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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기로' KB국민은행 '차세대 시스템' 프로젝트… 신한은행과 어떻게 다른가 [DD인사이트]

박기록 기자

- 국민은행, 코어뱅킹 현대화 2단계 결과보고서 7월중 완료 알려져… '코어 넥스트'(Core Next) 지속 추진 여부 초미 관심

- 코어뱅킹시스템 구조… 국민은행 '병행운영' · 신한은행 '이중 운영', 언뜻 비슷하지만 사업 내용상 리스크 차이 커

- 신한은행은 올해 5월 최종 완료… 코어뱅킹중 '비대면' 전용시스템 분리, SOL 뱅킹 획기적 개선 효과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지금 국내 금융권이 바야흐로 ‘포스트(Post) 차세대시스템’ 시대로 본격 접어들고 있다.

은행권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고, 이제 그 뒤를 2~3년내 보험, 증권사들이 대형사를 중심으로 뒤따르게 될 전망이다.

앞서 은행권은 지난 2010년을 전후해, 유닉스(UNIX) 오픈환경 중심의 차세대시스템(Next Generation Banking System)으로 전환한 바 있다. 그로부터 시간이 15년 가까이 흘렀다.

이제 은행권은 ▲IT인프라의 클라우드 환경 전환 대응 ▲비대면·모바일 중심 '금융플랫폼' 경쟁력의 강화 ▲AI 및 디지털전환(DX) 을 통한 기간업무시스템의 고도화 등를 위해 ‘포스트 차세대’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5대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중에서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첫 테이프는 지난 5월 신한은행이 끊었다. 신한은행은 ‘더 넥스트(The NEXT)로 명명된 차세대 프로젝트를 지난 2021년 10월에 착수해, 3단계에 걸쳐 올해 5월 최종 완료했다.

현재 KB국민은행은 ‘코어뱅킹 현대화(Core Banking Modernization)’로 명명된 2단계 사업(Core Next)을 진행중이며, 하나은행은 올해까지 ‘프로젝트 O.N.E’으로 명명된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투입 예산도 만만치 않다.

국민은행이 따로 일정과 비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해당 사업에 각각 3000억원과 2990억원을 쏟아부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신한‧하나은행,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윤곽… 추진하는 속사정은 다 달라

참고로, 은행권의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사업은 과거의 1기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와는 몇가지 측면에서 상당한 차별성을 갖는다.

가장 큰 차이는 프로젝트 추진 방식. 기존에는 계정계 및 정보계, 채널‧대외부문, e뱅킹 등 IT인프라 전체를 특정 시점에서 한꺼번에 차세대시스템으로 바꾸는 ‘빅뱅’ 방식이었다.

하지만 ‘포스트 차세대’는 1~3차로 나눠 단계적으로 오픈함으로써, 3~4일간의 설 또는 추석 같은 명절 연휴 기간을 이용해 차세대 시스템으로 원장 이관을 해야 했던 불편을 없앴다.

또한 기존 IT인프라 전체를 일괄 개발하지 않고, 혁신이 필요한 부문만 선택적으로 골라 진행한다.

이 때문에 ‘포스트 차세대’라는 명칭은 같지만 실제 이뤄지는 프로젝트 내용은 은행들마다 천차만별이다.

은행들이 각자 내부적으로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분야, 또는 가장 약점으로 여기는 부문을 중심으로 IT혁신에 나선다.

◆신한은행, ‘비대면 전용’만 분리해 전용 코어뱅킹 구축, ‘이중 운영’(Dual Banking) 방식… “SOL 뱅킹이 획기적으로 빨라진 이유”

관련하여 신한은행은 자사의 비대면 핵심 서비스인 ‘쏠(SOL) 뱅킹’의 혁신적 성능 개선을 비롯해 ▲상담중심 단말 환경 재구축, ▲디지털뱅킹시스템 구조의 현대화, ▲디지털 라이프 시스템 분리 재구축 ▲영업점 데이터 분석 환경 등을 주요 추진 과제로 삼았다.

