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경영실적은 비슷한데”… 신한은행 보다 IT에 2천억 더 쓴 KB국민은행, 무슨 이유?

박기록 기자
ⓒ국민은행
ⓒ국민은행

[기획/금융IT 거버넌스⑤] IT인프라 혁신의 차이, IT예산과 인력 결정할까

- 작년 국민은행 IT투자예산 5685억원 vs 신한은행 3788억원

- 같은기간 IT인력 국민은행 1908명 vs 신한은행 1170명

- 작년 우리은행 IT예산 4083억원, IT인력 1020명… 4대 은행중 국민은행의 IT비용·인력이 유독 많은 이유놓고 다양한 해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KB금융그룹의 핵심인 국민은행이 지난해 정보기술(IT)부문에 총 5685억원의 비용을 집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신한은행은 이보다 1897억원이 적은 3788억원을 투자해 큰 대조를 보였다.

또 같은기간 정보보호(보안)투자 금액도 국민은행은 420억원(전체 IT예산 대비 7.40%)을, 신한은행은 287억원(7.60%)을 집행해 역시 두 은행간 133억원의 격차가 났다.

이같은 수치는 두 은행이 ‘정보보호산업 진흥법’ 규정에 따라 정보보호공시 포털에 고시한 연간 IT 투자 및 정보보호 투자 내역을 기초로 분석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왜 국민은행의 IT 비용이 규모가 엇비슷한 신한은행과 비교해 연간 2000억원 가까이 많이 쏟아부었나 하는 점이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 2022년에도 6072억원의 IT비용을 집행했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387억원 더 많은 수치다.

◆시중 은행들 업무구조 비슷… 국민‧신한은행은 'IT 거버넌스' 형태까지 유사한데 왜?

국내 시중 은행들의 업무 성격은 거의 유사하다.

이 때문에 IT인프라의 운영 범위 및 인력 구조도 대체로 비슷하다. 전통적으로 국민은행의 IT예산이 타 시중은행 보다 많은 편이긴하지만 이같은 큰 격차는 다소 의외다.

특히 국내 4대 시중은행중 국민, 신한 두 은행은 전통적으로 ‘자체 운영’을 기반으로 하는 IT 운영 거버넌스 전략도 유사하다.

국민은행은 KB금융그룹내 IT자회사인 KB데이터시스템, 신한은행 역시 그룹내 IT자회사인 신한DS와의 협업을 통해 유지보수 등 업무를 지원받는 구조도 동일하다.

규모가 엇비슷한 시중은행들간에도 IT예산에서 큰 격차가 나는 경우가 종종 있는 이는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처럼 수천억원의 예산이 2~3년간 집중되는 특수한 경우다.

그러나 두 은행 모두 지난해 ‘포스트 차세대’ 프로젝트를 각각 진행해왔기 때문에, 돌출성 빅 프로젝트로 인한 IT 예산의 격차를 충분히 설명할 수는 없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코어뱅킹 현대화 2단계’ 사업을 진행했고 이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더 넥스트(NEXT)’ 3단계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올해 5월 최종 완료했다.

다만 현재 국민은행은 여전히 IBM 메인프레임 환경에서 주전산시스템을 운영중이며, 신한은행은 올해 ‘더 넥스트‘ 개통으로 유닉스와 비대면 모바일뱅킹서비스(SOL)부문에 별도의 엔진을 탑재한 병행 구조로 전환했다.

참고로, 그동안 4대 시중은행중 IT거버넌스 전략은 '국민‧신한'과 '우리·하나'가 차별화를 보여왔다.

우리은행의 경우 올해부터는 ‘자체 IT운영’ 방식으로 전환했지만, 그동안 하나은행과 함께 은행내에 IT기획 조직만 두고, 그 외 개발 및 운영은 각각 그룹내 IT자회사인 우리FIS, 하나금융티아이를 통해 해결하는 SSC(Shared Service Center) 방식의 IT아웃소싱을 취해왔다.

이같은 SSC 방식의 경우, IT인력 변동이 적고 그에 따른 IT비용 변화도 제한적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의 경우 작년 IT투자비용은 4083억원으로, 전년(2022년)의 3941억원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우리FIS의 개발 및 운영인력을 포함해 IT인력도 2022년(1011명), 2023년(1020명)으로 큰 변화가 없다.

