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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바닥' 진입한 양극재…적자생존 구도 심화 [소부장박대리]

고성현 기자
충북 청주시 에코프로비엠 본사 전경. [ⓒ 에코프로]
충북 청주시 에코프로비엠 본사 전경. [ⓒ 에코프로]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배터리 양극재 업계가 2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게 될 전망이다. 올해 초 급락한 리튬 등 메탈가격의 여파와 전기차 부문 수요 절벽이 영향을 주는 모습이다. 하반기에는 신규 전기차 모델 출시 등이 예상돼 실적 회복이 예상되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에 대한 트럼프 리스크 등 대외변수에 따라 적자생존 구도가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의 2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8675억원, 영업손실 127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4.4% 급감하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전분기 대비로는 매출이 10.6%,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한 수치다. 포스코퓨처엠의 컨센서스는 같은 기간 매출 1조363억원, 영업이익 193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2%, 62.9% 하락, 전분기 대비로는 매출이 9%, 영업이익이 49% 각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엘앤에프의 예상 2분기 매출은 6820억원, 영업손실은 626억원이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1% 급락하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다만 양극재 일부 제품의 출하량 증가와 재고에 따른 가격 여파를 일부 상쇄하면서, 전분기 2038억원이었던 영업손실 폭을 600억원대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극재 업계의 부진한 실적은 연초 시작된 리튬 등 양극재 핵심광물 가격 급락 여파 때문이다. 양극재 판가가 원료 가격 하락 추이에 따라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고, 이 영향이 2분기까지 지속되며 부진한 실적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전기차 수요 둔화가 2분기 심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순수전기차(BEV) 물량 감소에 따라 주요 배터리 고객사의 공장 가동률이 현격히 떨어졌고, 이에 따라 양극재 출하량이 덩달아 떨어지면서 매출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해 초 예상했던 '상저하고'의 흐름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리튬 가격이 2분기 중 소폭 상승하면서 판가는 개선될 전망이지만, 출하량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분위기여서다. 한화투자증권이 집계한 지난달 양극재 수출량은 2만톤 수준으로 5월과 동일한 수준을 기록했으나 작년 평균치인 2.3만톤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 모습이다.

2분기 중 리튬 가격 상승에 따라 수출 가격이 반등한 점은 위안거리다. 6월 양극재 수출액은 kg당 28.3달러로 2달 연속 반등하는 흐름을 탔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양극재 가격이) 7월 잠정치(1~10일) 기준으로도 kg당 29.6달러로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에 따라 (2분기) 양극재 가격은 전분기 대비 10~15% 하락하겠으나, 3분기부터는 반등하며 출하량이 받쳐준다면 하반기 양극재 업종의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성장 및 전략 기조가 뒤바뀔 전망이다. 현재 대선을 앞둔 공화당 측 후보 도날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IRA 폐지·수정, 내연기관 규제 완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전기차 전환에 대한 성장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배터리 소재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감이 다소 위축된 데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변수도 있어 당분간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전기차 자체의 유지비 장점과 4680 원통형 배터리·리튬인산철(LFP) 등 가격적 이점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관련 소재 기술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살아남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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