소프트웨어 시뮬레이터를 선보였다.
이처럼 올해 참여기업은 물론 사업 영역도 늘었지만, 행사는 전년과 비교해 한적한 분위기였다. 경기도라는 지리적 위치도 있었지만, 직전해와 달리 대통령과 장관이 불참한 부분도 한몫했다. 행사기간도 4일에서 3일로 하루 줄었다. 행사는 일산 킨택스에서 27일까지 3일간 열린다.
연구개발(R&D) 비용 삭감 직후라 현장에선 불안감도 감지됐다. 양자 분야의 경우 30% 가량 삭감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타격은 컸다. 당장 레퍼런스를 만들기 위한 시범사업 참여 기회 자체가 줄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정부 시범사업을 통해 장비를 만들어둔 업체들은 졸지에 '낙동강 오리알'이 됐다. 반도체·AI·첨단바이오·사이버보안·이차전지·우주 등과 함께 7대 국가전략기술에 선정된 것이 무색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관계자는 "생태계 가장 하단에 위치한 것이 기업"이라며 "궁극적으로 사업화가 이뤄지려면 돈이 기업까지 와야 (양자생태계의) 저변이 넓어지고 연구개발과 인재 대한 투자가 이뤄지는 생태계 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양자생태계를 만들려면 양자 펀딩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라며 "정부 지원을 통한 스타트업 육성이 먼저 이뤄져야 산업 전체가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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