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문어발 확장 오명’ 카카오 노력은 여전히 의미없나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작년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의혹’으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전격 구속되자, 투자은행업계 안팎에서 카카오 계열사들에 대한 매각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카카오는 매각설들이 ‘사실무근’이라고 즉각 대응했다. 그러나 사상 초유 총수 공백으로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카카오를 향한 시장 우려와 의구심은 쉽사리 걷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 영향력을 앞세워 다양한 분야 인수합병으로 급속 성장했다. 이러한 확장 전략 이면에는 문어발식 사업구조와 골목상권 침해, 독과점, 쪼개기 상장 논란이 늘 뒤따랐다. 카카오를 향한 세간의 부정적 인식과 사법 리스크가 창업자 구속으로 정점을 찍은 만큼, 계열사 정리에 가속이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카카오는 2020년대 들어 계열사 솎아내기 작업에 매진해 왔다. 지난 2월 그룹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를 확대 개편해 내부 구심력을 강화한 회사가 내세운 핵심 과제 중 하나도 ‘선택과 집중’이다. 지난해 초 카카오는 SM엔터 지분을 인수하며 산하 25개 사가 추가로 편입됐지만, 이를 감안해도 꾸준히 몸집을 줄이는 추세다.
회사 측에 따르면 최근 집계된 카카오 계열사는 124개로, 1년여 전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당시보다 23개가 감소했다. 카카오와 함께 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는 올 1분기 기준으로 지난해 말 대비 10개 감소한 93개 종속회사를 보유 중이다.
단순 수치만 놓고 볼 때 카카오 계열사 규모는 여전히 동종업계 수준보다 과도하다. 하지만 카카오가 계열사 줄이기에 박차를 가하는 현시점에서 표면적인 숫자가 보여주지 못하는 업계 특성도 살펴봐야 한다. 미디어, 뮤직, 게임으로 대표되는 콘텐츠 산업은 IP 확보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제작사와 개발사 등을 자회사로 두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들은 대부분 직원이 10명 이하인 소규모 기업이다.
카카오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글로벌 공략 전진기지로 삼고 SM을 인수했을 때, 문어발 확장 비판을 의식해 SM 산하 자회사들을 비롯한 여러 엔터사를 무리하게 통합했다면 어땠을까. 콘텐츠 업계 측면에서는 각 사 고유 강점이 훼손돼 IP 경쟁력이 약화하는 결과가 나타났을 수 있다.
무조건적 계열사 축소만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다. SM 편입 효과까지 제외할 때 카카오 계열사는 국내에서 100개 초반으로 줄어든다. 이제 카카오에 필요한 건 눈에 보이는 계열사 감소가 아닌, 문어발식 사업구조가 촉발해 온 문제들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진심 어린 고민과 실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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