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홍진 OPA 의장 “韓 PaaS 기술력 글로벌 못지 않아…또 다른 ‘한류’ 만들어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국내 Paas 역량이 글로벌보다 못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아마존도 처음에는 미국 정부가 믿고 기다린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모습이 되지 않았나. 우리나라도 민간과 공공이 힘을 합쳐 코리안 플랫폼 경쟁력을 쌓아야 한다.”
김홍진 오픈클라우드플랫폼얼라이언스(OPA) 의장(네이버클라우드 전무)은 최근 서울 중구 상공회의소 내 OPA 사무소에서 <디지털데일리>와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인터뷰에는 김 의장과 함께 OPA의 한기웅 기술분과위원장(네이버클라우드 기술이사), 김홍준 인력양성분과위원장(오케스트로 상무), 최종석 표준화분과위원장(숭실대학교 교수), 최용태 사무국장 등이 자리했다.
서비스형플랫폼(PaaS)은 애플리케이션 개발·배포를 위한 플랫폼 기능을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다. 가상화된 서버·스토리지 등 인프라를 제공하는 서비스형인프라(IaaS)나 완성된 형태의 소프트웨어 제품을 제공하는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와 함께, 클라우드 서비스 한축을 담당한다. 특히 클라우드 장점을 최대로 활용하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실현을 위해 이러한 PaaS 기술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PaaS 시장은 아직 글로벌 시장에 비해 크게 활성화되지 않았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세계 클라우드 시장에서 PaaS 비중은 20% 수준이지만, 국내 PaaS 시장은 6800억원 규모로 1~2조원이 넘는 IaaS나 SaaS 대비 턱없이 부족하다. 그마저 글로벌 PaaS 비중이 76%에 이르고, 국내 PaaS 규모는 전체 클라우드 시장의 5%가 채 되지 않는 실정이다.
김홍진 의장은 그러나 이것이 국내 PaaS 기술력의 부족함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김 의장은 “국내 PaaS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우려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외국 제품도 초창기 제품은 기술력이 떨어졌지만 차차 빌드업을 해나간 건데, 그에 비하면 국내 기업 제품들은 시작부터 준수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지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적극적인 홍보나 정부 지원”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국내에서 클라우드 네이티브와 PaaS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OPA가 창립된 이유기도 하다. OPA는 오픈클라우드플랫폼 ‘K-PaaS’ 기반의 상호운용 클라우드 환경 조성을 위해 2022년 설립됐으며, 현재 96개 기업·기관 회원들이 참여해 기술·인력양성·표준화·정책홍보·개발자커뮤니티 등 총 5개 분과를 운영하고 있다.
K-PaaS는 오픈소스 형태로 개발·배포하는 ‘K-PaaS 표준모델’과, 이 표준모델을 통해 적합성 인증을 받은 14종의 상용 PaaS/플랫폼SW를 통칭한다. 클라우드 플랫폼 간 상호호환성·운용성 확보를 목표로 민관협의체인 OPA가 주도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지원하고 있다. 현재 상용 K-PaaS는 금융‧교육‧행정‧국방·의료‧제조‧유통 등 198개 기업·기관 235개 시스템에 도입돼 있다.
한기웅 기술분과위원장은 “OPA는 민간 기업 중심 PaaS 생태계 활성화를 목표로, 클라우드 네이티브 기술을 도입해 PaaS를 만들거나 PaaS를 도입해 자사 솔루션을 고도화하려는 기업들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며 “‘K-PaaS 표준모델’은 클라우드 네이티브 플랫폼으로서 가져야 할 기능적 요건을 정의하고 있으며, 실제 기업의 클라우드 네이티브 구현을 위한 회원사들의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OPA는 K-PaaS라는 개방형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특정 기업이나 기술에 종속되지 않으면서 다양한 기술·서비스와 연동함으로써, 국내 기업들이 독립적으로 이를 선택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두고 있다.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가진 글로벌 플랫폼에 국내 클라우드 생태계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도록 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도 중대한 도전과제라는 사명감도 가지고 있다.
김홍준 인력양성분과위원장은 “아마존웹서비스(AWS)나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같은 글로벌 업체들이 가진 IaaS와 PaaS 기술력은 어마어마하고 그들의 원천기술와 자본력을 우리가 직접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며 “대신 우리나라는 오픈소스 활용 능력이 뛰어나니, OPA가 적합성과 신뢰성을 갖춘 인증된 PaaS 기술 생태계를 만들어 공공에서 제대로 레퍼런스를 쌓아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종석 표준화분과위원장은 “해외에 비해 기술력이 떨어지지 않는데도 국내 PaaS 시장이 위축된 이유는 그걸 도입하려는 민간이나 공공에서 ‘경험 부재’가 가장 큰 것 같다”며 “‘글로벌 PaaS를 가장 많이 쓴다고 하니 그냥 그거 쓰면 되겠지’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는데, 실제 K-PaaS 기준모델로 개발된 국내 PaaS 기술들을 실제 조사해보면 글로벌 PaaS와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OPA는 현재 글로벌 기업 중심으로 형성된 PaaS 생태계에서 우리나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민간과 공공의 상호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홍진 의장은 “예컨대 콘텐츠 영역에서 ‘한류’라는 거대한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어느 정도 정부의 지원과 보호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PaaS에 있어서도 우리 정부가 ‘K-PaaS를 써보자’고 직접 나서주고,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한국형 PaaS 이니셔티브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부가 클라우드 4차 기본계획을 준비하고 있는데, 아직까진 PaaS 지원에 대한 얘기가 별로 없다는 게 아쉬운 부분”이라며 “민간 기업도 PaaS 솔루션을 가지고 공공에서 성장할 기회가 있는 만큼, 정부가 PaaS의 중요성에 대해 더욱 알리고 홍보하고 지원해준다면 민간 업체들이 그로 인해 힘을 얻고 아웃풋을 키울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홍준 인력양성분과위원장 또한 “클라우드 네이티브라는 게 인프라뿐만 아니라 기술인력도 많이 필요한데, K-PaaS로 공공에서 충분한 레퍼런스를 쌓게 해준다면 그게 민간 PaaS 기업들의 매출로 이어져 인력도 잘 충원할 수 있는 선순환이 될 것”이라며 “이렇게 국내에서 K-PaaS로 디지털전환을 하는 토대를 만들어주면 이후에는 해외 진출을 독려해서 우리 기업들이 밖에서 돈을 벌어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OPA는 향후 K-PaaS의 중요성에 대해 각 분과별 사업 추진과 홍보를 통해 전 산업 분야에 널리 알리는 것을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아울러 K-PaaS의 기술 고도화 및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김홍진 의장은 “이제 K-PaaS를 실체화해 레퍼런스를 쌓는 단계에 왔다고 본다”며 “항상 간과하지 않는 것은 민간 기업들이 빠지면 OPA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인데, 복잡한 PaaS 환경에서 민간 기업이 성장해서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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