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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카카오VX 매각 반대”…회사 해명에도 노조가 피켓 든 까닭

이나연 기자
29일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이하 카카오 노동조합)이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가 있는 경기 성남시 판교역 일대에서 카카오VX 매각 반대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29일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이하 카카오 노동조합)이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가 있는 경기 성남시 판교역 일대에서 카카오VX 매각 반대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 구속 영향으로 회사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면서 계열사 매각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투자은행(IB)업계를 중심으로 작년 적자 전환한 카카오게임즈 자회사인 골프 플랫폼 ‘카카오VX’ 매각설이 끊이질 않자, 내부에서는 또다시 고용 불안과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우려하고 있다.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 카카오VX 모두 이러한 매각설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나, 노조 측은 계열사 매각 가능성이 완전히 걷히기 전까지 반대 움직임을 지속한다는 등 내홍이 해소되지 않는 모습이다.

29일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이하 카카오 노동조합)은 이날 오후12시부터 약 30분간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가 있는 경기 성남시 판교역 일대에서 카카오VX 매각 반대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카카오 노조는 “매각의혹 해명하고 크루(직원)들과 소통하라”, “고용불안 외면말고 책임경영 이행하라”와 같은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에 따른 사법 리스크와 김범수 위원장 구속 전후로 카카오VX를 비롯한 카카오게임즈,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페이, SM엔터테인먼트 등이 카카오의 매각 후보군으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카카오 측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계열사 매각설에 대해 “주요 계열사 매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내부 구성원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매각 대상으로 언급되는 카카오 계열사 중 노조가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카카오VX는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흑자 구조를 유지하다 지난해 다시 적자 전환해 영업손실 77억원을 기록했다.

29일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이하 카카오 노동조합)이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가 있는 경기 성남시 판교역 일대에서 카카오VX 매각 반대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29일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이하 카카오 노동조합)이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가 있는 경기 성남시 판교역 일대에서 카카오VX 매각 반대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피켓 시위 이후 취재진과 만나 “매각 추진 사실이 없다고 공시된 카카오게임즈를 비롯해 다른 계열사에서도 관련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앞서 회사 측에 카카오VX 매각설에 대한 사실 확인 요청 공문을 수차례 보내고 대표 면담도 제안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서승욱 지회장은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엑스엘게임즈는 단체 협약을 통해 구조조정 시 노조와 사전 협의하게 돼 있다”면서도 “요즘 얘기되는 카카오VX와 카카오게임즈 등은 관련 단체 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노조는 올해 봄부터 카카오VX와 카카오게임즈 단체협약을 시작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서 지회장은 “이 상황 자체가 카카오 내에서 이례적”이라며 “회사가 진정성 있게 단체 협약을 맺으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매각 관련해서 구체화하기 전까지는 단체 협약을 맺으려고 하지 않은 것인지 의심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서 지회장은 “지금껏 카카오 그룹 내에서 매각 철회나 매각을 겪은 곳들이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매각) 계약이 완료되기 전까지 우리 노동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라며 “만약 매각이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내부에서 충분히 판단할 시간을 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노조는 카카오 그룹 전반에 제기된 불안한 노동 환경, 리더십 부재, 신뢰 부족, 내부통제 실패 등 경영 문제들에 대한 비판을 반복 제기해 왔다.

지난 1월 노조가 카카오 그룹사 준법·윤리 경영 감시를 위한 외부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준신위)와 만난 이후, 사측과 추가적인 소통 자리는 적었다는 게 이들 평가다.

서 지회장은 “카카오 본사와는 주 단위로 협상을 진행해 어느 정도 노사 간 소통이 있었지만, 공동체(그룹) 차원 소통 기회는 많지 않았다”며 “준신위가 지난 6월 첫 워크숍을 열고 카카오와 계열사 경영 쇄신안을 검토했다고 발표했지만 그 내용이 내부에도 공개되지 않았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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