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칼럼

[취재수첩] 너도 나도 MSP의 시대…과거 실수 되풀이 되선 안돼

이상일 기자
[Ⓒ 메가존클라우드 홈페이지]
[Ⓒ 메가존클라우드 홈페이지]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2000년대 초반, 클라우드 컴퓨팅의 개념이 처음 등장하면서 IT 업계는 큰 변화를 맞이했다. 2006년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첫 클라우드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대두됐다. 다만 초기에는 단순한 인프라 서비스(IaaS)가 중심이었고, 기업들은 AWS를 사용하더라도 자체적으로 클라우드 인프라를 관리해야 했다.

이때 클라우드 컴퓨팅의 복잡성을 해결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돕기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게 됐다. 인프라는 AWS를 사용하더라도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과금, 관리 등을 지원해줄 수 있는 전문기업을 시장이 필요로 한 셈이다.

오픈소스 진영에서 랙스페이스(Rackspace)와 같은 업체들이 이러한 기업들의 니즈를 간파하고 클라우드 인프라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금 얘기되고 있는 클라우드 MSP(Managed Service Provider) 역할을 맡게 되었으며, 클라우드를 관리해주는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벤더들이 등장하면서 기업들은 여러 클라우드 인프라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클라우드 인프라의 전면적인 확산이 진행되면서 기업 IT인프라에 대한 이해와 운영 경험, 그리고 이를 클라우드라는 인프라에 펼쳐놓을 보다 전문적인 기업의 출현이 요구됐다. 이에 따라 전문적인 클라우드 MSP의 필요성이 증가했고 글로벌 시장에 액센추어(Accenture), 딜로이트(Deloitte), 위프로(Wipro) 등 기존의 IT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를 확대하며 MSP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우리나라 기업들 역시 이 시장을 놓칠리 없었다. 클라우드가 본격적으로 확산하면서 한국형 MSP 기업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메가존 클라우드와 베스핀글로벌이 대표적이다.

특히 메가존 클라우드는 한국의 대표적인 MSP로,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과 서비스를 통해 기업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메가존이 늦어도 2026년을 목표로 IPO(기업공개)에 나섰다는 소식은 국내 클라우드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반영하는 중요한 분기점이기도 하다.

글로벌 무대에서 메가존과 베스핀은 생각보다 더 잘 알려져 있다. AWS의 최대 글로벌 이벤트인 '리인벤트' 행사에 수백명의 고객을 데리고 참관하는 MSP가 그리 많지 않은데다 클라우드 CSP들의 주요 어워드에서도 이들 업체는 빠지지 않고 등장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한 한국 MSP에 글로벌 시장의 관심은 큰 편이다.

다만 국내 클라우드 MSP는 꾸준히 수익성 문제가 발목을 잡아왔다. 국내 IT서비스업체의 한 관계자는 "선도적 국내 MSP의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따라 가서는 안된다는 것이 클라우드 MSP 사업을 준비하는 기업들의 고민 중 하나"라고 말할 정도로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IT업계는 클라우드 MSP를 새로운 사업분야로 지목하고 있다. 대표적 보안기업 안랩이 클라우드 네이티브 자회사와 통합법인을 출범해 '차세대 클라우드운영관리서비스(MSP)'로 자리 잡겠다는 포부를 내비쳤고 KT도 클라우드 MSP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밖에 IT서비스업체들이 사업모델을 MSP로 전환하기 위한 조직개편 등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베스핀글로벌도 지난 1일자로 AI 중심의 사업 구조 재편에 따른 조직 개편을 단행, AI 매니지드 서비스 전문 기업(AI MSP)으로의 전환을 공식 발표했다.

여기에 AI업체들까지 AI MSP를 내세우면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결과적으로 기업의 IT인프라가 클라우드로 전환되고 있는 시점에서 각각의 애플리케이션에 강점을 가지고 있던 IT기업들이 해당 애플리케이션의 클라우드 전환과 이를 잘 사용할 수 있게 지원하기 위한 MSP 역할을 새로운 사업모델로 키워나가고 있는 셈이다.

클라우드 MSP는 사실상 과거 IT서비스업체들이 영위하던 시스템 통합(SI) 역량을 클라우드 위에서 풀어내야 하는 숙제를 가지고 있다. 인건비 기반의 SI와 달리 클라우드라는 인프라는 사람보다는 플랫폼 서비스로 풀어낼 수 있어 상대적으로 운영비용이 적게 들어간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결국 범용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모든 기업이 사용한다는 전제 아래서 기업만의 경쟁력과 차별점을 찾아내야 한다는 점에서 기술과 인력에 대한 투자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결국 기업들은 이를 클라우드 MSP가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결과적으로 클라우드 MSP 사업을 위해서 대규모 자본의 투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인프라 구축, 기술 개발, 인력 채용 등에 상당한 초기 투자가 필요하고 이러한 초기 투자 비용은 단기간 내에 회수하기 어려워 수익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때문에 기업에 높은 비용을 청구하기 어려운 클라우드 MSP는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러한 기업의 요구와 시장 상황, 글로벌 CSP업체들의 요구(?) 사이에서 외줄을 타 온것이 메가존 클라우드와 베스핀글로벌 등 국내 1세대 클라우드 MSP다. 수익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자동화 도구와 효율적인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여 운영 비용을 절감하고,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비용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이들의 노하우는 무시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으로의 MSP를 꿈꾸는 기업들이 이러한 노하우를 단기간에 가져가긴 어려워 보인다. 각자의 영역에서 단순한 인프라 관리에서 벗어나, 고객 맞춤형 솔루션과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가격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 특히 초기 MSP 시장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가격 경쟁이 시장의 제살을 깎아 먹는 일이 반복되어선 안될 것이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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