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무료 배달’로 배달앱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가운데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출혈 경쟁을 버티지 못하고 수익성 강화를 위한 카드를 꺼냈다. 경쟁 업체 중에선 가장 낮은 중개 수수료율을 매기고 있었던 쿠팡이츠(9.8%)처럼 배민(6.8%) 역시 3%포인트 올린 것이다.

회사 안팎에서는 최근 배민이 ‘배민클럽’ 멤버십의 유료 전환을 예고한 데 이어 이국환 대표가 급작스럽게 사임하고, 중개 수수료율까지 연이어 올리자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DH)의 수익성 압박이 심해진 것 아니냐는 시선도 제기된다.

이처럼 배달대행업계와 외식업주는 물론, 소비자 반발이 불 보듯 뻔하지만 배민 역시 경쟁 업체에게 던질 견제구 및 수익성 강화 카드는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쿠팡이츠는 와우회원을 기반으로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지난 9일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는 쿠팡이츠의 신용·체크카드 결제금액 추이(추정치)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1일부터 7일까지 약 62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당시에만 해도 시장 점유율 3위에 불과했던 쿠팡이츠는 경쟁 업체들을 조금이라도 추월하기 위해 무료 배달 정책을 꺼내들었다. 쿠팡이츠 무료배달 서비스는 주문 횟수, 주문 금액, 장거리 배달에 제한이 없는 무제한 혜택을 와우 회원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지난 3월26일부터 시작됐다.

이러한 쿠팡이츠의 승부수는 적중했다. 무료 배달이 본격적으로 시동 걸린 지난 3월25일부터 31일까지의 주간은 약 723억원으로 16% 가량 증가했다. 여기에, 지난달 17일부터 23일까지의 해당 주간 경우 결제금액 약 88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3월 마지막주 대비 약 22% 상승한 수치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이하 와이즈앱)에 따르면 요기요는 점유율 역시 지난 3월 쿠팡이츠에 2위 자리를 내줬다. 요기요는 지난 5월 월간 사용자 수 732만으로, 전년 동월 대비 398만(119.2%) 증가했다. 이로써 쿠팡이츠는 지난 5월 기준, 배달앱 월간 사용자 수 점유율 20%를 기록했다. 요기요는 같은 기간 595만을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215만(26.5%) 감소했다.

쿠팡이츠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와우 혜택 무제한 무료배달 서비스를 운영 전 지역에 적용해 전국 확대를 완료했다. 기존에는 수도권과 6대 광역시, 지방 주요 적용지역 대상으로만 제공해 오던 것이었다. 무료 배달 시행 2개월 만에 적용 지역 제한을 없애면서 사실상 배민과의 점유율 전쟁을 선포했다. 와이즈앱은 지난달 쿠팡이츠 앱 월간 사용자 수가 771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다만 다수 데이터 분석업체 등에 따르면 배민은 이러한 쿠팡이츠의 추격전에도 흔들림 없이 시장 점유율(63%)을 지키고 있었다. 이를 활용해 장보기와 쇼핑 등 퀵커머스 영역도 확장을 지속했다. 하지만 수익 성장 한계가 보이는 배달 본연의 사업에 있어선 내부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보인다.

무료 배달이나 타 업체와의 대규모 프로모션 등 배달업계는 출혈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는데, 배민은 중개 수수료율이 경쟁사 대비 낮았었기 때문이다. 또한 요기요 ‘요기패스X’, 쿠팡 ‘쿠팡와우’처럼 유료 멤버십도 따로 보유하지 않아 수익성을 내는 데 한계점이 명확했다는 게 배민 안팎에서의 평가다.

수익을 늘리기 위해 최근까지 배민은 내·외부 정책을 변경하거나 신설했다. 앞서 배민은 지난 1일부터 신규 입점 점포부터 포장 수수료를 유료화해 6.8%씩 부과하기 시작했다. 내년 3월 이후 기존 점포도 모두 유료화된다. 현재까지 무료로 제공돼 왔던 멤버십 서비스 배민클럽 역시 다음달부터 원하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유료로 전환된다.

그러다 오늘(10일)은 다음달부터 자체 요금제(배민1플러스)의 수수료율을 기존 6.8%에서 9.8%로 3%포인트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보는 소상공인들과 외식업주들의 반발은 거세다.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등 주요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선 대부분 배민의 요금 인상 정책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대다수였다. “이렇게 되면 결국 음식값을 올리게 될 것 같은데, 그러면 주문율이 떨어지지 않겠느냐”, “(이렇게 될수록) 전화배달과 앱 배달 가격을 따로 해놓고 동네 홍보할 수밖에 없다” 등의 반응까지 나왔다.

배민 측은 개편 배경에 대해 무료배달 경쟁 상황에서 구조상 지속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고, 타 업체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율이나 멤버십 부재 등 상황도 있어 고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배민 관계자는 “배민은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율과 업계 유일 정액제 상품 운영 등을 통해 사장님 가게 운영에 보탬이 돼 왔다”며 “사장님의 배달비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고객 혜택을 강화해, 앞으로도 시장을 선도하는 플랫폼이 되겠다”고 말했다.

한편, 독일 모회사 DH는 최근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 7일 유럽연합(EU)에서 반독점 관련 벌금 4억유로(약 6000억원) 이상을 부과받을 수 있다고 밝힘에 따라 장중 주가가 17% 하락하는 등 경영 상황이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