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SW 산업혁신]⑧ ‘공공 클라우드 네이티브’ 선언은 했는데…“실효성 확보해야”
한국 공공 소프트웨어(SW) 산업이 위기다. 정부는 예산을 줄이고 기업은 적자 신세다. 그 사이 공공 시스템은 부실해지고 피해를 입는 건 국민이다. 지난해 11월 터진 국가 행정전산망 장애와 공공서비스 먹통 사태가 단적인 예다. 정부는 뒤늦게 대책을 마련했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공공 사업 단가 후려치기, 과도한 과업 변경과 발주기관 갑질, 규제를 둘러싼 어긋난 이해관계 등 공공 SW 시장의 문제는 십 수년째 계속되는 해묵은 병폐들이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공공 SW 생태계를 둘러싼 정책과 제도들을 살펴보고, SW 산업 진흥을 위한 바람직한 길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을 추진하는 가운데, 명확한 기준과 실효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존 시스템통합(SI) 용역 중심의 정보시스템 구축에 익숙한 공공 영역에서 이전과 다른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전면적인 체질 개선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 될 전망이다.
‘2024년 행정·공공기관 클라우드컴퓨팅 수요예보’에 따르면,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가 조사한 공공·행정기관 정보시스템 1만6504개 중에서 2022년까지 클라우드 전환이 완료된 시스템 수는 2959개로 전체의 17.9%에 그쳤다. 지난해에 전환을 완료했거나 현재 전환 중인 시스템 994개(6.0%)를 더하면 23.9% 수준이다.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더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클라우드 전환이 예정된 시스템 수는 365개(2.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전환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 시스템은 3388개(20.5)에 달했고, 폐기된 경우도 1212개(7.3%)에 이르렀다. 2025년 이후 클라우드 전환 예정인 시스템 수는 3659개(22.2%)로 예상됐다.
이는 정부의 클라우드 전환 청사진이 2023년을 기점으로 재설계됐기 때문이다. 이전에 정부는 오는 2026년까지 행정·공공기관의 정보시스템을 100% 클라우드 전환하겠다고 했었지만, 이후 단순 리프트앤시프트(Lift&Shift) 방식의 클라우드 전환이 아닌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고 100% 달성 시점을 2030년으로 수정했다.
과거 클라우드 전환은 거대 단일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운영하는 레거시 시스템을 그대로 클라우드 환경으로 이전하는 수준이었지만,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은 작고 가벼운 컨테이너 단위의 마이크로서비스아키텍처(MSA)를 기반으로 시스템 전체를 클라우드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복잡하고 전향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정부의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목표가 수월하게 달성될진 미지수다. 컨테이너와 MSA, 데브옵스(DevOps) 등 클라우드 네이티브 필수 요소들에 대해 정부의 준비성과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우려가 짙다. 공공기관들은 아직도 기존 인력 투입 방식의 SI 용역 구축에 익숙하다보니,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을 발주하는 기관들도 클라우드 네이티브를 잘 모르고, 지금 공공 사업을 주도하는 SI 기업들도 마찬가지”라며 “실제 클라우드 전환 관련 RFP(제안요청서)들을 보면 아직도 SI식 접근이 많고, 클라우드 네이티브를 하고 싶어도 주어진 시간이 촉박한 경우도 적지 않다”고 언급했다.
실제 공공기관들은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필요성에 공감해서라기보다 단지 정부 기조에 따르기 위해 클라우드 전환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드 이용 목적을 묻는 행안부 조사(복수 응답)에서 63.9%가 ‘정부의 클라우드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라는 답변을 내놓은 것만 봐도 그렇다.
이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을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으로서 서비스형플랫폼(PaaS) 도입까지 계획하는 기관들이 별로 없는 이유기도 하다. 디지털서비스 이용지원 시스템에 따르면, 디지털서비스 전문계약 제도로 체결된 PaaS 계약 건수는 지난 1년(2023년 6월~2024년 5월)간 0건에 그쳐 SaaS 계약 건수(216건)와 극명히 대비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단 정부가 주도해서 달성 목표를 던져놓고 클라우드 전환율을 카운트하는 식으로 성과를 강조하는 게 클라우드 네이티브 정책에서도 계속되고 있다”며 “그런 식으로 하다보면 자칫 부실로 이어질 수 있고, 정작 기관에선 막상 클라우드 전환을 했더니 비용도 커지고 장점도 잘 모르겠고 이런 상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예산도 문제다.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은 단순 클라우드 전환보다 훨씬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행안부의 올해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예산은 740억원으로 작년(342억원)보단 2배 증가했지만, 2022년(1786억원)의 5분의1 수준으로 급감한 예산에서 소폭 회복했을 뿐이다. 당초 행안부가 신청한 예산은 1200억원 규모였다.
즉, 정부의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정책은 중장기 예산안을 수립해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매해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다음연도 예산을 편성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공공 SW 사업이 매년 정부 예산안에서 우선순위가 밀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기술적 측면에서 국가 전체 아키텍처를 고려한 공통된 표준이 필요하다는 제언과 함께 중장기 로드맵에 따른 예산 확보 전략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는 올해 안에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을 위한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각 공공기관에 제시할 방침이다. 여기서 클라우드 네이티브 방향성이 구체화될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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