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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M&A" 연일 강조하는 '임종룡號' 우리금융… 진짜 속내는? [DD인사이트]

권유승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우리금융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우리금융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임종룡 회장이 이끌고 있는 우리금융지주가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4대 금융지주사중 가장 낮은데도 불구하고 연신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자랑하고 있다.

CET1이 낮으면 자사주의 적극적인 매입 및 소각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주주환원도 당장 크게 기대할 것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앞서 KB금융의 경우, 지난 7일 기업·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오는 14일 자사주 998만주(약 8000억원 규모)를 소각한다고 발표했는데, 이같은 통 큰 행보는 KB금융의 CET1 비율이 4대 금융중 가장 높은 13.59%이기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금융의 2분기말 CET1 수준은 12.04%에 불과하다.

여기에 우리금융은 아직 익지도 않은 인수합병(M&A)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최대한 은밀하게 전개해야하는 M&A 특성을 고려하면 이같은 우리금융의 행보는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결국 우리금융이 이러한 밸류업과 M&A를 강조하는 배경으로, 지난 6월 불거진 100억 횡령 사고 등 "심각한 내부통제 실패를 희석시키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즉, 객관적으로 밸류업이나 M&A 모두 상황이 여의치 않음에도 과도하게 과정을 공표하고 나서는 행보엔 또 다른 속내가 숨어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물론 일각에선 이같은 행보가 임종룡 회장의 연임을 위한 포석이란 분석도 없지 않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최근 은행지주회사 중 처음으로 밸류업 계획을 발표했다. ▲지속가능 ROE 10% ▲보통주자본비율 13% ▲총주주환원율 50% 등을 골자로 주주환원 역량을 제고하겠다는 방침이다.

총주주환원율은 CET1 12.5%~13% 구간에서는 40%까지, 13% 초과 시에는 50%까지 확대하겠다는 로드맵을 내놨다. 특히 2025년까지 CET1 12.5%를 조기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이와 관련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은 임종룡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며 "주주가치 극대화에 그룹 역량이 더욱 집중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금융은 M&A에 대한 전략도 꾸준히 공표하고 있다.

올 상반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8월 우리투자증권이 출범하며 10년 만에 증권업에 재진출하게 됐다"며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보험업 진출을 위한 작업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M&A 추진 과정에서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점은 당사는 오버페이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추진 중에 있는 보험업 진출과 관련해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유상증자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빈약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우리금융은 앞서 롯데손해보험, 상상인저축은행 등 여러 매물들을 들여다보며 관련 행보를 알려온 바 있다.

◆과연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을까

그러나 금융계 일각에선 이처럼 우리금융이 밸류업과 M&A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우리금융 역시 지난 2분기 실적발표후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한정된 자본력 안에서 M&A를 통한 성장과 주주환원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임을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우선 우리금융의 2분기 CET1은 12.04%로 4대금융 지주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어 자본력이 여의치 않다는 지적이다. 같은 시기 CET1은 KB금융지주가 13.4%로 가장 높았으며,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각각 13.09%, 12.89%를 나타냈다.

총자본에서 보통주로 조달되는 자본의 비율을 의미하는 CET1은 금융사의 손실흡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일반적으로 금융사들은 CET1 13% 이상 유지할 것을 목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금융이 M&A까지 추진할 경우 CET1 관리는 더욱 어려워지게되고, 결국 주식 소각 등 주주환원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 힘들어 질 수 있다.

일단 우리금융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실사를 마무리 한 단계다. 그동안 우리금융의 행보를 비춰보면 이번 인수전 역시 도중에 발을 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현재로선 패키지 인수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 앞두고, 여·야 모두 100억 횡령 등 우리금융 내부통제 실패 책임 추궁 예상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금융이 또 다른 속내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외부에 당사 행보를 과도하게 강조하고 나서는 것은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이유와는 별개로 그동안 도마 위에 올랐던 내부통제 실패에 대한 만회 심리가 작용한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이다.

실제 우리금융은 각종 횡령사고 등으로 인해 끊임없이 내부통제에 대한 문제점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정치권에서도 우리금융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이 나오고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월 "횡령사고가 끊이지 않은 우리은행에 대해서는 최고책임자인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강력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은행권 임직원의 횡령사고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특히 2022년 700억원대 횡령사고가 발생한 우리은행에서 올해 6월에도 105억원대 횡령사고가 발생하는 등 임직원의 비위행위는 계속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오는 10월 진행될 국정감사에서도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문제가 주요 타겟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정무위 소속 우원들 사이에선 임종룡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말도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은행권의 내부통제 문제는 주요 쟁점이었다.

다만 당시 임종룡 회장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증인 명단에 빠지게 되면서 '고위 관료출신'이라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과거 이명박 정부에선 경제금융 비서관을, 박근혜 정부에선 금융위원장을 역임했던 임 회장은 취임 초부터 낙하산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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