기존 계정계시스템의 혁신과 함께 정보계 전반에 대해서도 변화를 주었다.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기존 주전산시스템 체계의 부담 없이 비대면 뱅킹 부문을 보다 자유롭고 빠르게 운영하기 위해 도입한 ‘이중 운영’(Dual Banking 또는 Dual Mode) 방식이다.

마치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같이 별도의 기능을 위해 또 하나의 전용 구동 모듈을 장착, 주전산시스템 운영의 구조를 바꾼 것이다. 신한은행이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개통이후 "SOL 뱅킹 속도가 6배 빨라졌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KB국민은행, 현 메인프레임 기반 시스템 점진 탈피 목적작년부터 英 ‘소트머신’ 기반 코어뱅킹시스템 ‘병행 운영’시도, "국내선 매우 생소한 방식" 전문가들 결과 촉각

국민은행의 ‘코어뱅킹 현대화’ 프로젝트는 주전산시스템의 하드웨어적 혁신이 관심의 초점이다.

굳이 지난 2014년, KB금융 내분 사태를 다시 소환하지 않더라도, 국민은행에게 주전산시스템 구조의 혁신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현재 주전산시스템 구조 때문에 국민은행의 IT예산과 IT인력이 다른 시중은행들에 비해 월등히 높을 수 있다"는 금융권 일각의 지적과도 맥이 닿아있는 문제다. <본지 7월22일자, 왜 KB국민은행만 유독 IT비용·인력이 많은가?…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 > 기사 참조

국민은행이 코어뱅킹 현대화 2단계로 추진중인 '코어 넥스트' 사업은 현행 IBM 메인프레임 기반의 주전산시스템 비중을 축소하기 위해 x86기반에서 운영되는 별도의 코어뱅킹시스템을 만들어 업무를 단계적으로 이전하는것이다.

즉, 두 개의 코어뱅킹시스템이 각자 다른 엔진에서 돌아가는 ‘병행 운영’ 방식으로 궁극적으로는 '탈 메인프레임'의 성격을 갖는다.

새로운 코어뱅킹 엔진을 장착하기 위해 국민은행은 지난 2021년 영국의 클라우드 네이티브 기반 코어뱅킹사인 '소트머신(Thought Machine)'의 '볼트 코어'(Vault Core)를 선택, 지난해 상반기까지 PoC를 진행했다.

지난해 7월 부터는 이를 기반으로 클라우드 전환을 염두에 두고 x86 기반의 '코어 넥스트(Core Next)' 를 개발 중이다. 또 이에 필요한 전용 DBMS로 '포스트그레SQL'을 채택했다.

'병행 운영'이란 새로운 코어뱅킹시스템이 안정화 될 때까지 두 개의 코어뱅킹 엔진이 한시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이다.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기존 1개였던 엔진을 2개로 운영하면서, 추가로 장착된 새 엔진 성능이 괜찮으면 새 엔진으로 완전히 전환하는 것.

이를 통해 국민은행은 주전산시스템 환경의 '밴더 종속성' 리스크를 벗어나면서 클라우드 시대에도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코어뱅킹시스템의 ‘병행 운영’ 방식은 국내 은행권에서는 최초로 시도되는 것이다. 기존에는 1~2년간 ‘빅뱅’ 방식으로 차세대 코어뱅킹시스템을 개발한 후, 특정일 새 시스템으로 일괄 전환하는 기존 방식과는 크게 다르다.

이 계획이 국민은행의 의도대로 온전히 성공하려면 하나의 전제가 필요하다.

