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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억원 위해 OTT에 방발기금 부과?…업계 우려 증폭 [IT클로즈업]

강소현 기자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사업자에 방송통신발전기금(이하 방발기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면서 업계 안팎에선 우려가 제기된다.

OTT에 대한 방발기금 부과로 추가로 거둬들일 수 있는 금액은 넷플릭스 기준 약 8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심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자칫하면 큰 소득 없이 연일 적자를 보이는 국내 사업자의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소속 조인철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날 OTT 사업자에 방발기금을 징수하는 내용의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방발기금은 방송 통신의 진흥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됐다. 이에 현재까지 방발기금은 배타적 사업권을 부여받은 자에 부과됐다. 공공재(주파수)나 사업권역에 대한 배타적 사업권을 허가받은 만큼, 여기에서 발생하는 초과이윤의 일부를 산업 발전을 위해 환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이 개정안은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티빙 등 국내외 OTT 사업자에게도 매출액의 1% 이내로 방발기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OTT 등 새로운 미디어 사업자들의 영향력의 커진 만큼 이들 역시 그에 맞는 책임과 역할을 다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이미 유럽과 캐나다 등에선 OTT에 방발기금 분담을 의무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인철 의원은 "그동안 법적 미비로 방송 통신 진흥의 책임을 고스란히 기존 사업자로만 한정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미디어 환경과 영향력이 변화한 만큼 그동안 무임승차 해온 OTT 도 공공재원에 기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OTT 사업자들은 그러나 적자폭이 계속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방발기금은 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 1위 사업자인 티빙만 해도 MAU의 지속적인 증가에도 불구 2021년 762억원, 2022년 1192억원, 2023년 142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사업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웨이브도 각각 558억원, 1178억원, 79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향력이 크다는 이유로 OTT 사업자에 방발기금을 징수하는 것이 타당한지 신중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해외에서 기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무조건 따라 부과하는 것이 아닌 현지 상황이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전문가는 "유럽 같은 경우 미디어 시장에서 해외 콘텐츠의 장악이 심화되고 있다"라며 "유럽 국가 중 유일하게 미디어 산업이 활성화된 영국조차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전체 SVOD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해외 사업자에 대해 기금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라고 꼬집었다.

법은 넷플릭스 등 해외 OTT를 겨냥하고 있지만, 결국 화살은 토종 OTT에 향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개정안은 방발기금 부과기준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제작비 등 매출원가가 큰 OTT의 상황을 고려해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방발기금을 걷는다면 국내 사업자만 내는 역차별이 발생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넷플릭스만 해도 2022년 기준 국내법인의 영업이익은 142억에 불과하다. 매출원가를 높게 책정해 국내 수익의 상당 부분을 그룹사에 지불하고 있는 탓이다.

한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방발기금은 방송에 대한 공적 영역을 담당하는 허가/승인 사업자에 부과되는 기금으로, OTT는 해당 기금 성격에 부합하지 않는다"라면서 "특히 글로벌 사업자에는 기금을 걷지 못하고 적자를 기록하는 국내 사업자만이 방발기금을 내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이번 법안은 윤 정부가 작년부터 추진 중인 각종 부담금 완화 정책과 배치되는 가운데, 법안을 발의하기에 앞서 방발기금의 사용처와 수혜자, 대상자 등을 명확히 파악하여 기금 부과 대상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은 "매출액의 1%라 한다면 넷플릭스 기준 80억원에 불과한데, 이렇게 확보한 재원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냐"라고 반문하면서 "유럽의 경우 (사업자들의) 직접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기금을 부과한 반면, 국내는 큰규모의 직접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방발기금 부과는) 오히려 사업자의 투자 의지만을 꺾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칫하다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배를 가르는 격이 될 것"이라며 "(사업자의) 자율적인 기부나 사회공헌 활동을 유도하는 정책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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