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부터 리니지까지 전부 ‘리부트’… 엔씨에 부는 변화의 바람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엔씨소프트(이하 엔씨)가 회사 뿌리와도 같은 ‘리니지’마저 바꾸는 등 작년부터 이어온 회사 전반의 체질 개선 작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엔씨는 올해 초 김택진·박병무 공동대표 체제로 닻을 올린 후 대대적인 전열 정비 중이다. 회사 운영 부문에선 임원 등을 포함해 전사 직원 대상으로 구조 조정 작업을 시작했고, 지난달엔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목적으로 신설 회사 설립을 통한 분사도 결정했다.
지난달 27일 출시한 ‘배틀크러쉬’를 기점으로 회사 핵심 경쟁력인 게임 사업에서의 변신도 본격화했다. 배틀크러쉬는 생존을 목적으로 하는 배틀로얄 요소를 접목한 캐주얼 난투형 액션 게임으로, 여러 특성 있는 캐릭터를 이용해 타 이용자와 협력하거나 경쟁하는 재미를 담았다.
장르적 변화 뿐만 아니라 3D 카툰 형태의 귀여운 그래픽, 페이투윈(Pay To Win‧돈을 쓸수록 강해지는 구조)을 전면 배제한 수익모델(BM), 회사 최초 닌텐도 스위치 플랫폼 출시 등 여러 측면에서 엔씨 변화를 상징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출시 초반 화제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 단계인 만큼 콘텐츠 개선 여부에 따라 반등 가능성도 점쳐진다.
엔씨 변화 움직임은 대표 IP(지식재산) ‘리니지’에서도 엿보인다. 리니지는 엔씨를 굴지의 게임사로 견인한 IP이지만, 자사 다른 IP에까지 영향을 미친 특유의 과도한 과금 구조 등으로 인해 점진적으로 엔씨 브랜드 가치를 훼손한 작품이기도 하다.
엔씨는 지난달 ‘리니지M’의 서비스 7주년을 맞아 대규모 업데이트 ‘에피소드제로’를 진행하고, 월드 신서버 ‘말하는섬’과 ‘원다우드’, 신규 클래스 ‘마검사’ 등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번 업데이트 핵심은 원작 리니지로의 회귀다. 특히 리부트 신서버 중 하나인 말하는 섬은 리니지의 첫 번째 에피소드 명칭이자 최초의 사냥터로, 리니지의 시작과 같은 상징적인 장소다. 초심으로 돌아가 원작 리니지의 ‘재미’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포한 셈이다.
리부트 월드에선 기존 최상위 콘텐츠였던 ‘유일 등급’이 삭제됐다. 상점 장비 및 문양, 수호성 등 성장 요소도 일부만 개방해 신규 이용자 접근성을 높였다. 또 BM 문턱을 크게 낮추면서 이용자 최대 과금 부담을 줄였다. 캐릭터의 빠른 육성을 돕는 각종 혜택도 제공된다.
이용자 입소문을 타면서 리니지M의 각종 지표도 상승했다.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6월 2주차(10~16일) 당시 안드로이드 기준 9만9187명에 그쳤던 주간 이용자(WAU) 수는 리부트 월드가 출시된 3주차(17~23일)에 15만4860명으로 뛰어올랐다. 플레이 시간도 늘었다. 6월 2주차 기준 약 400만 시간에서 4주차엔 580만 시간까지 올랐다.
엔씨는 오는 8월28일에는 스위칭 역할수행게임(RPG) ‘호연’을 출시하며 장르 다각화 움직임에 탄력을 붙인다. 호연은 엔씨 간판 IP ‘블레이드앤소울’을 기반한 게임으로, 출시 시점 60여종에 달하는 개성 있는 캐릭터 중 5종을 선택해 팀을 구성하고 전투하는 재미를 담았다. 이용자들은 조합한 캐릭터 구성을 기반으로 필드 기반의 풍성한 PvE(몬스터전투) 콘텐츠와 다양한 기믹과 패턴을 가진 싱글, 파티 보스들을 만나볼 수 있다.
박정호 호연 아트 디렉터는 지난 11일 온라인 쇼케이스를 통해 “호연이 서브컬처를 지향하는 게임은 아니다”며 “시작부터 다양한 영웅이 등장하는 만큼 서브컬처 특징 중 하나인 개개인의 깊이 있는 스토리와 픽업 캐릭터만 집중하기보다는 최대한 버려지는 캐릭터 없이 다양한 영웅을 성장시키고 조합하는 덱 빌딩의 재미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한편, 엔씨 체질 개선 작업은 만만찮은 성장통도 동반하고 있다. 증권가는 엔씨가 지난 2분기 12년 만에 분기 기준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변화 움직임은 높게 평가하지만, 신작 성과로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내년은 ‘아이온2’ 출시가 가능한 시점으로 전년비 증익은 확실시되나, 예년 수준의 이익 회복을 위해서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외 장르의 신작 흥행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변화하는 모습에 대한 확인이 선행돼야 한다”며 “올해 신작에서 엔씨 변화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한 후 내년 신작을 통한 실적 개선이라는 긍정적인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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