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 HBM3E에 남긴 사인.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미국이 이르면 다음달 말에 공개할 것으로 전해진 대중국 반도체 추가 통제 조치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HBM3, HBM3E 등 3세대(HBM2) 이상의 첨단 AI를 만드는 장비 규제가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블룸버그가 인용한 익명의 소식통은 아직 최종 결정이 내려진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HBM은 D램을 수직 적층해 단일 제품 대비 대역폭을 크게 확대한 패키지 제품이다. 주로 인공지능(AI) 가속기와 함께 탑재해 초거대언어모델(LLM)을 구축·구동하기 위한 데이터센터에 탑재된다.

블룸버그는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의 경우 지난해 중국 제재에 따라 관련 HBM 제품 수출이 없다고 전했다. 다만 한국 기업을 규제하기 위해 어떤 권한이 사용될지는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미국 정부가 해외직접제품규칙(FDPR)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FDPR은 미국 밖 외국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소프트웨어, 설계를 사용했을 때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제재다.

매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케이던스의 디자인 설계툴(EDA),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등의 장비에 의존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아울러 새 통제 조치가 AI가속기와 패키지로 공급되는 형태로 판매할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해당 조치를 면밀히 주시하면서도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의 대부분 물량이 미국 기업인 엔비디아와 AMD에 공급되고 있어서다. 특히 SK하이닉스의 경우 주요 고객사로 향하는 생산능력 할당을 이미 끝낸 상황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아직 관련 조치가 명확하게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적용되기까지 예의주시해야 할 부분"이라면서도 "이미 국내 메모리사가 내년까지의 HBM 물량을 글로벌 기업으로 확정해뒀기에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