'병행운영' 시스템으로 선택된 '소트 머신' 솔루션이 IBM 메인프레임 기반 주전산시스템에서 운영돼왔던 업무를 무리 없이 이관 받아 소화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소트머신'의 신뢰성과 안정성이 핵심이라는 것. 이 성능이 실증적으로 확인돼야 더 전진할 수 있는 것이다. 해외 몇몇 은행에서 소트머신의 코어뱅킹 솔루션이 적용된 사례가 있지만 과연 이 솔루션을 완전히 믿고 갈 지는 국민은행의 선택이다 .

이 가운데, 국민은행이 이달(7월)중 ‘코어뱅킹 2단계’사업 결과보고서를 내부 보고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국민은행으로선 ‘코어뱅킹 2단계’ 사업의 한 과정에 불과할지라도, 지금 매우 중차대 한 결정을 내려야할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결과보고서가 부정적으로 나올 경우, ‘소트머신’ 기반의 코어뱅킹시스템 병행 가동을 중단할 수도 있다. 긍정적으로 나올 경우엔 예정대로 병행운영 방식을 통한 업무 이관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전망이어서 은행권의 초미 관심사다.

다만 어떤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코어뱅킹 현대화 프로젝트를 완료할 때까지 국민은행으로선 앞으로 남은 여정(旅程)이 여전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

만약 실패한다면 지난 2021년 PoC 검증단계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국민은행의 선택에 대한 책임론이 불가피하고, 반대로 7월 중간 평가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왔다면 2027년 최종 완료까지 남은 여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다양한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극복해 나가야 한다.

최근 본지는 이와 관련한 국민은행 측의 입장을 요청했으나 아직 공식적인 답변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국민은행 ‘포스트 차세대’ 사업, 예상되는 리스크 요인은?… 내년 OIO계약 만료 등 전문가들 “불확실성 제거가 최대 숙제”

금융 IT전문가들은 국민은행의 코어뱅킹 병행 운영 방식에 대해 대체로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무엇보다 국민은행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사업이 갖는 모험적 성격과 생경함 때문이다. 두 개의 코어뱅킹시스템을 돌리는 ‘병행운영’ 모델 뿐만 아니라 국내 은행권에서 지금까지 한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M2L(Mainframe to Linux) 방식의 주전산시스템 전환 시도이기 때문이다.

또한 ‘병행운영’의 특성상 프로젝트 일정에 대한 확실한 로드맵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국민은행은 ‘코어뱅킹 현대화’ 프로젝트의 투입금액과 시기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국민은행이 추가 장착한 ‘소트머신’ 기반 코어뱅킹시스템으로 업무를 단계적으로 이관하려면, 앞서 안정적인 테스트 결과치가 나와야하는데 어느 누구도 이를 예단해 일정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정이 확정되지 않으면 당연히 개발 범위 및 인력 등 투입 금액도 확정하기 어렵다.

국민은행은 프로젝트 완료 시기를 2027년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에 따라서는 예정된 시간를 넘길 수도, 반대로 앞당겨질 수도 있다.

문제는 국민은행이 IBM과 맺은 장비구매 우대계약인 OIO(Open Infrastructure Offering) 계약 만료가 2025년 중에 도래한다는 점이다. OIO 계약이 만료되면 IBM 장비 도입 비용이 기존보다는 크게 늘어날 수 있어 국민은행 입장에서 여전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물론 2025년 계약 만료가 되더라도 국민은행과 IBM간 OIO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조항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IBM 장비 조달비용이 큰 리스크 요인이 되지는 않겠지만 뒷맛이 개운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양 사의 포스트 차세대 프로젝트는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성격과 내용, 리스크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신한은행이 이미 조감도가 세밀하게 그려진 주문서대로 프로젝트를 이행했다면 국민은행은 여백을 채워가면서 완성도를 높여가는 식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코어뱅킹 현대화' 사업과 같은 초대형 IT프로젝트에서 생경한 추진 방식 등 상대적으로 많은 ‘불확실성’ 요인이 엿보인다는 점은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3~4년전, 국민은행이 '포스트 차세대'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도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박기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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