국민은행-신한은행, IT 인력 규모 큰 격차… ‘IT 조직 효율성’의 문제인가, ‘IT 혁신성’의 격차일까

공시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2023년말 기준 IT 인력은 1908명(보안 63.5명)이다.

반면 신한은행은 1170명(보안 50명)이다. 무려 740명 가량 국민은행의 IT 인력이 많다. 더구나 국민은행은 2022년말(1799명)보다 100여명 이상 IT인력이 더 늘었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2022년엔 자료를 공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IT인력의 증감 내역을 알 수 없다. 다만 신한은행도 디지털전환과(DX) 비중 확대와 ‘생성형 AI’에 기반한 IT고도화 이슈가 맞물리면서 대체적으로 IT인력 비중이 증가되는 추세다.

외형적 지표와 전체 직원수 대비 IT인력 비율만 놓고 본다면, 국민은행 IT 조직의 효율성은 신한은행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2023년말 기준, 국민은행의 전체 임직원수는 1만6737명이며 이 중 IT인력 비중은 11.4%이다. 반면 신한은행의 전체 임직원수는 1만3244명으로 이 중 IT인력은 8.8% 수준이다.

2019.9.19 경기 김포시 장기동에서 열린 'KB 통합IT센터 준공식'에서 참석자들이 테이프 커팅식을 하고 있다. 당시 (왼쪽 4번째)허인 국민행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사진 가운데) 등이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국민은행
2019.9.19 경기 김포시 장기동에서 열린 'KB 통합IT센터 준공식'에서 참석자들이 테이프 커팅식을 하고 있다. 당시 (왼쪽 4번째)허인 국민행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사진 가운데) 등이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국민은행

지난해 국민은행은 3조2615억원(전년동기대비 8.9%↑), 신한은행은 3조67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경영실적에선 두 은행 모두 엇비슷하다.

다만 IT예산 및 인력 규모가 경영실적과 직접적으로 비례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나 결국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두 은행의 IT 예산 격차는 700명이나 차이가 나는 IT인력 규모에서 1차적인 원인을 유추할 수 있다. IT비용중 인건비 등 경상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60%정도되기 때문이다.

◆'IBM 메인프레임' 기반 국민은행 기간 IT 인프라 구조 IT인력 운영 전략에도 부정적 영향 해석

그렇다면 왜 이렇게 두 은행은 IT인력 규모에서 차이가 많이 날까.

정보보호 포털에 공시된 몇몇 지표만 가지고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물론 국민은행이 과거 윤종규 KB금융 회장 시절부터 디지털 전략을 강화해왔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IT부문이 강화되면서 IT인력도 점차 늘어났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IT 강화'를 곧 'IT인력의 증가'로 보는 것은 1차원적인 단순한 접근이다.

이와관련 금융권 출신의IT 전문가는 "점포수, 고객수가 많다고 IT비용과 인력이 그와 비례해 늘어나야한다고 얘기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정확하지 않은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른 요인들을 따져봐야하겠지만 은행 IT인력의 범위(기준)을 어떻게 설정했는지에 따라 두 은행간 IT인력 차이가 생길 수 있고, 그게 아니라면 IT인프라의 혁신성에 따라 역시 IT인력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IT인력 산정 기준이 같다면 국민은행(IBM 메인프레임), 신한은행(오픈환경)을 채택하고 있는 두 은행 주전산시스템 환경의 혁신성 격차에서 IT인력 규모가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IT인프라 차이에서 발생한 격차라는 해석이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중 여전히 'IBM 메인프레임'을 운용하고 있는 곳은 국민은행이 유일하다.

반면 신한은행을 비롯한 거의 모든 은행은 2010년을 전후로 기존의 기존 메인프레임 환경을 탈피, 유닉스(UNIX) 오픈환경으로 전환하는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밖에 두 은행간 IT예산과 인력의 차이가 ▲IT 조직화 전략의 차이 ▲자체 IT인프라 운영 비중을 줄이고 외부 비중을 늘리는 클라우드 전략의 범위 등 복합적인 요인을 따져봐야한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외형적인 IT투자 비용과 IT인력의 규모만으로 'IT가 강한 은행'으로 판단하는 것은 경계해야한다는 것이다.

박기록 기자
rock@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