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김영섭호 KT, 자체 클라우드 대신 MS 택했다…KT클라우드 존속 ‘적신호’?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KT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를 대규모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향후 회사의 클라우드 사업 전략이 크게 바뀌는 ‘신호탄’일 수 있다.
KT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CSP(Cloud Service Provider)’가 아닌, 외부 클라우드 서비스를 재판매하는 ‘MSP(Managed Service Provider)’로 전환할 가능성이 좀 더 커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KT의 CSP 자회사인 KT클라우드의 역할도 지금보다 더 축소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 KT, 1600억원 규모 MS 클라우드 이용계약 체결
18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MS와 1억2000만달러(약 1658억원) 규모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 이용 계약을 체결했다. KT가 매년 약 320억원씩 5년간 클라우드 사용료를 지급하고 MS의 애저 서비스를 이용하는 계약이다.
KT는 우선 MS 애저의 가상데스크톱인프라(VDI)인 ‘애저 버추얼 데스크톱(AVD)’을 도입해 자체 시스템 전환에 나설 전망이다. 이 외에도 ‘애저 MCFS(금융 클라우드)’, ‘애저 데이터 브릭스(분석 플랫폼)’, 애저 오픈AI(생성형AI 서비스), ‘애저 센티넬(보안 서비스)’ 등 MS 애저 제품을 전방위적으로 이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양사는 지난달 3일(현지시간) 미국 MS 본사에서 ‘한국형 인공지능(AI) 및 클라우드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포함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바 있다. 당시 양사는 구체적인 협력 내용을 함구했으나, 이번 클라우드 공급 계약이 그 첫 단계로 해석된다.
◆ LG CNS 출신 김영섭, 또 한번 MSP 전환 추진하나
이미 자체 클라우드 사업을 하고 있는 KT가 MS 클라우드를 대규모로 공급받기로 결정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혹자는 지난해 8월 취임해 경영 2년차를 맞은 김영섭 KT 대표가 회사의 클라우드 사업 전략을 전면 수정하려는 변곡점일 수 있다고 본다.
KT는 구현모 전 대표 시절 클라우드 사업부를 분사해 2022년 4월 KT클라우드라는 별도 법인으로 출범시켰다. 당시 구 전 대표는 KT의 IT서비스 자회사인 KT DS의 클라우드 사업 일부를 KT클라우드에 양도시키면서 그룹사 자원을 집중시켰고, 향후 KT클라우드의 기업공개(IPO) 계획까지 밝히며 큰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막상 분사 이후 구 전 대표가 연임에 실패하고 김영섭 대표가 새로이 취임하면서, KT의 클라우드 사업 방향이 불분명해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KT클라우드는 보은성 투자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로 불명예 퇴진한 윤동식 전 대표 이후 수개월간 경영 공백을 겪었고, 올해 3월 최지웅 전 오픈컨설팅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대표로 선임한 이후로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향성이나 사업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KT가 지난 2023년 연간실적 발표자료에서 “중장기 계획으로 MSP 사업자 전환을 준비하겠다”고 공식화하면서, 김영섭호 KT가 KT클라우드를 통한 CSP 사업 대신 MSP 사업에 주력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KT클라우드가 통신 기반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인프라를 기반으로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해온 것은 맞지만, 국내 CSP로서 클라우드 서비스 경쟁력 자체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같은 글로벌 CSP 대비 현저히 떨어지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 때문이다.
사실 김영섭 대표는 LG CNS 대표 시절에도 회사의 클라우드 사업 구조를 MSP로 전환하는 데 앞장섰던 인물이다. 당시 LG CNS는 자체 클라우드 사업은 축소하면서 AWS·MS 등 글로벌 CSP와 협력해 MSP 사업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선회했고, 김 대표가 떠난 현재도 MSP 중심의 클라우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런 김 대표의 경험과 전략이 지금의 KT에도 고스란히 적용될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KT는 MS와의 이번 계약을 통해 얻은 약 1600억원치 애저 사용료를 5년 내에 전부 사용해야 하는데, 자체 시스템 전환뿐만 아니라 애저 서비스를 공공·금융·교육 등 외부 고객사에 재판매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KT 계열사들 사이에서도 KT클라우드에 대한 믿음이 없다는 얘기가 왕왕 들린다”며 “KT가 잘할 수 있는 영역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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