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환號 배민 멈췄다…차기 대표 내정자에 놓여진 과제는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이국환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단독 대표로 나선지 약 1년 반 만에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우아한형제들과 이곳에서 운영하는 배달의민족(배민)의 경영 공백이 생겼다.
우아한형제들은 오는 8월 이후 차기 대표 내정자를 주주총회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선임할 계획이라고 2일 밝혔다. 우아한형제들은 주요 경영진의 공백과 교체에도 견조한 실적 성장을 보여온 만큼, 차기 대표가 결정되는 대로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모기업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그림자는 이전보다 더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배달업계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은 차기 대표 내정자가 정식 선임될 때까지 피터얀 반데피트(Pieter-Jan Vandepitte) 사내이사가 임시 대표를 맡기로 했다. 벨기에 국적의 피터얀 반데피트 사내이사는 독일 DH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내온 인물이다.
우아한형제들은 김봉진 창업자와 김범준 전 대표가 연달아 떠났었다. 김 창업자는 지난 2010년 우아한형제들을 창업한 뒤 13년간 배민 대표를 맡았고, 지난 2020년 우아한형제들을 DH에 매각했다. 지난 2022년 말 기준 김 의장의 우아한형제들 보유 지분은 8.35%였다.
김 의장이 용퇴를 결정했던 이유는 우아한형제들의 배민 시장 점유율이 독보적인 한편, 회사 실적이 정상에 올라섰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2022년 우아한형제들은 영업이익 4241억원을 거두는 등 4년 만에 흑자로 전환됐다. 다만 그가 회사를 떠날 당시 김 창업자의 우아한형제들이란 색채가 대중들에게 강하게 인식됐던 만큼, 내부에서도 적지 않은 혼란을 겪었다.
김범준 전 대표는 김 창업자와 공동으로 우아한형제들을 이끌어오며 치열한 시장 경쟁 상황에서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수성해 왔다. 그러나 김 전 대표도 지난해 초 연임을 고사하면서, 배민 안팎에선 위기론까지 불거지기도 했다. 위기론을 보란 듯 잠재운 건 차기 대표로 선임된 이국환 대표였다.
이 대표는 단독 대표가 되기 전까지 배민라이더스사업실장, 딜리버리사업부문장, 배민사업부문장을 역임하며, 푸드 딜리버리 사업과 B마트·배민스토어 등 퀵커머스 서비스가 시장에 안착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해왔다.
이 대표 체제 아래 우아한형제들은 배민의 묶음배달 서비스인 ‘알뜰배달’ 등을 선보이고 당일 배송이나 새벽배송을 넘어 주문 즉시 배달이 가능한 ‘배달 커머스’ 영역을 개척하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이를 방증하듯 지난해 우아한형제들은 연결 기준 매출 3조4155억원, 영업이익 6998억원, 당기순이익 5062억원 등 깜짝 실적을 기록하며 2년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특히 배민배달, 가게배달 등 음식배달 사업이 포함된 서비스 분야 매출은 2조7187억원으로 전년(2조4233억원) 대비 12.2% 늘어났다.
이러한 가운데 이날 우아한형제들은 이 대표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했다고 발표했다. 이 대표의 개인적인 이유와 더불어 이사회가 내린 사임 결정이었던 만큼 내부에서도 갑작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임직원에게는 별도의 감사 인사 이메일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우아한형제들 측에 따르면 차기 대표 내정자는 정해진 상태다. 우아한형제들 차기 대표 내정자는 오는 8월 이후 주주총회와 이사회 의결을 거친 뒤 정식 선임될 예정이다.
한편, 실적 발표 당시 일각에선 독일 모기업 DH가 배민 인수 이후 처음으로 4127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가져간 데에 대해 자영업자들과 라이더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1일자로 신규 입점 매장에게 포장 수수료 부과까지 실시하고, 단건 서비스인 ‘한집배달’에 두 건 이상을 라이더에게 배차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민심 역시 한층 꺾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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