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휴가 어떡해”…‘셀러 정산 지연’ 티몬·위메프에 환불·구매 취소 요구 쇄도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티몬에서 구매하신 항공권은 이용이 불가해 안내문자 남겨드립니다. 티몬에서 결제한 항공료는 전액환불 처리될 예정이며, 예약진행 원하시면 저희 쪽으로 티몬에서 결제한 항공료를 입금해주시면 예약진행 해드리겠습니다.”
지난 22일부터 여행 커뮤니티와 티몬 큐앤에이(Q&A)란엔 환불과 구매 취소를 문의하거나 토로하는 글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항공권 구매를 대행해주는 여행사들이 티몬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안내를 남기고 있어서다. 여름휴가부터 추석연휴, 국경일까지 여행 일정을 잡았던 이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보통 항공권은 여유로운 일정 기간을 가지고 구매를 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때문에 구매를 취소할 수 없고, 환불 역시 티몬에서 직접 처리를 할 수 없다. 티몬 입점 셀러였던 여행사들도 당황하긴 마찬가지다. 문의 폭주에 현재까지 소비자와 원활하게 연락이 되지 않는 소규모 여행사들도 있다.
이들 역시 정산 대금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티몬이 급작스럽게 정산 지연 가능성이 있다며 공지사항을 알려오자, 고객서비스(CS) 등 대비를 별다르게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티몬은 지난 22일 입점 셀러들에게 “언론의 부정적 보도 후 일부 판매자들의 판매 중단 등으로 당사의 상품 거래에까지 영향을 끼쳤다”며 “거래 규모가 일시적으로 감소하면서 당사의 정산금 지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 초래됐다”고 공지로 알렸다.
앞서 지난 8일, 큐텐그룹 내 위시플러스 및 위메프 등에서 일부 파트너사들이 결제 전산 시스템 오류로 인해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상황이 알려졌다.
이후 지난 11일 큐텐은 해당 상황이 플랫폼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일어난 전산 시스템 장애이며, 큐텐 산하의 계열사 내 총 6만여명의 파트너사 중 일부인 500여 파트너사에게 대금 정산 지연 사례가 발생했다고 설명했었다.
당시 티몬은 관련 문제가 없다고 했었지만, 사실상 전일 이를 셀러들에게 공식화하며 입점 업체들과 소비자들 사이 불안감은 더욱 커지게 됐다.
◆티몬 감사보고서 공시, 지난해 4월 이후 ‘뚝’=오늘(23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티몬 환불, 구매 취소 관련 키워드와 동시에 티몬 부도설도 불거졌다. 여기에 티몬 본사 1층 카페 내부 시설 공사로 임시 휴업 안내 메시지가 붙었으나, 이날 오전 한때 해당 일들과 엮이며 티몬 부도 루머가 퍼진 것이다.
다만 실제로 유통업계 주요 관계자들도 티몬을 비롯한 큐텐그룹 전반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큐텐 정산 지연 사태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티몬은 올해 4월 마감이었던 감사보고서도 미제출했다.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 자체만으로 업계에선 티몬의 유동성이나 재무 상태가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었다. 지난해 제출한 2022년 기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자본총계는 -6386억206만원이었다. 지난 2021년도(4727억1148만원)보다 마이너스 폭이 약 35.1% 늘어났다.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상태로 접어들게 된 만큼, 티몬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부채총계는 같은 기간 약 7858억9243만원으로, 지난 2021년(6504억1325만원)보다 20.8% 증가했다. 또한, 지난 한 해 티몬 유동부채는 7193억3734만원으로, 유동자산(1309억6970만원)의 5배 수준이었다. 이는 회사가 당장 사용할 수 있는 금액보다 갚아야 할 금액이 5배 더 많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항공권 등 정산금 지연 이슈와는 별개로, 티몬 선불충전금 티몬캐시가 최근까지 기존보다 10% 저렴하게 판매되는 것을 본 일부 소비자 사이에선 환호보다 우려가 먼저 나왔다. 다소 파격적인 혜택이었음에도 “제2의 머지포인트 아니냐” “구매를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티몬·위메프, 판매자 센터에 신규 정산시스템 도입 안내문 공지=티몬과 위메프는 정산금 지연 이슈 등으로 구매자 및 셀러(판매자) 신뢰를 한꺼번에 잃을 수 있는 기로에 놓였다. 우선 양사는 티몬과 위메프는 판매자들에게 빠르고 안전한 대금 지급을 지원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정산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이날 발표했다.
제3의 금융 기관과 연계해 자금을 안전하게 거치하고, 빠른 정산을 지원한다는 목표다. 최근 일시적인 정산지연 사태가 발생하며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자 이탈과 고객들의 불편이 지속되자, 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산 대금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빠르게 지급하는 새로운 정산 시스템을 8월 중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고객들이 결제하면 각 회사에 대금이 보관돼 있다가 판매자별 정산 일자에 맞춰 지급되는 형태였다면, 새로운 시스템은 안전한 제3의 금융 기관에서 대금을 보관해준다. 이어 고객들의 구매 확정 이후 판매자들에게 지급하는 형태다. 티몬과 위메프는 상품 판매에 대한 플랫폼 사용 수수료를 받는 식이다.
티몬과 위메프 측은 전체 결제 대금이 안전하게 보호되고, 지급 일자 또한 크게 앞당겨 빠르면 주간 단위 정산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양사는 8월 중 새로운 정산 시스템을 판매자들에 공개하고, 이용방법 등을 안내한다는 계획이다.
티몬·위메프 측은 “상품 결제대금의 지급 안전성을 강화하고 빠른 정산을 지원하기 위해 이번 시스템 도입을 결정했다”며 “정산 지연 사태를 빠르게 해결하고 판매자, 고객들의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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